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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산책 113 ㅡ 내무리다]

드무2 2025. 5. 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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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산책 113 ㅡ 내무리다]

 

 

 

 

 

 

 

제주어 산책 113 ㅡ 내무리다

 

ㅡ 현우종 문학박사

 

 

제주어에 '내무리다' 라는 말이 있다. 사람과 지역에 따라 '나무레다, 나무리다, 낭그레다, 내미리다, 냉그리다, 넹거리다' 등으로 나타난다. 이 말은 서울말의 '나무라다' 에 해당하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나무라다' 를 '① 상대방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을 꼬집어 말하다. ② 흠을 지적하여 말하다.' 로 풀이하고 있다.

 

'나무라다' 가 중세국어에 사용된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불법 나므랜 죄로 디옥의 든다 ᄒᆞ시니 (毁謗佛法則入地獄) <보권문> : 불법 (佛法)을 나무란 죄로 지옥에 든다고 하시니

ᄂᆞᄆᆡ 옷과 일언 그르슬 ᄆᆞ라디 말며 (毋訾衣服成器 <내훈> : 남의 옥과 만들어진 그릇을 나무라지 (헐뜯지) 말며

▶ 부톄 布施ᄅᆞᆯ ᄆᆞ라샤 (佛訶布施) <금강경삼가해> : 부처가 보시하는 것을 꾸짖으시어

 

위의 용례를 보면 ' 毁謗 (헐 훼, 헐뜯을 방), (헐뜯을 자), (꾸짖을 가)' 를 번역하면서 모두 '나ᄆᆞ라다' 로 표기하고 있다.

제주어 '내무리다' 는 중세국어에서처럼 '꾸짖다' 와 '업신여기다' 는 의미로 모두 쓰이고 있다. 다만 제주어에서는 '책망' 의 의미보다 '비하 (卑下)' 의 의미로 쓰이는 예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 사름 한 식당에서 놉뜨지 말렌 좀 내무리곡 해사주 ᄉᆞ나놈이렌 너미 풀어놓앙 질럼서 :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 까불지 말라고 야단치고 그래야지 사내놈이라고 너무 풀어놓고 기르고 있어.

ᄒᆞ지 말렌 ᄀᆞᆯ아도 어멍말이렌 내무령 안 들으민 아방신디 ᄀᆞᆯ아불크난 알앙 ᄒᆞ라 : 하지 말라고 말해도 어미 말이라고 무시하고 안 들으면 아버지한테 말해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라.

ᄒᆞᆫ티 덤비는 동싱은 놔두곡 무사 맨날 나만 냉그렴수과? : 형에게 덤비는 동생은 놔두고 왜 맨날 나만 나무랍니까?

▶ 예전엔 서울서 제줏말 ᄀᆞᆮ젠ᄒᆞ민 놈부치로왕 해신디, 시방도 제줏말을 내무리멍 서울말로 ᄀᆞᆯ아사ᄒᆞᆫ덴 ᄒᆞ는 사람들이 시카? : 예전에는 서울에서 제주어로 말하려고 하면 남부끄러워하였는데, 지금도 제주어를 폄하하면서 서울말로 말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을까?

놈의 홀목 ᄀᆞ므꾼거 내무리당 느가 다쳐보난 그 기분이 어떻ᄒᆞᆫ고? : 남의 손목 삔 것을 놀려대다가 네가 다쳐보니까 그 기분이 어때?

▶ 족은아덜 몰명ᄒᆞ덴 내무리지 말아. 굽은 낭이 선산을 지킨덴 ᄒᆞ는디, 공뷔잘ᄒᆞ는 아덜은 웨방 강 놈의 아덜 되곡, 공뷔 좀 부족ᄒᆞᆫ 아덜은 고향 지키멍 이녁 아덜 될거난. : 작은아들을 야무지지 못하다고 나무라지 말아.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하는데, 공부를 잘하는 아들은 외지에 가서 남의 아들이 되고, 공부가 좀 부족한 아들은 고향지키면서 자기 아들 될 거니까.

살당 보민 놈이 날 내무릴 때도 싰곡, 공젱이 걸어올 때도 하곡, 살아 가멍 어려운 일이 어신 사름이 어디 이서? 경 힘들어도 살당 보민 살아지곡 벳들 날도 온다. : 살다 보면 남이 나를 업신여길 때도 있고, 일부러 시비를 걸어올 때도 많고,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렇게 힘들어도 살다 보면 살아지고 볕들 날도 온다.

 

 

[출처 : 서울제주도민회신문 제216호 2025년 5월 1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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