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개비]
▲ 배 스크루 프로펠러에 붙어 있는 따개비. / 위키피디아
거북 · 바위 · 선박에 딱지처럼 달라붙어··· 껍데기 속 다리 여섯 쌍 있어요
얼마 전 우리나라 대학원생이 바다거북에 달라붙은 따개비를 분석해 거북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연구로 국제 학술 대회에서 상을 받았어요. 어민들의 골칫덩이로 알려진 따개비가 멸종 위기종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제였죠. 바닷가 바위 등에 딱딱한 껍데기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으로 익숙한 따개비는 움직이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는 없지만, 게나 가재, 새우와 같은 갑각류랍니다.
따개비라는 이름은 바위에 딱지처럼 붙어 있는 모양에서 유래했다고 추정돼요. 따개비는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는데, 바닷가뿐 아니라 수심 4000m 심해에서도 살아요. 따개비의 겉은 단단한 석회질 껍데기예요. 그 안에 내장과 각종 기관이 들어 있어요. 뚜껑은 먹이인 플랑크톤을 먹을 때 열립니다. 껍데기로 둘러싸인 따개비 몸 안쪽에는 다리가 여섯 쌍 달렸어요. 이 다리는 가슴팍에 달렸다고 해서 '흉지 (胸肢)'라고 불러요. 이 중 세 쌍은 물속을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잡는 역할을 하고, 나머지 세 쌍은 잡은 플랑크톤을 입 쪽으로 전달한답니다.
따개비는 물이 있는 곳에서만 살 수 있어요. 썰물 때 따개비가 뚜껑을 꼭 닫는 건, 몸 밖으로 수분이 빠져나가 말라 죽지 않으려는 필사적 몸부림이에요. 물이 빠져나가고 공기와 접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죽을 수 있거든요.
따개비는 대부분 자웅동체입니다. 암컷과 수컷의 생식기관이 모두 한 몸에 있다는 뜻이죠. 그렇다고 자기 복제하듯 번식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다른 개체와 짝을 지어야 해요. 수컷은 기다란 촉수를 뻗어서 정자를 내보내 암컷 몸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답니다.
암컷은 많게는 수만 개까지 알을 낳아요. 알에서 태어난 새끼는 2주가 지나면 아무것도 안 먹는 단계로 접어들어요. 이때 평생 살아갈 터전을 찾아 자리를 잡고 따개비로서 고착 생활을 시작한답니다. 따개비는 종류에 따라 수명이 천차만별인데, 길게는 30년까지도 살 수 있대요.
따개비는 수많은 개체가 군집 생활을 하고, 성장 속도도 매우 빨라요. 이런 특성은 무리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죠. 이런 강한 생존력 때문에 어민들은 골머리를 앓기도 해요. 어선 아래 따개비가 달라붙으면 마찰력이 올라가 배 이동 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기적으로 따개비를 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요.
어떤 따개비는 움직이는 바다거북을 살아갈 터전으로 삼아요. 거북의 등 껍데기 안쪽이나 입 또는 눈처럼 예민한 부분에 달라붙으면 거북이 죽기도 한대요.
우리나라에는 따개비가 70여 종 살고 있는데, 일부는 해산물로도 인기가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남해안 등에서 사는 '거북손' 이에요. 삶아서 속살을 먹지요. 거북손은 스페인과 칠레에서도 고급 요리로 대접받는다고 합니다.
정지섭 기자
도움말 =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동물자원연구부 김현경 전임 연구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12월 6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