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러기] 일러스트 = 이철원 먹기러기 달에 눈썹을 달아서 속눈썹을 달아서 가는 기러기떼 먹기러기떼 수묵으로 천리를 깜박인다 오르락내리락 찬 달빛 흘려보내고 흘려보내도 차는 달빛 수묵으로 속눈썹이 젖어서 ㅡ 손택수 (1970 ~) 손택수 시인의 시에는 잔잔한 감응이 있다. ‘연못을 웃긴 일’ 이라는 제목의 시에는 “못물에 꽃을 뿌려 / 보조개를 파다 // 연못이 웃고 / 내가 웃다 // 연못가 바위들도 실실 / 물주름에 웃다” 라고 쓴 시구가 있는데, 이런 대목을 읽노라면 마음이 가만가만히 따라 움직이게 된다. 잔물결이 일어서 퍼져가듯이. 눈썹 모양의 달이 뜬 밤에 시인은 기러기 떼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던 모양이다. 눈썹달은 초승달이나 그믐달을 뜻하니 그런 날의 밤하늘은 어둑어둑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