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일러스트 = 김성규 누에 세 자매가 손을 잡고 걸어온다 이제 보니 자매가 아니다곱추인 어미를 가운데 두고두 딸은 키가 훌쩍 크다어미는 얼마나 작은지 누에 같다제 몸의 이천 배나 되는 실을 뽑아낸다는 누에,저 등에 짊어진 혹에서비단실 두 가닥 풀려나온 걸까비단실 두 가닥이이제 빈 누에고치를 감싸고 있다 그 비단실에 내 몸도 휘감겨 따라가면서나는 만삭의 배를 가만히 쓸어안는다 ㅡ 나희덕 (1966 ~) 저쪽에서 이쪽으로 세 여성이 나란히 다정하게 걸어온다. 언니와 여동생 사이인 듯 보였으나 가까이 다가왔을 때에 보니 어머니와 두 딸이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가운데에 모시고 걸어오는 두 딸은 어느덧 다 성장했다. 시인은 이 셋 사이가 비단실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누에가 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