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아이원숭이]
▲ 아이아이원숭이는 쥐, 박쥐, 다람쥐, 올빼미 등 여러동물을 섞어 놓은 듯한 생김새예요. / 미국 듀크대
앞니는 쥐, 귀는 박쥐 닮아··· 마다가스카르 섬에 살아요
국제 환경 단체 '원어스 (One Earth)' 는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동물을 소개하고 있어요. 얼마 전엔 '수수께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는 제목과 함께 아주 기이하게 생긴 동물을 소개했어요. 기다란 앞니는 쥐를 떠올리게 하고요. 둥그스름한 귀는 박쥐를 연상케 했어요. 덥수룩한 꼬리는 다람쥐와 비슷했고요. 똘망똘망한 눈망울은 올빼미를 보는 것 같았어요.
온갖 동물을 조금씩 떼다 붙인 듯한 생김새를 한 이 동물은 아이아이 (aye-aye) 원숭이랍니다. 아주 원시적인 원숭이로 여우원숭이와 먼 친척뻘이에요. 사는 곳도 여우원숭이의 터전인 인도양 마다가스카르 섬이죠. 과학자들이 분류학적으로 원숭이 무리 (영장류)라는 걸 밝혀내기 전까지는 설치류로 알려졌었대요.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게 생긴 원숭이' 라는 별명이 따라붙어요. 다 자라면 머리 · 몸통길이는 45㎝인데, 꼬리는 그보다 더 긴 55㎝랍니다. 해가 저문 뒤 먹이 활동에 나서는 야행성이에요.
아이아이원숭이는 발가락도 특이해요. 앞발 중 가운뎃발가락이 유달리 기다랗거든요. 이 기다란 발가락은 먹잇감을 찾는 데 더없이 중요한 도구예요. 잡식성인 아이아이원숭이의 먹잇감 중 하나는 나무 속에 구멍을 파고들어가 사는 애벌레예요. 아이아이원숭이는 애벌레를 찾기 위해 긴 가운뎃발가락으로 나뭇가지를 두들기고 귀를 갖다 대요. 이렇게 애벌레가 들어간 구멍을 확인한 다음, 앞니로 나뭇가지를 갉아요. 구멍을 낸 다음엔 긴 가운뎃발가락을 쑥 넣어서 애벌레를 끄집어내 먹죠. 이런 사냥 방식은 다른 원숭이 무리에선 볼 수 없는 방식이래요.
올빼미 같은 눈은 어두운 밤에 도움이 되고요. 다람쥐 같은 덥수룩하고 긴 꼬리는 나뭇가지 위를 다닐 때 균형추 역할을 해줘요. 깊은 밤 아이아이원숭이가 가운뎃발가락을 탁탁 두드리면서 먹잇감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위협을 느끼면 얼굴 주변 털을 바짝 세워서 몸집이 커 보이게끔 해요. 이런 모습은 귀여움과는 좀 거리가 있죠? 이런 모습을 보고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아이아이원숭이를 불길한 존재로 여겼대요. 심지어 기다란 가운뎃발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키면, 그 사람은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믿었대요.
단지 불길한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사람 손에 죽는 등 수난을 당하기도 했어요. '아이아이' 라는 이름은 원주민들이 '어' '흥' '엥' 처럼 별다른 뜻 없이 뱉어내는 감탄사예요. 너무 불길한 존재로 여겨 이름 붙이는 걸 꺼리다 보니 이런 이름이 됐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예요.
하지만 아이아이원숭이는 숲에 생명을 불어 넣어줘요. 나무 열매를 먹고 대변을 통해 씨앗을 곳곳에 퍼뜨려 숲을 울창하게 가꾸는 데 도움이 돼요. 나무에 구멍 내는 애벌레를 잡아먹어 나무가 숭숭 구멍이 뚫려 죽어가는 걸 막아주죠. 생태계 보고 (寶庫)로 알려진 마다가스카르 섬에서는 급속한 개발로 울창한 숲이 파괴돼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요. 아이아이원숭이도 그중 하나예요. 지난 30년 동안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대요.
정지섭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11월 29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