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 미국 하와이섬에서 흔한 나무인 '반얀트리' 주변으로 지역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걷고 있어요. 여러 그루 같지만 모두 같은 나무에서 뻗어나간 한 그루랍니다. / 민미정 여행가
반얀트리 (Banyan tree) 하면 고급 호텔 · 리조트 이름이 먼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원래는 인도가 원산지인 뽕나무과의 상록활엽수입니다. 높이 30m 정도까지 크게 자라는 나무입니다.
이 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가지에서 여러 '공중 뿌리 (Arial Roots)' 가 내려와 땅에 닿으면 줄기처럼 변한다는 것입니다. 땅에 닿은 부분에서는 일반적 뿌리가 나와 땅을 파고듭니다. 이후 공중 뿌리 줄기가 굵어지면서 엄마 나무 (모목 · 母木)와 이어진 자식 나무 (자목 · 子木)로 자라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나무 한 그루가 여러 그루가 뭉쳐 자라는 것처럼 작은 숲을 이룹니다. 하와이나 동남아 등 열대 · 아열대 지방에 가면 이처럼 뿌리가 내려오는 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반얀트리는 인도의 국목 (國木)으로, 인도인은 이 나무를 신성시해서 사원을 지을 때 꼭 주변에 심는다고 합니다. 사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드리워주려는 것이죠. 인도 콜카타 인근 수목원에 있는 '대바니안 (The Great Banyan)' 은 멀리서 보면 거대한 숲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 보면 나무 한 그루가 뻗어 나간 것입니다. 한 나무에서 시작해 무려 4000여 줄기가 내려와 약 6000평 넓이에 퍼졌다고 합니다.
반얀트리는 다른 나무를 칭칭 감아 양분을 빼앗고 광합성을 못 하게 해서 결국 죽이는 '교살자 (strangler) 나무' 중 하나입니다. 무서운가요? 열대 정글에서 식물의 생존 경쟁은 우리 주변의 온대 산림보다 훨씬 살벌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반얀트리가 큰 나무로 자라 작은 숲처럼 퍼져 나간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서울식물원 등 수목원 온실에도 반얀트리를 심어두긴 했지만, 가지에서 나온 뿌리가 굵어져 새 나무가 된 듯 특유한 모습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반얀트리는 우리 가까이에 있었답니다. 조그만 화분에서도 키우는 실내 식물인 '벵갈고무나무 (Ficus benghalensis)' 가 반얀트리와 같은 나무입니다. 벵갈고무나무는 동남아에서 반얀트리 가지를 잘라서 가져와 관엽식물로 만들어 키우는 것입니다. 실제로 생육 조건만 맞으면 하와이 · 동남아에 있는 거대한 반얀트리처럼 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반얀트리는 우리나라에서도 자라는 무화과나무와 같은 속 (屬)입니다. 무화과나무속 나무들은 반얀트리처럼 가지에서 뿌리가 내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주로 대만과 중국 남부에서 볼 수 있는 대만고무나무가 있습니다. 중국에선 이 나무를 룽수 (榕樹), 영어로는 차이니스 바니안 (Chinese Banyan)이라고 부릅니다. 열대 · 아열대 지역으로 여행을 가면 반얀트리처럼 줄기에서 뿌리가 내려와 풍성하게 뻗어나가는 나무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기 바랍니다.
김민철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4년 1월 15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