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팽나무]
▲ 왕팽나무 잎사귀는 잎 끝이 뾰족뾰족한 모양으로 갈라져 있다는 것이 팽나무와의 차이점이랍니다. / 위키피디아
섬유질 풍부해··· 나무껍질로 밧줄과 종이 만들었죠
팽나무는 전통적으로 마을의 정자나무 였고 사찰 입구에 많이 심어 우리에게 매우 친숙해요. 어른들이 고향을 기억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나무지요. 팽나무의 형제인 '왕팽나무' 도 있답니다. 왕팽나무도 우리나라의 자생 수종인데 그동안 주목을 많이 못 받았어요. 이번 기회에 왕팽나무의 매력을 접해보면 어떨까요?
왕팽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강원, 충북, 경북, 대구 등에 자생한답니다. 전국에 자라는 팽나무에 비하여, 왕팽나무는 자라는 곳이 매우 제한적이지요. 이 나무의 고향은 중국 동남부의 해발 100 ~ 1500m 산속이나 계곡의 비옥한 땅으로 보고 있어요. '팽나무속 (屬)' 은 왕팽나무, 팽나무를 포함해 총 66종이 알려져 있어요. 유럽,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 동북아시아, 북미, 뉴칼레도니아 등 태평양 일원에 널리 분포해요.
왕팽나무는 껍질이 회색, 잔가지가 갈색이고 키는 최대 15m까지 자라요. 꽃이 매년 4 ~ 5월에 잎이 나올 때 피고 열매는 9 ~ 10월쯤 처음 달려서 노란색 또는 검은색으로 익어가죠. 팽나무와 차이점은 잎입니다. 팽나무 잎은 뾰쪽하게 솟은 반면, 왕팽나무는 계란형 잎 끝부분이 여러 개로 울퉁불퉁하게 갈라져 마치 꼬리처럼 보인답니다. 왕팽나무잎이 팽나무잎보다 커요.
왕팽나무는 땔감이나 각종 기구를 만드는 데 쓰이고, 열매도 먹을 수 있어요. 중국에선 섬유질이 풍부한 나무껍질로 밧줄과 종이를 만들었어요. 또 예로부터 왕팽나무잎을 해독이나 통증 완화에 쓰였고 씨앗에서 얻은 기름으로 비누와 윤활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왕팽나무에 피해를 주는 병충해로는 갈색 반점, 나방이나 나비 유충 등이 있어요. 하지만 왕팽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비교적 튼튼해서 병충해 걱정은 그리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왕팽나무는 한반도에 자생하는 귀중한 나무예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식물원이나 수목원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지금까지 자생지는 우리나라 중부 지방 이남이었지만, 사실 왕팽나무는 한반도 다른 지역에서도 잘 자란답니다. 비옥하고 습한 토양을 좋아하지만 척박한 토양이나 건조한 곳에서도 비교적 잘 적응해요. 또 햇빛이 잘 비치는 곳이든 그늘진 곳이든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답니다. 추위도 잘 견디기 때문에 북쪽 지방에서도 살 수 있죠. 앞으로 하천 변이나 도로변 등 가로수로도 여기저기에 심어 왕팽나무를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 · 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4년 1월22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