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곳곳의 전시장서 열리는 특별전에 피서객 발길 이어져]
박선기 작품 ‘Origin 20240508’ 이 전시장에 설치됐다. 강원도 산불로 검게 탄 통나무를 매달았고, 인간의 기술이 더해진 금속 그릇 위에 생명의 출발인 물을 담았다. 자연과 인간의 상징, 생명의 시작과 끝이 만났다. / 유동룡미술관
미술로 더 뜨거운 한여름 제주, '아트캉스족' <아트 + 바캉스> 이 몰린다
서쪽 한림읍에 있는 유동룡미술관
프리츠커상 수상자 반 시게루가
한지로 만든 '재난 주택' 신작 공개
재일교포 건축 거장 이타미 준과
동시대 예술가 작품들 한자리에
국립제주박물관선 '이건희' 展
김창열미술관은 '물방울' 展 열어
한여름 제주는 미술로 더 뜨겁다. 폭염이 절정인데도 전시장마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건축 거장 이타미 준과 반 시게루, 물방울 작가 김창열, 이건희 컬렉션까지 지금 제주에 다 있다. 막바지 피서철 제주에서 즐기고 힐링하는 ‘아트캉스 (아트+바캉스)’ 다.
제주 한림읍 유동룡미술관에서 열리는 ‘손이 따뜻한 예술가들 : 그 온기를 이어가다’ 기획전이 애호가들 사이 화제다. 프리츠커상 수상자 반 시게루의 ‘종이 건축’ 이 야외 전시장에 놓였다.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신작 ‘한국형 재난 주택’ 이다.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 200만명의 임시 거처를 종이로 만들면서 반 시게루의 종이 건축이 시작됐다. 이번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한지를 사용해 내외벽과 바닥을 마감했고, 한국의 전통 기법인 옻칠로 방수 처리를 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내부도 감상할 수 있다. 침대와 원형 테이블, 의자까지 모두 종이로 만들었다.
그래픽 = 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유동룡미술관은 ‘바람의 건축가’ 라 불리는 재일교포 건축 거장 이타미 준 (한국 이름 유동룡 · 1937 ~ 2011)의 건축 철학을 잇기 위해 딸 유이화 관장이 설계해 2022년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선 이타미 준과 동시대를 함께한 건축가, 도예가, 미디어 및 설치 미술가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1부에선 이타미 준의 건축물인 온양미술관 (현 구정아트센터), 각인의 탑, 도쿄 엠빌딩을 소개하고, 2부에서 자연과의 공존과 회복을 주제로 탄생한 예술가들의 작업으로 이어진다. 설치미술가 박선기는 강원도 산불로 검게 탄 통나무를 매달았고, 제주에서 나고 자란 도예가 강승철은 제주 흙으로 빚은 ‘먹돌’ 을 내놓았다. 11월 30일까지. 성인 2만6000원(통합권).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유동룡미술관. 위에서 바라본 건물 모습이다. / 사진가 김용관
제주 유동룡미술관 기획전 '손이 따뜻한 예술가들'. 강승철의 '바당밭' 이 야외에 전시된 모습. / 유동룡미술관
유동룡미술관 인근에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이 있다. ‘물방울 작가’ 김창열의 다양한 물방울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소장품 기획전 ‘물방울, 찬란한 순간’ 이 열리고 있다. 어두운 밤에 홀로 빛나는 최초의 물방울부터 군집을 이룬 물방울, 음악의 리듬처럼 그려진 물방울, 물자국을 남기며 곧 사라질 것 같은 물방울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 물방울이 모여 있다.
김창열 (1929 ~ 2021)은 50년간 오로지 물방울만 그렸다. 물방울 그리는 행위에 대해 그는 “모든 것을 물방울 안에 녹여 투명한 무 (無)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 이라고 했다. 수행하듯 완성한 투명한 결정체를 내년 2월 23일까지 만날 수 있다. 성인 2000원.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외관. /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그래픽 = 김성규
제주 원도심에선 현대미술 열기가 뜨겁다. 옛 목욕탕과 술집이 색다른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에서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전시가 한창이다. 문화예술 기획사 팀서화가 기획해 아라리오 제주의 ‘프로젝트 목욕탕’ 과 ‘스페이스 탑동1′ 에서 열리는 ‘씻고 마시고 기도하라’. 지난해 프리즈 런던 어워드 수상자인 아담 파라마위와 김기대, 김혜리 등 국내외 주목받는 작가 17인의 56점을 선보인다. 9월 24일까지. 무료.
옛 술집을 개조한 아라리오 제주 '스페이스 탑동1' 에서 열리고 있는 '씻고 마시고 기도하라' 전시장 전경. / 팀서화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ㅡ고 이건희 회장 기증 특별전’이 18일까지 열린다. 이건희 컬렉션을 제주에서 만날 마지막 기회다.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제주산 붉가시나무로 짠 ‘제주궤’ 등 360점이 나왔다. 제주 동자석으로 꾸민 정원이 힐링 포인트. 무료.
국립제주박물관 동자석 정원. 제주 동자석과 문인석 모두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증한 것이다. / 국립제주박물관
제주 = 허윤희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4년 8월 12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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