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퀴현호색]
▲ 갈퀴현호색은 3~4월쯤 줄기 끝에 보통 진한 푸른색으로 꽃이 펴요. / 국립생물자원관
강원도 높은 산에서 자라··· 땅속 줄기는 '활명수' 에 들어가요
강원도 높은 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갈퀴현호색(玄胡索)'이란 식물이 있어요. 이 식물은 봄이 되면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호색과 달리 꽃받침 끝부분이 갈퀴처럼 깊게 갈라져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갈퀴현호색은 현호색과 (科) 현호색속 (屬) 식물이에요. 현호색속 식물은 북반구 온대 지역을 중심으로 465종이 자라고, 중국에 가장 많은 265종이 분포한다고 해요. 우리나라에는 약 30종이 자라는데, 그중 갈퀴현호색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 식물이죠.
갈퀴현호색은 높은 산 숲속 그늘진 곳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에요. 땅속에 지름 1 ~ 2㎝의 둥근 덩이줄기가 있고 줄기는 밑동에서 여러 개가 나오며, 높이는 10 ~ 25㎝ 정도예요. 잎은 3장으로 갈라지는 모습이 두 번 반복되는 모양으로 달려요. 작은 잎은 타원형이거나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죠. 꽃은 햇볕이 따뜻해지는 3 ~ 4월이 되면 줄기 끝에 피는데 전체적인 모습이 고깔처럼 보여요. 꽃 길이는 2 ~ 2.5㎝이며, 꿀이 들어 있는 '꽃뿔'은 1㎝ 정도로 길어요. 꽃은 보통 진한 푸른색이고, 아주 드물게 붉거나 흰색도 있어요. 꽃 아래쪽은 흰색을 띠며 꽃받침 끝이 갈퀴 모양으로 갈라진 채로 크게 발달해 꽃을 감싸죠. 갈퀴 모양 꽃받침은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보이기도 해요. 꽃잎은 총 4장으로, 입술처럼 보이는 바깥쪽 꽃잎 2장과 곤봉처럼 보이는 안쪽 꽃잎 2장이 있어요. 5월이 되면 납작한 쐐기 모양 열매가 달려 씨앗을 퍼뜨리고, 땅 위에 나와 있던 식물은 완전히 사라져요. 여름부터는 땅속 둥근 덩이줄기만 남아 다음 봄을 기다리죠.
현호색 식물의 덩이줄기는 약재로 유명해 우리가 오래전부터 약으로 먹어 왔어요. 소화제로 유명한 '활명수' 가 바로 한약재와 현호색 덩이줄기를 섞어서 만든 거예요. 한방에서는 땅 위에서 현호색 식물이 완전히 사라진 5 ~ 6월에 덩이줄기를 채취해요. 경련을 진정시키거나 진통, 타박상 등이 있을 때 다른 약재와 같이 처방해 쓴다고 하죠. 하지만 독성이 있는 식물이라 주의가 필요해요.
현호색이란 이름은 한자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식물 생김새가 잘 떠오르지 않아요. 하지만 속명을 보면 꽃 모양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속명인 코리달리스 (Corydalis)는 머리에 깃이 뚜렷한 뿔종다리 (Crested lark)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아마도 긴 꽃뿔이 달린 꽃 모양이 뿔종다리를 닮은 것으로 생각했나 봐요. 꽃 모양이 특이하고 색깔도 아름다운 현호색은 군락으로 잘 자라 관상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화단 주변 물 빠짐이 좋은 곳을 골라 한 군데 모아 심거나 화분에 심어 가꾸면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김민하 국립생물지원관 환경연구관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6월 12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