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주먹 나보다 부자인 친구에게 동정받아서 혹은 나보다 강한 친구에게 놀림당해서 울컥 화가 나 주먹을 휘둘렀을 때, 화나지 않는 또 하나의 마음이 죄인처럼 공손히 그 성난 마음 한편 구석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ㅡ 미덥지 못함. 아아, 그 미덥지 못함. 하는 짓이 곤란한 주먹을 가지고, 너는 누구를 칠 것인가. 친구인가 너 자신인가, 그렇지 않으면 또 죄 없는 옆의 기둥인가. ㅡ 이시카와 다쿠보쿠 (1886 ~ 1912) (손순옥 옮김) 다쿠보쿠의 시에서 내가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 치밀한 묘사, 자신을 치열하게 들여다보는 눈이다. 친구에게 화가 나 주먹을 휘두른 뒤 자신을 반성하고 분석하는 눈, 현대인의 고독한 눈, 그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시인이 화를 참지 못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