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

[래리 서머스의 '경제 DNA']

드무2 2023. 11. 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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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서머스의 '경제 DNA']

 

 

 

래리 서머스 (가운데) 전 하버드 총장이 2007년 6월 7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열린 하버드대학교 졸업식에서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 (오른쪽)와 전 NBA 스타 빌 러셀 (왼쪽)에게 박수를 받고 있다. 그는 28세에 하버드대학 역사상 가장 젊은 종신교수가 됐고, 38세에는 40세 이하 최고 경제학자에게 주는 클라크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1년 뒤 그는 재무부에 입성했고, 차관, 부장관을 거쳐 장관까지 지냈다. 2001년 그는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하버드대학 총장과 오바마 정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까지 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삼촌 · 외삼촌 모두 노벨상··· 美 경제 움직인 '서머스 패밀리'

 

 

 

부모도 경제학 교수··· 어려서부터 식탁서 토론 보며 자라

美 재무장관 · 국가경제위원장 지낸 뒤 하버드 총장 맡아

"부자 부모 둔 자녀들만 유리" 美 대입 제도 개혁도 요구

지도교수로 모신 이창용 "각 분야 망라하는 박식함이 특징"

 

 

 

지난 62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이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서 미 명문대의 입시 불공정 논란에 불이 붙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차제에 고가의 입시 컨설팅이 통하지 않는 개혁 조치를 주문했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부자 부모의 지원 아래 비싼 사립학교를 다닌 학생이 가난한 공립학교 출신보다 입시에 유리한 것으로 보여 불편하다” 며 “명문대는 입시 제도를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고 주장했다.

래리 서머스는 1954년 유대인 경제학자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교수, 어머니는 같은 학교 경영대 교수였다. 삼촌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MIT 교수인 폴 새뮤얼슨이었으며 외삼촌 역시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 스탠퍼드대 교수였다. 서머스는 어렸을 때부터 식탁에서 친척들의 열띤 경제학 토론을 지켜보며 자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경제적 합리성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집안 내력답게 그는 28세에 하버드대학 역사상 가장 젊은 종신교수가 되었고, 38세에는 40세 이하 최고 경제학자에게 주는 클라크 메달을 수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서머스에 대해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재정학 · 노동경제학 · 거시경제학 · 금융경제학 · 경제발전론 등 각 분야를 망라하는 박식함이 가장 큰 특징” 이라고 평했다.

 

 

 

래리 서머스의 삼촌인 폴 새뮤얼슨 (왼쪽)은 197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이론경제학자이자 MIT 교수. 외삼촌인 스탠퍼드대 케네스 애로 교수 역시 197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28세에 하버드대학 최연소 종신교수

이후 서머스는 대통령 경제자문위원, 세계은행 수석 분석관을 거쳐 1993년 재무부에 입성해 차관, 부장관을 거쳐 장관으로 승진했다. 그가 부장관 시절인 1997년 말, 재무부 유대인 3인방이 우리나라 IMF 사태를 막후에서 거칠게 다루며 조종했다.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래리 서머스 부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차관보가 그들이다. 그는 2001년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하버드대학 총장을 지냈고, 오바마 정부 시절 국가 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일했다.

서머스는 2021년 6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연준 판단은 잘못된 것’ 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올 3월에는 “나는 6개월 후가 두렵다” 며 “팬데믹 기간의 경기 부양책 덕분에 쌓인 국민들의 초과 저축이 곧 바닥을 보이면서 경제가 순식간에 급락하는 ‘에어포켓’ 에 도달할 수 있다” 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4월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세계의 다른 권력들 (중국, 오펙 +, 브릭스)이 연합하고, 아직 연합하지 않은 국가들 사이에서도 호감을 얻는 것을 보면서 미국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불안한 징후’ 가 나타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파워가 뭉치면서 미국이 소외되고 있다” 고 걱정하며 “우리는 역사의 옳은 편에 있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 러시아에서의 공격에 대한 저항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미국은 외로워지고 있다” 고 진단했다. 과연 서머스가 걱정하는 불안한 징후들과 걱정이 어떠한 것들인지 살펴보자.

서머스는 ‘중국, 오펙+, 브릭스’ 의 포위 전략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중국은 1조달러 이상의 공을 들인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주변국들을 포섭하고 있다. 초원과 대륙, 해상의 3개 실크로드에 걸친 일대일로 선상의 국가만 64국이다. 그리고 중국과 협약을 체결한 국가는 151국에 달해 세계 195국의 4분의 3이 넘는 수치이다. 또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상하이협력기구’ (SCO)도 정회원 9국, 준회원 3국, 협력 파트너 13국인데 최근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입을 신청했다. 지난해 22차 정상회의에서는 탈달러화를 위한 회원국 간 독자 결제 시스템 개발과 SCO 개발은행 창설 논의가 주 의제였다.

오펙 플러스 (OPEC+)는 기존 석유수출국기구 (OPEC) 14국과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등 24국이 석유 정책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미국이 셰일가스 덕분에 석유 수출국이 되자 중동의 전략적 가치가 감소했다. 걸프만 주둔 미군을 감축하고 항공모함 2척을 남중국해로 이동시켰다.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서의 일방적 철수는 중동 산유국들을 불안케 했다. 이 틈을 비집고 중국이 들어왔다. 지난해 말 시진핑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걸프만 6국과 21개 아랍연합 국가와의 정상회의를 연달아 가지면서 ‘중국-아랍 운명공동체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하고 연도별 세부 공동 행동 계획을 마련했다. 이때 등장한 ‘운명공동체’라는 단어가 강렬하다. 이후 중국의 중재로 오랜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브릭스 경제동맹체의 확대 계획도 예사롭지 않다. 브릭스는 B 브라질, R 러시아, I 인도, C 중국, S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5국. 올 초 러시아 외무부는 가입 희망국 수가 20국에 달한다고 밝혔다. 브릭스는 올 8월 남아공 정상회의에서 조직 확대와 브릭스 공동 통화 발행 계획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6월에 브릭스 외무장관 회의가 먼저 열렸다. 여기에 브릭스 가입을 희망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15국 외무장관이 초대되었다. 그리고 올 3월 러시아 국회 부의장에 의하면, 브릭스 공동 통화 1단계는 특정국 화폐를, 2단계는 디지털 화폐를, 최종 3단계는 금과 희토류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그의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 시절 지도 교수가 래리 서머스다. / 사진공동취재단

 

 

 

부메랑이 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시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기후협약 일방적 탈퇴, 이란 핵협정 일방 파기로 유럽 동맹국들을 경악시키더니 더 나아가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선언과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일시에 이슬람 연합 57국의 등을 돌리게 했다. 미국의 뒷마당이라 여겼던 중남미마저 7년째 미국과 캐나다를 뺀 33국이 중남미 · 카리브 공동체 정상회의를 열고 있다.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의 변화도 맥락은 비슷하다. 올 1월 다보스 포럼에서 EU 집행위원장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에 대응하는 유럽 ‘탄소중립산업법’ 발표 과정에서 미국과 다른 중국 접근 방식인 디리스킹을 주장했다. 이후 프랑스 마크롱은 중국 방문 이후 “우리가 미국의 종속국이냐” 고 외치며 대만 문제 등에 미국의 추종을 거부하며 전략적 자율성을 주장했다.

미국 내부 반발도 거세다. 헨리 키신저, 래리 서머스에 이어 현직 장관인 재닛 옐런마저 중국과 디커플링은 미국에 재난이 될 것” 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기업인들의 반발도 잇달았다. 일론 머스크는 미 · 중 경제가 ‘샴쌍둥이’ 라며, “디커플링을 반대” 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도 “태평양 양쪽에서 서로 고함만 질러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서로 진정한 관계를 희망한다” 고 말했다. 빌 게이츠 방중 때는 시진핑 주석이 그를 직접 만나 대중국 AI 투자를 협의했다. 중국의 제재 대상 기업 마이크론조차 중국 시안에 8000억원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집단 반발도 있었다. ‘인도 · 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IPEF)가 중국 배제 ‘공급망 협력 협정’ 맺기 전날인 5월 26일 미국 상공회의소와 200대 기업 모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등 재계 단체들이 ‘중국 배제 공급망에 반대한다’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도 디커플링 정책의 문제를 인지했다. 미중 무역 전쟁 이후 2년간 고율의 관세와 무역 장벽으로 대중 수입 물량을 줄여봤으나 이제는 오히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물량이 예전보다도 훨씬 늘어났다. 중국의 저렴한 상품 수입이 어려워지면 인플레이션마저 잡기 힘들었다.

서머스 경고의 함의는 명확하다. 미국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미국이 자국 지상주의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큰형님답게 우방을 포용하여 세계의 리더로 거듭나길 바란다. 한국전에서 미국은 그들 젊은이의 피로 한국을 지켜주었다. 미군 사망자 3만6574명, 부상자 9만2134명, 실종 또는 포로 8167명이었다. 어찌 우리가 이를 잊겠는가. 미국 파이팅!

 

 

 

’경제 우선’ 실용 택한 국가들

우크라 전쟁 발발 뒤 127개국이 중립 지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을 지지한 나라는 52국, 러시아를 지지한 나라는 12국,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중립을 지킨 나라는 127국이었다.

지난 4월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는 이들 중립국 중 경제 규모가 비교적 큰 나라 25국을 선정해 ‘거래형 (transactional) 25국 (T-25)’ 이라고 명명했다.

이 나라들이 초강대국 사이에서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양쪽과 거래하듯 (transactional) 실용적으로 처신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이스라엘이 끼어있다. 최근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지난해에는 수입 시장마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입 시장이 되었다. 세계 수입 시장 점유율이 홍콩을 포함해 13.5%에 달해 12.9%의 미국을 추월했다. 현재 140국 이상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 중국이다. 미국이 최대 교역 대상국인 나라는 30국 정도이다. 국제 정치 관계보다 통상과 경제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가 많다 보니 미국의 줄 세우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23년 7월 18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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