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동물 이야기

[흑범고래]

드무2 2024. 1. 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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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범고래]

 

 

 

 흑범고래는 몸 대부분이 까무잡잡하고, 다 자라면 몸길이가 6m에 달해요. / 미국해양대기관리처

 

 

 

공동 사냥하고 같이 식사··· 6 ~ 7년에 한 번씩 새끼낳아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전남 완도군 여서도 바다에서 얼마 전 흑범고래 떼가 이동하는 모습이 발견됐어요. 주로 동해와 남해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흑범고래가 남해 중에서도 서쪽인 이 지역에서 발견된 건 아주 드물어서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대요. 흑범고래는 몸 대부분이 까무잡잡하고, 배 쪽 일부만 옅은 회색을 띠는 고래예요. 다 자라면 몸길이는 6m, 몸무게는 1400㎏까지 나간답니다. 육상 포유동물의 앞발에 해당하는 가슴지느러미는 니은 (ㄴ)자 형태로 살짝 구부러졌고, 꼬리지느러미는 전체 몸 크기에 비해 아주 작은 편이에요.

태평양 · 대서양 · 인도양 등 전 세계의 모든 큰 바다에서 흑범고래를 볼 수 있어요. 이름은 범고래와 연관이 있답니다. 우선, 흑범고래는 '검은 범고래' 라는 뜻이고요. 영어 이름은 '가짜 범고래' 라는 의미의 '폴스 킬러 웨일 (false killer whale)' 이에요. 흰색과 검은색 무늬를 한 범고래는 몸길이가 10m까지 자라고 다른 고래와 상어, 물개까지 잡아먹는 무서운 사냥꾼이에요. 흑범고래도 몸 색깔만 다를 뿐 머리 모양과 몸통 등이 범고래와 비슷해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하지만 같은 고래 무리 중 범고래와 가깝지는 않대요.

고래는 대개 지능도 높고 사회성이 아주 강해서 체계적인 무리 생활을 하는데, 흑범고래도 예외는 아니에요. 몇 마리씩 작은 무리를 짓고, 이 작은 무리끼리 연합해서 큰 무리를 형성하죠. 때때로 무리를 완전히 해산한 다음 새로 무리를 구성하기도 해요. 주 먹잇감은 물고기와 오징어인데, 만새기나 다랑어 같은 커다란 물고기도 곧잘 사냥해요. 사냥은 무리가 함께 힘을 합쳐서 하고, 잡은 먹잇감도 사이좋게 나눠 먹어요. 이렇게 공동사냥 · 공동식사를 하며 무리는 더욱 단단해지죠.

수명은 60년 정도인데, 8살 정도 되면 번식할 수 있어요. 암컷은 11 ~ 16개월 임신 기간을 거쳐 새끼를 낳는데 두 살 될 때까지 직접 젖을 먹이고 바다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요령을 가르치죠. 이렇게 젖 먹이고 키우는 데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리다 보니 6 ~ 7년에 한 번씩만 번식하고, 40살 중반이 되면 더 이상 임신을 하지 않아요. 이후 암컷은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고 다른 어린 암컷들의 새끼를 돌봐준대요. 초보 엄마들에게 경험을 전수해 주는 할머니 역할을 하는 거죠.

다른 고래와 비교해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종류가 다른 고래와 잘 어울린다는 거예요. 그중 자신보다 덩치가 조금 왜소한 큰돌고래와 무리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유독 많이 발견돼요. 심지어 흑범고래와 큰돌고래가 짝을 지어 교잡종이 태어나기도 했대요. 흑범고래와 큰돌고래가 왜 이렇게 각별한 관계인지는 뚜렷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대요.

흑범고래는 바다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천적이 거의 없지만, 자신보다 덩치가 큰 범고래나 상어에게 공격받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가장 무서운 적은 인간이랍니다. 주요 먹잇감이 물고기이다 보니 어선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자주 있거든요.

 

 

정지섭 기자

 

도움말 =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이경리 해양수산연구사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11월 1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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