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얼씨구 국악

[우리 주변에서 들리는 국악]

드무2 2024. 8. 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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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들리는 국악]

 

 

 

 2015년 서울 종로구 종묘 영녕전 앞에서 종묘제례악 공연이 열리는 모습. / 장련성 기자

 

 

 

지하철 <서울> 안내방송 음악, 경기 민요를 현대적으로 해석했죠

 

 

 

20세기 중반 이후 등장한 창작 국악

KTX 종착역 도착음 등 일상서 들려

대중가요와 비슷한 멜로디도 많아요

 

 

 

지하철이 역에 도착했을 때 안내방송과 함께 국악 소리가 들릴 때가 있어요. 드럼 비트에 맞춰 흘러나오는 가야금의 청량한 음색은 꾸벅꾸벅 졸던 승객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답니다. 작년부터 서울 지하철 1 ~ 8호선에서 나오는 국악곡은 박경훈 작곡가가 만든 '풍년' 이라는 곡입니다. 2009년부터 14년 동안은 김백찬 작곡가의 국악곡 '얼씨구야' 가 나왔다고 하네요.

그런데 박경훈 작곡가의 '풍년' 은 처음 듣는 사람도 낯설지 않았을 거예요. 이 곡이 우리에게 익숙한 민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바로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금수강산에 풍년이 왔네.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다' 로 시작하는 경기 민요 '풍년가' 입니다. 박경훈 작곡가의 '풍년' 은 여기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덧입혀 새롭게 만든 '창작 국악' 이에요.

김백찬 작곡가의 '얼씨구야' 도 창작 국악입니다. 자진모리장단 '덩 ~ 덕 쿵덕 쿵 ~ 덕 쿵덕' 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통악기의 소리를 담은 곡이지요. 고속열차 KTX가 종착역에 도착하면 들리는 국악도 강상구 작곡가의 창작 국악 '해피니스 (Happiness · 행복)' 예요. 이렇게 일상에서 접하는 국악 중에는 창작 국악이 많습니다. 창작 국악은 전통 국악과 어떻게 다를까요?

 

 

창작 국악, 서양 오선보에 그려

전통 국악은 작곡한 사람을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이 음악을 다양하게 변주했기 때문이에요.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직접 음악을 만드셨다' 는 기록도 있지만, 지극히 일부 사례일 뿐이지요.

창작 국악은 20세기 중반에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어요. 이때부터는 '국악 작곡가' 들이 대거 등장해 자기 이름을 걸고 독창적인 색깔을 담은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죠. 이렇게 작곡가가 명확한 현대 국악을 기존 국악과 구분해서 '창작 국악' 이라고 부른답니다. 또 창작 국악은 서양에서 음악을 눈에 보이게 표기할 때 쓰는 오선보를 활용해 작곡합니다. 김기수, 지영희, 김희조, 황병기, 이성천, 박범훈 등이 유명한 창작 국악 작곡가예요.

황병기 작곡가의 '미궁' 은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느낌을 표현한 창작 국악으로 유명해요. '세 번 들으면 죽는다' 는 괴담이 생길 정도였죠. 박범훈 작곡가의 '신모듬' 은 관악기와 현악기, 타악기가 함께 연주되는 국악 관현악 장르를 대표하는 명곡입니다. 꽹과리와 장구, 북, 징으로 연주하는 신명 나는 사물놀이가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등 국악 관악기 및 현악기와 어울려 서양의 오케스트라처럼 웅장한 소리를 만들어 내지요.

1985년에 혜성처럼 나타난 국악 그룹 '슬기둥' 은 새로운 창작 국악을 보여줬어요. 그전에도 창작 국악 작곡가들이 자기만의 개성을 음악에 담아냈지만 사용하는 악기와 장단 등은 전통 그대로였어요. 그런데 슬기둥은 국악 악기와 장단을 기반으로 하되, 기타나 신시사이저 등 다양한 서양 악기를 함께 활용해 대중가요와 비슷한 멜로디를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황병기 작곡가가 가야금을 연주하는 모습. / 국립국악관현악단

 

 

 

양반과 중인이 즐긴 정악

그렇다면 조선 시대까지 우리 선조들은 어떤 음악을 연주하고 감상했는지도 알아볼까요? 전통 국악은 크게 양반과 중인이 즐긴 '정악 (正樂)' 과 서민이 즐긴 '민속악 (民俗樂)' 으로 나눌 수 있어요. 조선 후기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그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졌지만, 정악과 민속악은 시작점에 차이가 있어요.

정악은 조선 후기 양반들과 중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 낭송과 서예 등 취미를 즐기던 '풍류방' 에서 직접 연주하거나 감상했던 음악을 의미해요. 실학자로 유명한 홍대용과 박지원은 풍류방에서 음악을 즐기는 것을 무척 좋아했어요.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도 풍류방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오늘날에는 조선 시대 궁중에서 있었던 각종 제사 의식과 잔치에 활용한 음악까지도 모두 정악이라고 부릅니다. 즉, 상대적으로 신분이 높았던 계층에서 향유한 음악을 정악이라고 하는 거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제례악' 과 1970년 제1회 유네스코 아시아 음악제에서 최우수 전통음악으로 선정된 '수제천' 또한 정악으로 분류됩니다.

 

 

 

 2015년 서울 종로구 종묘 영녕전 앞에서 종묘제례악 공연이 열리는 모습. / 장련성 기자

 

 

 

민속악은 서민들이 즐겨

반면 민속악은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신분이 낮은 서민들이 만들고 감상했던 음악이에요. 민속악을 대표하는 장르에는 '판소리' 가 있어요. 판소리는 조선 숙종 무렵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춘향이와 이몽룡의 사랑, 효녀 심청이, 흥부와 놀부 같은 이야기를 노래로 부르며 지배층에 대한 반발심을 해학적으로 풀어냈죠. 그래서 판소리에는 삶의 어려움을 즐겁게 이겨내려는 서민들의 마음이 담겨 있답니다. 트로트 가수 송가인씨와 양지은씨도 판소리 전공자라고 하네요.

초등학교 음악 수업 때 많이 접하는 '아리랑' '도라지타령' '천안삼거리' 등의 민요, 네 가지 타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인 '사물놀이' 등도 모두 민속악에 해당해요. 민속악은 전통적으로 대중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기에 정악보다는 귀에 친숙한 편입니다. 음악에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대중음악과도 비슷하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민속악은 현대적인 창작 국악의 모티브로 자주 활용된답니다.

 

 

 

 판소리 '흥보가' 의 한 장면. / 김영근 기자

 

 

 

이동희 경인교대 음악교육과 교수

 

기획 · 구성 = 오주비 기자 (jubi@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4년 3월 28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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