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스라소니]
최근 개체 수가 늘어난 멸종 위기 동물 이베리아스라소니. / 세계자연기금 (WWF)
다른 고양잇과 맹수보다 쫑긋 선 귀··· 20년 전 100마리서 최근 1600마리로 늘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사는 이베리아스라소니가 1668마리까지 늘어났다고 스페인 환경부가 최근 발표했어요. 20년 전 100마리도 채 남지 않아 멸종 위기에 몰렸지만, 꾸준한 보호 노력이 결실을 본 거죠. 스라소니는 사자나 호랑이, 표범, 삵 등과 마찬가지로 고양잇과에 속해요. 다른 고양잇과 맹수들에 비해 덥수룩한 털과 쫑긋 선 귀, 길쭉한 다리와 짧고 뭉툭한 꼬리 등이 특징이죠.
스러소니는 사는 곳에 따라 종류가 나뉘어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스라소니랍니다. 스라소니 무리 중에 가장 큰 것은 한반도 북부부터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동유럽, 북유럽에 걸쳐 사는 유라시아스라소니로, 몸길이가 최장 130㎝나 돼요. 이베리아스라소니는 110㎝로 그보다 조금 작아요. 몸통과 다리에 난 점박이 무늬가 유라시아스라소니보다 또렷하죠.
스라소니 특유의 쫑긋 서 있는 귀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여러 추측이 나옵니다. 주변 소리를 잘 들어서 먹잇감을 찾거나 위험을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요. 이베리아스라소니가 주로 사는 곳은 참나무와 덤불 등이 우거진 지중해성 삼림 지대예요. 더운 여름에는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으로 생활하다, 추운 겨울이 되면 반대로 해가 떠 있을 때 활발하게 움직이죠.
이렇게 계절에 따라 행동 습성이 바뀌는 건 주된 먹잇감인 토끼의 습성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해요. 토끼의 생활 습관을 꿰뚫고 있어야 사냥하기 쉽다는 거죠. 실제로 이베리아스라소니의 먹잇감 대부분이 토끼래요. 새나 쥐, 멧돼지, 사슴, 염소 등도 사냥하지만, 토끼를 찾기 어려울 때에야 다른 먹잇감을 노린대요. 간혹 무리를 지어서 함께 사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기만의 세력권을 갖고 단독 생활을 해요.
이베리아스라소니는 12 ~ 2월에 짝짓기를 하면 보통 3 ~ 4월에 새끼를 많게는 네 마리, 적게는 한 마리 낳아요. 바위틈이나 나무 아래 움푹 팬 구덩이 등에 보금자리를 꾸미는 데, 어미는 통상 열 달 정도인 육아 기간에 3 ~ 4번 이사한대요. 새끼 배설물 냄새 등을 맡고 포식자들이 접근하는 걸 막고, 한곳에 오래 있어 기생충이 번식하는 걸 피할 수 있거든요.
이베리아스라소니는 과거 남유럽에서 가장 큰 고양잇과 맹수로 일대를 호령했지만, 삼림 개간으로 숲이 파괴되고 마구잡이로 사냥당해 멸종 직전까지 갔죠. 그러자 유럽연합 (EU)이 보호와 복원에 나섰어요. EU는 우선 이베리아스라소니를 법적보호종으로 지정했어요. 또 야생 스라소니를 생포해 번식시켜 수를 불린 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숲에 방사했어요.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을 막고자 울타리 등 안전 시설도 설치했고요. 이런 보호 정책이 효과를 얻으면서 최근 숫자가 부쩍 늘어난 거죠.
정지섭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6월 14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