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강아지] 일러스트=양진경 눈과 강아지 지그재그로 발자국을 찍으며 강아지 한 마리 눈 위로 겅중겅중 달린다 컹컹컹컹 달린다 한 골목을 지나 또 다른 골목으로 아무것도 씌어지지 않는 골목으로 아무것도 씌어지지 않는 골목으로 강아지는, 강아지는 달리고 또 달린다 이제 강아지의 앞발도 보이지 않는다 ㅡ 최하림 (1939 ~ 2010) 최하림 시인은 ‘이슬방울’ 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이슬 / 방울 / 속의 / 말간 / 세계 / 우산을 / 쓰고 / 들어가 / 봤으면”이라고 짧게 썼는데, 이 시에는 그야말로 ‘말간 세계’ 가 있다. 설레어서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동심도 들어 있다. 강아지도 흥분되어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강아지가 눈 위에 찍은 발자국을 보아도 그렇다. 펄펄 날리는 눈송이처럼 좌우로 뛴다. ‘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