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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한 송이]

[농담 한 송이]    일러스트 = 양진경    농담 한 송이 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농담 한 송이 따서 가져오고 싶다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끝끝내 서럽고 싶다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살고 싶다 ㅡ 허수경 (1964 ~ 2018)    비탄에 잠긴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는 설움이 괴어 있다. 마음의 동굴에는 비애가 종유석처럼 매달려 있다. 빛이 차단된 우묵한 곳. 시인은 그 사람 마음의 공간을 바꾸려고 애쓴다. 그와 나 사이에 오가는 한마디 농담을 통해서. 화사한 꽃송이 같은 농말의 언어를 던지고 건넴으로써. 다른 시에서 썼듯이 그것을 “가장 마지막까지 반짝거릴 삶의 신호” 로 여겨서. 갓 딴 농담은 생것이므로 비릿할 테다. 게다가 농담은 곧 시들 것이다.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일러스트 = 박상훈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녘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ㅡ 김종삼 (1921 ~ 1984) 김종삼 시인이 이 시를 발표한 때는 등단한 지 서른 해 가까이 되었을 때였다. 거의 서른 해 동안 시를 썼지만 시인은 정작 시를 모르고, 시인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겸손의 말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지만 시행을 따라가며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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