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한 송이] 일러스트 = 양진경 농담 한 송이 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농담 한 송이 따서 가져오고 싶다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끝끝내 서럽고 싶다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살고 싶다 ㅡ 허수경 (1964 ~ 2018) 비탄에 잠긴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는 설움이 괴어 있다. 마음의 동굴에는 비애가 종유석처럼 매달려 있다. 빛이 차단된 우묵한 곳. 시인은 그 사람 마음의 공간을 바꾸려고 애쓴다. 그와 나 사이에 오가는 한마디 농담을 통해서. 화사한 꽃송이 같은 농말의 언어를 던지고 건넴으로써. 다른 시에서 썼듯이 그것을 “가장 마지막까지 반짝거릴 삶의 신호” 로 여겨서. 갓 딴 농담은 생것이므로 비릿할 테다. 게다가 농담은 곧 시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