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식물 이야기

[고마리]

드무2 2024. 3. 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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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리]

 

 

 

 고마리 꽃은 맑은 흰색부터 진한 붉은색, 끝부분만 붉은색을 칠한 듯한 흰색까지 색이 다양해요. / 국립생물자원관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물을 맑게 정화하는 고마운 식물이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수질 정화 능력이 뛰어난 고마운 식물이 있어요. 우리나라 전국에서 햇볕이 잘 드는 개울가나 물웅덩이 주변에 수북하게 모여 자라는 고마리예요. 고마리는 줄기가 땅에 닿는 마디마다 뿌리가 내려 군락을 이뤄 자라요. 수많은 뿌리를 통해 오염 물질을 흡수해 물을 맑게 하고 꽃까지 피면 주변을 화사하게 만들죠.

고마리는 마디풀과 (科)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덩굴 식물처럼 엉키거나 아래쪽 줄기가 옆으로 자라 높이를 가늠하기 어려워요. 보통 1m까지 자라고 줄기에는 능선을 따라 아래로 향한 짧고 연한 가시가 있어요. 가시가 날카롭지 않아 손으로 만져도 그리 따갑지는 않아요. 그래도 맨살에 쓸리면 아프니 조심해야 해요.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있으나 윗부분에 나는 잎에는 잎자루가 거의 없어요. 잎자루가 붙은 부분에는 통 모양 턱잎이 있어요. 턱잎은 잎자루 밑에 붙은 작은 잎을 말하는데, 어린 눈이나 잎을 보호해 줘요. 줄기를 둘러싸고 있는데, 윗부분은 작은 녹색 잎처럼 생겼고 가장자리에는 가는 실 같은 털이 있어요.

고마리 잎은 정말 특이하게 생겼어요. 길이 5 ~ 9㎝ 정도인데, 끝은 뾰족하고 중간은 달걀 모양이면서 밑 부분은 양쪽으로 벌어진 귀가 있어요. 꼭 창검처럼 보이죠. 잎 가운데 부분에는 검은 반점이 있어 눈에 띄어요. 검은 반점은 어렸을 때는 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흐려지기도 해요.

꽃은 무더운 여름이 끝나는 시점부터 가을 끝까지 계속 피며 줄기 끝에 7 ~ 20개씩 모여 피어요. 맑은 흰색부터 분홍색, 진한 붉은색, 끝부분만 붉은색을 칠한 듯한 흰색까지 정말 환상적이죠. 활짝 핀 꽃 크기가 5㎜ 정도로 새끼손톱보다 작지만, 8개 수술과 3갈래로 갈라진 암술대가 어우러진 앙증맞은 꽃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죠.

꽃잎 5장처럼 보이는 부분은 사실 꽃받침이 변형된 거예요. 꽃잎에 붙어 있는 수술대 아랫부분을 보면 수술대 사이마다 노란색 꿀샘 (밀선)이 있어요. 꿀을 먹기 위해 곤충들이 모여드는 걸 쉽게 볼 수 있죠. 고마리는 가을에 접어드는 시기 곤충들에게 꿀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밀원식물이라고 해요. 10~11월에 메밀과 비슷한 삼각형의 황갈색 열매가 익어요. 씨를 방출하기 위해 쪼개지는 틈이 없고, 한 개의 씨로만 이루어져 있는 마른 열매 (여윈 열매)예요.

흔하게 고마리를 볼 수 있는 것은 뛰어난 번식 전략 때문이에요. 땅에 닿는 줄기 마디에서 뿌리가 내리고 새로운 줄기가 돋아나 금세 군락을 이루죠. 씨앗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퍼뜨려요. 지상부 꽃은 곤충들의 도움으로 열매를 맺고 지상부가 잘리거나 물에 휩쓸려도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땅속줄기 끝 부분에도 닫힌꽃 (폐쇄화)이 피어 바로 열매가 달린다고 해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10월 16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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