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레나무]
▲ 빌레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라요. / 국립생물자원관
우리나라는 제주도서만 자라요··· 공기 정화 기능 있다는 연구도
이름이 제주도 말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모르고 들으면 외국에서 왔다고 오해하기 쉬운 나무가 있어요. 2003년 제주도에서 처음 채집돼 미 (未)기록종으로 2006년 발표된 빌레나무예요. '빌레' 는 제주도 말로 널따랗고 평평한 큰 돌을 말해요. 넓은 암반이 노출돼 있고 흙 깊이가 얕은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점을 고려해 붙인 이름이래요. 미기록종은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고 이미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자라는 것이 처음 밝혀진 생물을 말해요. 이 나무는 몇 년 전 실내 공기 정화 기능이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어요.
빌레나무는 중국과 일본 남부, 동남아시아 등 따뜻한 지역에 널리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귀한 나무예요. 빌레나무속 (屬)은 전 세계적으로 200여 종에 달하는 거대한 속인데, 서로 어느 정도 가까운지를 밝혀 체계적으로 종을 구별하고 정리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최근까지도 분류학자를 괴롭히는 식물이라고 해요.
빌레나무는 제주도 곶자왈에서 종가시나무가 많은 숲속과 숲 가장자리에 드물게 자라요. 키가 작은 늘푸른나무예요. 줄기는 높이 1 ~ 2m까지 자라고, 가지를 많이 쳐요. 땅에 닿는 마디에서 뿌리가 나오죠. 잎은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의 긴 타원형이며, 길이 5 ~ 17㎝로 비교적 큰 편이에요. 잎은 광택이 있는 가죽 느낌이 나며, 앞면은 짙은 녹색이고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 톱니가 있어요. 윤기가 나는 잎은 숲속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면 빛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죠.
꽃은 4 ~ 5월 잎겨드랑이에 흰색 또는 연한 노란색으로 피는데,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꽃 여러 송이가 모여 달리는 총상꽃차례로 달려요. 꽃 길이는 보통 5㎜ 정도로 마치 작은 항아리가 대롱대롱 달린 것처럼 보여요. 꽃부리 안쪽에는 수술 5개가 있고, 머리가 세 갈래로 갈라진 암술 1개가 살짝 보여 앙증맞아요. 열매는 지름 4 ~ 6㎜ 둥근 모양이며 다육질이라 부푼 것처럼 보여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우유 빛깔 같은 흰색에서 누런빛이 도는 흰색으로 익어요.
빌레나무가 속하는 빌레나무속 식물은 옛날부터 전통 의학과 민간에서 다양한 질병 치료에 이용했어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들 식물에서 다양한 화합물을 추출하고 그 효능을 밝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그 결과 항균, 항암, 항산화, 항염 등 다양한 약리학적 효과가 밝혀졌고, 플라보노이드 · 알칼로이드 · 스테로이드 등 물질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어요. 앞으로 이런 연구가 더 활발하게 진행돼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치료제로 개발될 수도 있다고 하니 기다려보면 좋겠어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12월 18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