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과 운동]
▲ / 그래픽 = 진봉기
장내 특정 미생물이 운동 욕구 강하게 만든대요
우리 몸속 장애 미생물 4000 ~ 1만종
미생물이 '운동 행복감' 물질 만들어
운동하면 장내 미생물도 늘어나요
새해가 밝았어요. 새해를 맞아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결심은 "운동 좀 열심히 해야지" 예요. 새해엔 더 건강하게 살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래서 새해 벽두부터 헬스장에 나가고 열심히 달리죠. 하지만 끝까지 지속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세계적 경제 전문지 '포브스' 조사에 따르면 새해 결심이 평균 3.74개월이면 깨진다고 해요. 그런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가 운동을 포기하는 원인이 '몸속 장내 미생물이 도와주지 않아서' 일 수 있대요. 장내 미생물이 어떤 역할을 하기에 그럴까요?
장내 미생물은 '제2의 게놈'
우리 몸속 미생물 대부분은 장내 미생물이에요. 보통 4000 ~ 1만종쯤 있죠. 장내 미생물은 세포 수보다 2배 이상 많고, 유전자 수보다는 약 100배 많아요. 몸속 미생물을 빼놓고는 인간의 몸을 논할 수 없을 정도예요. 그래서 장내 미생물을 '제2의 게놈' 이라고 불러요.
장내 미생물은 인간의 면역계, 대사 활동, 정신 건강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몸속 세포와 긴밀하게 신호와 자극을 주고받으며 세포 능력을 극대화하거든요. 이를 통해 인간이 외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장내 미생물이 없다면 음식을 소화할 수도 없어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미생물학과 크리스토프 타이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러한 장내 미생물이 사람의 운동 욕구도 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유전적으로 다양한 생쥐 실험을 통해서였죠.
연구팀은 운동 능력을 결정하는 요인을 찾기 위해 여러 쥐의 유전체 염기 서열, 세균 종류, 혈중 대사 산물 등을 조사해 데이터를 기록했어요. 그다음 러닝머신이나 쳇바퀴에서 매일 생쥐들이 자발적으로 달리는 거리와 지구력을 측정했어요. 어떤 쥐는 쳇바퀴에서 48시간 동안 30㎞ 이상을 달렸고, 어떤 쥐는 거의 달리지 않았어요. 연구 결과, 쥐들의 달리기 활동 차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유전학적인 게 아니었어요. 특정한 장내 미생물의 존재 여부에 달려 있었죠. 물론 유전 요소가 전혀 상관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 영향이 미미했어요.
박테리아가 운동 욕구 강화시켜
쥐의 운동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미생물은 박테리아 두 종류였어요. 이 미생물을 갖고 있는 쥐는 운동을 좋아했어요. 두 박테리아가 쥐가 운동을 할 때 행복을 느끼도록 관여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지방산 아미드' 라는 물질을 만들어 냈어요. 지방산 아미드는 척추를 통해 뇌와 연결된 장내 감각 신경계를 자극해 뇌가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더 분비하게 했어요. 도파민은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내는 호르몬이랍니다.
두 박테리아를 가진 쥐는 운동할 때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됐어요. '행복 호르몬' 도파민 덕분에 운동하려는 쥐의 욕구가 강해졌고, 운동 능력도 향상됐어요. 운동을 많이 하는 쥐는 운동을 하다 쾌감을 느끼는 이른바 '러너스 하이 (Runner's high)' 도 더 많이 경험했어요. 반면 인위적으로 두 박테리아를 없앤 쥐는 유전적 차이와 관계없이 운동량이 절반으로 감소했어요.
이런 현상에 대해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이 장 속 신경을 자극해 뇌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고 쥐가 더 운동하고 싶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어요.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 실렸어요.
연구팀은 사람에게서는 장과 뇌 사이 어떤 경로가 운동 욕구를 샘솟게 하는지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해요. 만일 장과 뇌 사이 연결 고리가 확인된다면 우리가 꾸준히 운동을 하도록 하는 방법이나 효과적으로 운동량을 늘리는 비결도 찾을 수 있을 거래요.
앉아만 있는 사람, 장내 미생물 적어
한편 역으로 꾸준한 운동이 장내 미생물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연구도 나왔어요. 미국 하버드대 의대 미생물면역학과 알렉산더 코스틱 교수팀은 꾸준하게 운동해 온 장거리 주자와 평소 앉아있기만 해서 운동 부족인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비교했어요. 또 2015년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한 선수 15명에게서 마라톤을 시작하기 일주일 전과 마라톤이 끝나고 일주일 뒤 대변 샘플을 각각 수집했어요. 그리고 샘플에 든 미생물의 유전 정보를 분석했죠.
그 결과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운동선수에게 '베이요넬라속 (屬) 박테리아' 가 풍부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앉아있기만 좋아하는 사람 장 속에는 베이요넬라가 거의 없었어요. 또 마라톤을 하기 전보다 뛰고 난 후에 이 박테리아가 급증했어요. 운동만으로 미생물 구성이 바뀐 셈이에요. 베이요넬라는 운동할 때 근육에서 생성되는 젖산을 지방산으로 분해해요. 이 부산물이 근육에 에너지원을 공급해 운동 능력을 높여주는 거래요.
새해 결심은 삶의 활력을 되찾기 좋은 방법이에요. 새해엔 운동을 많이 해서 더 건강해지겠다는 결심을 하면 어떨까요. 새해 운동 결심을 지키도록 해주는 마법 같은 해법은 없답니다. 그렇지만 일단 꾸준히 운동을 시작한다면 장내 미생물이 우리에게 운동 욕구가 생기게 도와준다고 하니까요. 장내 미생물의 응원을 받아 새해엔 꼭 운동 결심을 이뤄보자고요.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 · 구성 = 김윤주 기자 (yunj@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4년 1월 2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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