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급유]
▲ / 그래픽 = 유재일
2021년 우주서 연료 공급 성공··· 위성 수명 5년 늘렸죠
연료 부족으로 버리는 위성 年 20기
비슷한 두 위성이 후미 연결해 급유
새 위성 덜 만들면 수조원 아껴요
지난 8일 (현지 시각) 민간 기업 최초로 달 착륙에 도전한 미국 우주 기업 애스트로보틱의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 이 임무에 실패했어요. 발사 후 연료가 새어 나오는 문제가 생기면서 연료 부족으로 달까지 갈 수 없게 된 거예요. 이런 사고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우주에 나간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은 연료가 떨어지면 임무가 종료되는 운명을 겪어왔어요. 연료만 채우면 쓸 만한 우주선을 이렇게 폐기하기엔 아깝지요. 그래서 개발된 기술, 바로 '우주 급유' 예요. 우주에서는 연료를 어떻게 공급할까요.
멀쩡한 위성도 연료 떨어지면 '우주 쓰레기'
통신위성들의 수명은 보통 10~15년입니다. 정지궤도는 고도 3만6000㎞에서 위성이 도는 속도가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와 같아서 마치 위성이 지구 위에서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위치를 말합니다. 또 위성에 탑재된 여러 장비는 이보다도 훨씬 오래 작동할 수 있지요. 하지만 장비의 수명이 한참 남았다 하더라도 한번 탑재된 연료가 떨어지면 인공위성의 활동은 끝이 나요. 이렇게 버려지는 인공위성이 한 해 20여 기에 이른대요. 이들 위성은 우주 공간에서 쓰레기로 떠돌게 되죠.
그렇다고 처음부터 연료를 많이 싣고 갈 수는 없어요. 그러려면 인공위성을 크게 만들어야 하는데, 위성이 무거워지면 목표 궤도에 올려놓기가 어렵거든요. 무거운 만큼 발사 비용도 많이 들어요. 대신 우주에서 연료를 직접 공급할 수 있다면 인공위성의 수명이 연장되는 거죠. 그만큼 새 인공위성을 덜 만들어도 되니 비용이 줄죠. 대형 통신위성 한 기를 만드는 데만 수천억 원이라는 큰돈이 들거든요. 또 위성의 크기도 작아져 무게가 줄기 때문에 더욱 비용이 절감돼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연료를 공급하는 '우주 급유' 방법을 연구해 왔어요. 결국 미국의 항공우주업체 '노스럽 그러먼' 은 우주 급유 기술을 개발해 2021년 4월 인공위성 '인텔샛 10ㅡ02' 에 연료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인공위성 수명을 5년 연장하면서 우주 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죠.
인텔샛 10ㅡ02는 2003년 정지궤도로 발사된 통신위성이에요. 설계 수명이 13년으로 2016년까지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의 지역에 국제전화, 텔레비전 방송 전송, 인터넷 서비스 등을 제공할 목적으로 발사되었어요. 2021년 당시엔 예상 수명을 5년이나 훌쩍 넘겼지만 탑재된 전자 기기들은 정상적으로 작동됐죠. 하지만 연료가 고갈돼 곧 폐기될 수밖에 없었어요.
인공위성 '메브ㅡ2 (MEVㅡ2)' 가 인텔샛 10ㅡ02를 구했답니다. 메브ㅡ2는 다른 인공위성에 연료를 보급하는 시스템을 갖춘 '임무 연장 위성' 이에요. 정지궤도에서 지구 주위를 빠르게 돌고 있는 인텔샛 10ㅡ02에 메브ㅡ2는 어떻게 급유를 했을까요.
두 위성이 한 몸처럼 붙어 우주 급유
메브ㅡ2의 급유 방식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듯 인텔샛 10ㅡ02에 연료 주입관을 연결해 연료를 부어 넣는 게 아니에요. 마치 배터리를 부착하는 것처럼 간접적으로 충전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먼저 메브ㅡ2는 인텔샛 10ㅡ02 뒤쪽에 있는 원뿔 모양 엔진에 맞붙은 다음, 갈고리 모양의 걸쇠 연결 장치를 엔진 고리에 걸친 뒤 단단히 고정해요. 이어 메브ㅡ2가 인텔샛 10ㅡ02에 마치 하나의 위성처럼 붙어 연료를 공급하는 탱크 역할을 하죠.
인텔샛 10ㅡ02와 같은 원뿔 모양 엔진을 지닌 위성이라면 모두 메브ㅡ2가 급유해 수명 연장을 할 수 있어요. 현재 정지궤도 인공위성의 약 80%가 이 같은 모양의 엔진을 갖추고 있어요. 따라서 메브ㅡ2는 다른 위성에도 연결해 연료를 공급할 예정이에요.
메브ㅡ2는 일회용이 아니에요. 메브ㅡ2가 지닌 연료는 총 15년 분량이에요. 그런데 인텔샛 10ㅡ02의 수명을 5년만 연장하는 것은 그때까지만 연료를 공급하기로 계약했기 때문이에요. 인텔샛 10ㅡ02 급유 임무가 끝나면 급유를 요청하는 다른 인공위성에 다가가 똑같은 방식으로 위성의 수명을 연장할 계획이에요.
메브ㅡ2가 인공위성 3개의 수명을 5년씩 연장할 때 경제적 이득은 수조 원 규모로 예상돼요. 또 인공위성의 활동 기간을 늘리면 우주 쓰레기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거예요. 앞으로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은 새로 보낸 인공위성이 달라붙어 지구 대기권 쪽으로 견인차처럼 끌고 와 태워서 우주 쓰레기가 안 남도록 하는 방식에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화성 가던 우주선, 우주 한복판서 연료 보급도
미국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는 우주에 중간 급유 기지를 만들어 우주선에 연료를 보급하는 방식도 추진하고 있어요. 유인 비행을 목표로 한 화성 우주선 '스타십' 의 화성 착륙을 위해 크기와 모양이 똑같은 또 다른 우주선을 연료 보급선으로 발사해서 우주 공간에서 연료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에요. 연료 보급선 스타십이 쌍둥이 스타십에 서서히 접근하여 후미끼리 붙는 형태로 액체산소 연료를 채우는 방식이죠.
이처럼 중간 급유 기지를 만드는 것은 앞으로 반드시 필요한 일이에요. 인류가 화성을 탐험해 궁극적으로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려면 먼저 우주에서 먼 거리를 여행할 수 있도록 중간 급유 기지를 둬야 합니다. 스타십에는 100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기 때문에 연료를 가득 실은 스타십은 먼 우주 탐사를 위한 중간 급유 기지로 활용할 수 있어요. 중간 급유를 택하면 중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를 조금만 채워 탐사선이 발사될 때의 부피를 68%나 줄일 수 있답니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 · 구성 = 장근욱 기자 (muscle@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4년 1월 23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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