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폼페이 유물 127점 서울 도착 작품 해포 현장 직접 가보니···]

드무2 2024. 4. 2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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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유물 127점 서울 도착 작품 해포 현장 직접 가보니···]

 

 

 

이탈리아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 치로 팔라디노씨가 나무 상자를 열고 높이 2m 넘는 대리석 조각을 살펴보고 있다. 오른손을 우아하게 가슴께에대고 있는 '장옷을 걸친 여성을 표현한 조각상' 이다. / 장련성 기자

 

 

 

하나둘 베일 벗는 폼페이 유물··· 2000년 전 고대 로마가 그대로

 

 

 

13일 개막하는 '폼페이 유물전'

伊 운반 책임자 필두로 전시 준비

 

2m 넘는 대리석 조각 '포토스' 에

완벽하다" 감탄사 흘러나오기도

 

발굴 현장서 그대로 뜯어낸 벽화

섬세함 돋보이는 청동 조각까지···

5개 주제로 고대 로마인 삶 해석

 

 

 

2000년 전 고대 도시 폼페이가 한국에 상륙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6층 전시장. 오랜 세월 화산재에 묻혀 있다 발굴된 고대 로마의 찬란한 유물 127점이 막 도착해 해포 (解包 · 유물의 포장을 벗기고 전시하는 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탈리아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 유물 운반 책임자인 치로 팔라디노씨가 2m 넘는 조각상의 포장을 조심스레 벗겼다. 두 겹으로 포장된 나무 상자에서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자, 대리석으로 빚은 나신 (裸身)이 눈부신 윤곽을 드러냈다. 굽이치는 곱슬머리, 왼쪽 어깨에 망토를 두르고 악기를 높이 치켜든 이 빛나는 조각상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의 의인화인 ‘포토스’ 를 묘사한 작품이다. 폼페이 유물을 40년간 담당해 온 베테랑 복원사 팔라디노씨는 운반 과정에서 흠이 생기지 않았는지 손전등을 들고 꼼꼼히 확인한 후 “Great (완벽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앉아 있는 헤르메스'. 폼페이에서 발견된 청동 조각을 2022년 복제.

 

 

 

1세기 대리석 조각상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시대 공주의 초상'.

 

 

 

이 유물은 조선일보사가 한 ·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13일부터 5월 6일까지 개최하는 ‘폼페이 유물전-그대, 그곳에 있었다’ 특별전에 나온다.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 · CCOC 공동 주최로,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이 소장한 거대한 대리석 조각상, 프레스코화, 섬세한 청동 조각, 장신구, 사람 캐스트 등 폼페이 유물 127점을 전시한다. 중국 선전 · 베이징을 거쳐 7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유물은 수장고에서 하루 적응 시간을 거친 후 이날 전시장으로 옮겨졌다.

전시기획사 CCOC 강욱 대표는 “유물은 폴리우레탄 폼, 부드러운 특수 천 등으로 꼼꼼이 포장돼 견고한 나무 상자 43개에 담겨 이동했다”며 “전시장은 습도 45%, 온도 20 ~ 22도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고 했다.

 

 

 

그래픽 = 정인성

 

 

 

나무 상자가 하나씩 열릴 때마다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와인을 담았던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시대 도기 항아리부터 기원후 1세기 로마시대 조각까지 수천 년 전 인류 문화유산이 포장을 풀고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전시장 한쪽에서 프레스코화 ‘춤추는 마이나드’ 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주변에서 옅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여신의 온몸을 휘감고 있는 드레스 베일의 얇은 촉감까지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고 아름다운 그림이다. 팔라디노씨는 액자를 조심스레 꺼내 들고 붉은색 벽에 건 뒤, 사진 자료와 대조하며 주의 깊게 살펴봤다. 그는 “프레스코화는 처음부터 액자 상태로 있었던 게 아니라 젖은 회벽이 마르기 전에 그린 그림이다. 폼페이 귀족의 대저택 내부를 장식했던 벽화를 통째로 떼서 가져온 것” 이라며 “폼페이의 벽까지 함께 왔다고 생각하고 감상해 달라” 고 했다.

 

 

 

'춤추는 마이나드’. 프레스코화. 74 × 60 × 7㎝. 1세기.

 

 

 

위를 바라보고 있는 새와 하얀 꽃 네 송이가 그려진 '정원 프레스코화'.

 

 

 

기원전 4세기 도기 항아리 '연회 장면이 그려진 종형 크라테르'.

 

 

 

이번 전시는 다섯 섹션으로 구성돼 고대 도시 폼페이 사람들의 삶과 일상, 사랑과 예술을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의 영향 아래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던 폼페이는 화산재에 묻히기 전까지 발전된 경제를 바탕으로 놀라운 문화를 꽃피웠다. 기원후 79년 8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도시는 한순간에 사라졌지만, 역설적이게도 화산재가 타임캡슐 역할을 해 도시 전체가 완벽하게 보존됐다. 1748년 우연히 재발견된 후 현재까지 발굴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의 의인화인 '포토스'를 묘사한 대리석 조각상. 218×75×51cm.

 

 

 

도시 곳곳에 세워졌던 신들의 조각상은 화려한 폼페이의 면모를 보여주고, 상점에서 팔던 빵과 와인을 담은 항아리는 활발한 경제활동이 이뤄졌던 역동적 도시 모습을 전해준다. 최첨단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로 화산 폭발 당시 풍경을 생생히 전달한다.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대리석 조각상, 풍성한 곱슬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 흉상 등 거대한 대리석 조각들을 유리장 없이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전시의 묘미다.

 

허윤희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4년 1월 10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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