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동물 이야기

[쿠바 트로곤]

드무2 2024. 8. 2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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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트로곤]

 

 

 

 깃털 색이 화려한 새 ‘쿠바 트로곤’. 빨강 · 파랑 · 하양을 지닌 쿠바 국기와도 색깔이 비슷하네요. / 버드오브컬러위키

 

 

 

빨강 · 파랑 · 하양 · 검정 깃털··· 태극기 닮은 쿠바의 국조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와 우리나라가 얼마 전 국교를 수립했어요. 공산국가인 쿠바는 오랫동안 북한과 아주 가깝게 지냈고, 우리에겐 낯선 나라였기에 더욱 주목받는 소식이었죠. 미국의 흰머리수리, 프랑스의 수탉, 부산의 갈매기처럼 각 나라나 도시를 상징하는 새가 있는데, 쿠바에도 이런 새가 있어요. 바로 쿠바 트로곤 (cuban trogon)이죠.

트로곤은 아메리카 · 아프리카 · 동남아시아 등에 살고 있는 열대 조류예요. 전 세계에 30여 종류가 있죠. 하나같이 아름답고 화려한 깃털 색깔을 하고 있어서 '비단날개새' 라고도 불러요. 그중 '쿠바 트로곤' 은 오직 쿠바와 그 주변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종류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몸길이는 최장 28㎝까지 자라고요.

쿠바에만 산다는 것 외에도 이 새에 대해서는 "쿠바의 국조 (國鳥)로 더할 나위 없다" 고들 말하는 까닭이 있어요. 우선 깃털 색깔 구성이 쿠바 국기색과 아주 흡사해요. 쿠바의 국기는 '빨간색' 삼각형 안에 '흰색' 별, 그리고 '파란색' 과 '흰색' 의 줄무늬로 구성됐어요. 쿠바 트로곤은 머리부터 등, 꼬리에 이르는 부분은 '파란색' 깃털로 덮여 있고 배부터 다리까지는 눈 같은 '흰색'으로 덮여 있어요. 그리고 다리 아랫부분은 선명한 '빨간색' 이죠. 그런데 날개 바깥 부분엔 '흑백' 무늬도 있어요. 공교롭게도 빨강 · 파랑 · 하양 · 검정은 우리나라 태극기를 이루는 색이기도 하죠. 어찌 보면 우리나라 국기색과 더 닮았네요.

쿠바 트로곤은 서식지 부근에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도 놀라지 않을 정도로 성격이 대담하지만, 야생이 아닌 포획 상태에서는 생존 가능성이 낮아서 길들여서 키우는 건 거의 불가능하대요. 이런 습성은 예로부터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사랑해온 쿠바인의 기상과도 닮았다고 하죠. 먹잇감을 찾아서 서식지를 옮기기는 해도 쿠바 일대를 벗어나는 일은 없어요. 오래전부터 쿠바에 살던 원주민들은 이 새를 행운의 상징이자 기쁜 소식을 가져다주는 전령으로 여겼대요.

쿠바 정부는 이전에 몇 차례 트로곤이 그려진 우표를 발행하면서 나라의 상징으로 소개했죠. 트로곤이라는 이름의 어원은 '설치류' 를 뜻하는 그리스말에서 비롯됐다고 해요. 실제로 트로곤의 부리 끝은 약간 우툴두툴하게 돼 있는데, 언뜻 쥐 등 포유동물의 이빨을 연상케도 해요. 쿠바 사람들 사이에선 지저귀는 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한 '토코로로'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죠.

쿠바 트로곤은 잡식성이랍니다. 가장 즐겨 먹는 건 나무 열매고, 작은 개구리나 도마뱀도 먹어요. 또 벌새나 나비처럼 꽃밭을 날아다니면서 꽃의 꿀을 빨기도 하죠. 쿠바 트로곤은 그렇게 활동적인 편은 아니에요. 먹이 활동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의 시간을 나뭇가지에 앉아서 보내요. 썩 유능한 비행사는 아니랍니다. 날 때는 유독 푸드덕하는 날갯짓 소리가 크게 난대요.

쿠바 트로곤은 별도로 둥지를 만들지 않아요. 나무에 이미 나 있는 구멍이나, 딱따구리 등 다른 새들이 살았던 구멍을 제 둥지로 삼죠. 이곳에 서너 개의 알을 낳고 암수가 정성껏 돌보며 기른답니다. 트로곤은 무리를 지어 살지 않고 주로 암수가 부부를 이뤄 커플 단위로 생활을 해요. 외모만으로 성별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은데 수컷의 울음소리가 암컷보다 조금 더 길대요.

 

 

정지섭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4년 2월 28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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