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동물 이야기

[야자집게]

드무2 2024. 11. 1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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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집게]

 

 

 

 뭍에서 살아가는 갑각류 중에 가장 덩치가 큰 야자집게. / 위키피디아

 

 

 

30㎏ 물건도 들어 올리는 커다란 집게발··· 잡으면 다 가져가 '강도 게' 로도 불렸죠

 

 

 

미국의 한 안경 브랜드가 여성 최초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조종사 어밀리아 에어하트의 생일 (7월 24일)을 기념하는 한정판 선글라스를 만들었대요. 에어하트는 40세이던 1937년 세계 일주 비행에 나섰다가 뉴기니섬을 이륙한 뒤 영영 실종됐죠. 그의 실종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제기됐는데요. 일부 학자는 야자집게가 시신을 먹었기 때문에 찾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해 화제가 됐어요.

조금은 섬뜩한 이야기의 주인공인 야자집게는 어떤 동물일까요? 집게 하면 우선 게와 가재를 반반씩 닮은 생김새로 단단한 소라 껍데기에 몸통을 말아넣고 바닷가를 쪼르르 다니는 모습이 생각나죠? 야자집게는 집게를 포함해 뭍에서 살아가는 갑각류 중에 가장 덩치가 크답니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해안가와 섬 지역에 살고 있어요. 어마어마한 덩치에 걸맞게 힘도 아주 세서 30㎏ 정도 물건도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대요.

커다란 집게발로는 단단한 야자열매를 부수고 속의 과육을 꺼내 먹는답니다. 이름 때문에 야자열매만 먹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다른 열매는 물론이고, 동물의 사체도 즐겨 먹어요. 심지어 다른 동물의 대변을 먹기도 하죠. 왕성한 먹성 때문에 에어하트의 시신을 영영 찾을 수 없게 한 '주범' 으로 지목되고 있는 거죠. 야자집게는 처음 보는 물건이라도 일단 먹잇감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무작정 끌고 가는 습성이 있어요. 찰스 다윈은 위스키병이나 시계 등 물건을 닥치는 대로 가져가는 모습 때문에 야자집게를 '강도 게' 라고 불렀대요.

야자집게는 햇살이 뜨거운 낮 시간에는 구덩이 속에서 머물다가 해가 지고 나면 나와서 먹이 활동을 해요. 날카롭게 휜 발을 활용해 나무도 잘 올라가요. 이처럼 일생의 대부분을 뭍에서 보내지만 번식만큼은 여느 갑각류들처럼 물에서 한답니다. 암컷이 품고 다니다 바닷속에 풀어놓은 알에서 새끼들이 부화해요. 새끼들은 해류를 타고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다가 바다 바닥에 자리를 잡고 어른 집게와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가요. 이후 뭍으로 나와 여느 집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에 알맞은 껍데기를 찾아서 몸통과 꼬리를 말아넣은 뒤 업고 다니죠.

야자집게의 수명은 최장 60년으로 아주 오래 산답니다. 다만 성장 속도는 느린 편이에요. 알에서 부화한 새끼가 번식 능력을 갖춘 어른이 되려면 5년이나 걸려요. 몸이 점차 커지면 소라 껍데기는 필요하지 않게 돼요. 그래서 다 자란 야자집게는 얼핏 집게보다는 게와 비슷하게도 보여요. 어른이 된 야자집게는 천적이 거의 없지만 음식 재료로 남획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정지섭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4년 8월 7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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