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특별시

[新서울기행] 02 강동구

드무2 2023. 1. 28. 11:48
728x90

[新서울기행] 02 강동구

 

 

 

 

 

 

‘新 서울기행’의 마지막 탐방지는 서울 동쪽 끝에 자리한 강동구다. 이 자치구는 묘한 이중성을 지닌 곳이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에서 가장 오랜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인데도 ‘건제순(建制順)’으로는 서열이 마지막이다.

 

 

 

그린웨이 따라 탐방 시작

성동구를 조부로 하여 1979년 강남구로부터 독립한 강남 권역이지만, 인구사회학적으론 모든 계층이 고루 분포된 특이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런 만큼 살아가는 모습도 다양하다.
강동 탐방은 일단 강동 그린웨이를 따라 시작한다. 2007년 전국 최초로 조성을 시작한 그린웨이는 강동구 외곽(일부 구간 제외)을 두르는 녹색길로 2013년 말 25㎞의 전 구간 공사를 완료했다.
그 출발지는 강동선사주거지다. 8호선 종점 암사역 4번 출구를 나와 올림픽로를 따라 북쪽으로 20분쯤 걸어가면 도착하는 이곳은, 지금부터 6천 년 전 선사시대 우리 조상들의 삶을 요모조모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우선 자리가 기막히다. 팔당댐을 지나 유유히 흘러온 한강이 맞은 편 구리시 수택동을 휘돌아 아치울 앞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트는 변곡점을 지난 맞은편 지점에 위치해 있다. 오랜 세월 모래가 탄탄하게 퇴적되어 완만한 경사(하안단구)를 이루었을 것이며, 그러한 입지는 수렵과 채집이 주를 이뤘던 신석기 시대의 주거지로서는 최적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6천 년 역사의 선사주거지

이곳 유적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빗살무늬토기(櫛文土器) 조각 등 유물 포함층이 드러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광복 후 수 차례의 발굴 끝에 이곳이 신석기시대 취락을 이뤘던 곳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1979년 사적 267호 지정).
발굴 과정에서 빗살무늬토기 외에 돌도끼(石斧), 그물추(漁網錘), 간돌화살촉(磨製石鏃) 등이 나왔으며, 1983~84년 조사까지 5차에 걸친 조사를 통해 신석기 집터 12기를 발굴, 복원했다. 신석기시대 유적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곳에선 청동기시대와 백제시대 유물들도 다수 발견돼, 선사 이래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모둠살이를 이뤄 왔음이 확인됐다.
강동선사주거지는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다. 관람객들이 직접 움집에 들어가 선사시대의 생활을 체험하고 당시의 삶을 유추할 수 있다. 신석기문화 체험코너와 정보 검색코너, 실제의 움집 유적 발굴 터, 움집 복원 모형, 암사동 유적지 발굴 당시 모습 재현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선사주거지와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매년 10월 둘째 주말에 열리는 선사문화축제다. 1996년 시작한 강동선사문화축제는 18회째를 맞은 지난해엔 더욱 다양한 행사와 볼거리로 참가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10월 11일 저녁 ‘태양의 제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축제는, 다음날 저녁 강동구 18개 동 주민 1천여 명이 원시인 분장을 한 퍼레이드 ‘원시 대탐험’으로 절정에 이르렀고, 선사주거지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를 소망하는 의미를 담은 문학공모전 시상식으로 마무리됐다.

 

최적의 주거지를 입증하다

선사주거지 근처는 현대에 들어서도 최적의 주거지임을 입증하고 있다. 선사주거지 북쪽 끝과 마주하고 있는 서원마을이 그곳. 총 64호에 3백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곳은 소박하고 경관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선사주거지 남쪽의 선사마을 역시 고즈넉한 주택가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양지마을 인근의 ‘점(店)말’도 주거로서의 입지를 토대로 오랫동안 도기를 구워내던 마을이었다. 백제시대에 인근 성내동, 둔촌동의 양질의 흙과 한강상류에서 베어 보내오는 뗏목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곳들이 생겨났다. 조선시대엔 궁궐에 쓰일 그릇을 구워내던 곳으로 광주분원과 함께 도자기 생산으로 유명했으며, 일제강점기엔 장독, 술독 등을 만들어 내는 항아리 전문점으로 70~80m에 이르는 쌍굴가마를 만들어 번성했다. 6 · 25전쟁 이후까지 성업을 이뤄 전후 복구에 절대 필요한 수도권 지역 벽돌 수요의 80% 이상을 강동소재 공장에서 조달했다. 점(店)말 에선 국내 최초로 청기와를 개발, 청와대에 공급하기도 했다.

 

 

 

 

 

 

국내 유일의 구화학교, 양 · 한방 통합병원

그린웨이 발길을 동쪽으로 돌린다. 광암, 구의, 뚝도, 강북, 영등포와 함께 서울시민에게 수돗물(아리수)을 공급하는 암사아리수정수센터를 아래로 두고 고덕산림욕장을 올라간다. 30분 정도 올라가면 고덕산에 도착한다. 고려 말 형조참의를 지낸 이양중(李養中)이 조선 건국에 반대하여 이곳에 와 숨어 살면서 벼슬도 거절하고 절개를 지켜 주위로부터 덕이 높은 인물로 추앙 받았던 데서 유래했다.
산을 내려와 아리수로를 따라 동쪽으로 걷다가 샘터근린공원에 다다라 북쪽을 향한다. 개발제한구역이었던 이곳은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가 들어설 지역이다. 23만㎡(7만2천 평) 규모로 개발될 이 단지엔 복합쇼핑 및 유통시설과 특급호텔, 컨벤션센터, 멀티플렉스는 물론, 지식기반의 비즈니스센터와 연구개발구역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민자 9호선 종점인 보훈병원역을 이곳까지 연장키로 확정했다.
뒤로 돌아 동남로를 따라 남하한다. 광문고교, 현강 정보고교, 고덕중, 강덕초교에 둘러싸인 한국구화학교가 있다. 입 모양을 보고 대화하는 특수한 방법으로 교육하는 국내 유일의 특수학교다. 이마트 사거리를 지나면 왼편으로 강동경희대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양·한방 통합진료병원이다.

 

 

 

 

 

 

아트센터에서 세계 수준 공연 만끽

이어서 만나는 블루글라스의 현대식 건물, 62만㎡ 규모의 녹지를 자랑하는 명일근린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는 강동아트센터다. 2011년 9월 개관한 이곳은,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 광장과 단순하면서도 세련미를 갖추고 문화적으로 척박하기 쉬운 서울 동쪽 끝 주민들에게 최고급 예술 공연과 전시를 제공하는 강동지역 예술의 메카다.
무엇보다 세계 수준의 최고급 공연을 싼 가격에 볼수 있어 인기 만점이다. 작년 10월 하순 내한한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의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관람료는 최고가 25만 원이었지만, 강동아트센터(11월 6일)는 9만 원이었다. 여기에 구민 할인(10%), 청소년 할인(50%)까지 합하면, 실제 구입가는 더 내려간다. 지갑이 얇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강동아트센터를 주목하는 이유다.
강동아트센터가 이렇듯 파격적으로 공연을 주최할 수 있는 것은 기획공연 사업비가 다른 자치구 공공극장보다 2배 이상 많은 연 13억 원으로 자체 기획공연 비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자체 기획공연은 연평균 74건으로 전국 공연장 평균(25%)의 3배에 이른다.
무용에도 주력해 강동 스프링 댄스페스티벌을 해마다 열고 있다. 전시회 수준도 높아 지난 1월엔 원로작가 김구림을 비롯, ‘2013년 올해의 작가’에 선정된 33인의 ‘한국 현대회화 33인전’이 열리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이 1시간씩 차를 타고 서초동 예술의전당까지 가지 않더라도 문화생활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는 아트센터 측의 소망은 벌써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그린웨이 동편은 양쪽 모두 녹지

동남로를 따라 남하를 계속한다. 양쪽 모두 녹지다.
오른쪽은 길동공원, 왼쪽은 강동아름숲과 길동생태공원이다. 이 중 길동생태공원은 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종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며 자연생태계의 생물들을 관찰,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시민들에게 건강한 생태공간을 제공하고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한 공간이다. 1999년 개원한 8만㎡ 규모의 이 공원에선 체험학습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생태문화센터를 나와 뒤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간다.
2007년 완성된 일자산허브천문공원이 나온다. 일자산(一字山)의 북쪽 끝이기도 하다. 밤에는 휘황찬란한 불빛 쇼도 하는 허브천문공원 남쪽 자락엔 가족캠프장과 오토캠프장이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일자산 끝자락에 위치한 둔굴

하남시 초이동 대사골 마을을 왼쪽으로 두고 일자산 일주를 시작한다. 이름처럼 일자(一字)로 뻗어 조금은 단조롭지만, 완만한 산행길이라 숲길을 산책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30분쯤 걸어 일자산 정상(134m) 해맞이 광장에 당도한다. 신년 원단 이곳에는 새해 첫 해맞이를 위해 많은 주민이 모인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를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제 일자산의 끝자락, 서편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작은 굴에 당도한다. 이름 하여 둔굴(遁窟). 둔굴은 전체 자연암석으로 입구는 좁고 안으로 들어간 장방형이다. 고려 말 대학자였던 둔촌(遁村) 이집(李集)선생이 은거했다는 바위굴이다.
그린웨이 남쪽 코스를 바람처럼 벗어나 그린웨이 서쪽 코스를 걷는다. 한강변을 따라 북상하는 코스다.
천호대교 밑을 지나 광진교에 당도한다. 광진교는 이름과 달리 강동구에 속한다. 이 다리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 준공된 한강대교에 이은 두 번째 인도교로 경기 동남부와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등을 이어주는 혈맥 역할을 해 왔다.
특히 다리 중간 하단에 투명재질로 만들어진 데크(리버뷰 8번가)가 있는데, 이곳에 들어서면 발 밑으로 강물이 흐르는 것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리버뷰 8번가에선 작은 규모의 전시회와 콘서트도 열린다.

 

 

 

 

 

 

예전 강수욕 명소, 광진교 밑

지금은 잘 정비된 강변공원이 되었지만. 광진교 동쪽 강변은 예전 뚝섬 수영장과 함께 쌍벽을 이루던 광나루 수영장이었다. 형편상 지금처럼 해수욕장을 찾는 것이 여의치 않았던 시절, 서울 사람들은 버스나 기동차(전차 비슷한 탈것)를 타고 이곳으로 몰려와 자맥질을 하거나 너른 백사장에 누워 몸을 태우기도 했다. 나도 중 · 고교생 때 동생과 사람들 틈에 끼어 피서랍시고 나들이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강동구 탐방은 막바지를 향해 내닫는다. 강동역에서 강일동 공영버스차고지 행 370번 버스를 탄다. 중부고속도로 상일IC 못 미쳐 왼쪽에 초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삼성엔지니어링 본사다. 외국 여러 곳에 각종 플랜트를 설계 · 건설하는 관계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이 회사는 이렇다 할 대기업이 없어 재정 자립에 애로를 겪고 있던 강동구가 정성을 들여 2012년 유치한 대기업이다. 강일2지구 안에 조성한 첨단업무단지 4만 8천㎡(1만5천평) 중 일부다.
이곳엔 작년에 세종텔레콤, VSL코리아, DM엔지니어링이 각각 입주를 완료해 현재 7개 건물에 10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올해는 한국종합기술, 나이스홀딩스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강동구는 아울러 천호대로 건너편 상일동 404번지 일대 9만㎡(2만8천 평)를 2017년까지 엔지니어링복합단지로 조성, 200여 개의 엔지니어링 업체를 유치해 맞은편에 자리한 삼성엔지니어링과 더불어 엔지니어링 특화지구로 묶어줄 계획이다.

 

 

 

 

 

 

곳곳에 위치한 도시텃밭

다시 370번을 타고 종점을 향해 간다. 서울의 동쪽 끝, 강일동이다. 이곳은 필자가 1973~74년, 선배와 같이 작은 교회 교육관을 빌려 야학을 했던 곳이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4년 전 명일동을 떠나 이곳으로 이사했다. 아파트 근처에 우리 텃밭이 있다. 농업기술자협회로부터 분양 받은 5평짜리다.
또 보니 강동구는 도시텃밭이 가장 활성화된 자치구다. 2010년 둔촌동에 226구좌의 친환경 텃밭 분양을 시작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최대 규모인 6.5ha(3,800구좌)를 분양해 주고 있다. 도시텃밭은 소출도 소출이지만 어른들에겐 옛 추억을, 아이들에겐 푸르른 정서를 선사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강동구는 2020년까지 ‘1가구 1텃밭’을 목표로 도시텃밭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강동 주민은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어느 동네처럼 계층 간에 날카롭게 대립하지도 않고, 있는 이와 없는 이가 척지지 않고 둥글둥글 살아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사람이 아름다운 강동’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가슴에 와 닿는다. 그렇다. 강동구는 무엇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동네다.

 

글 윤재석(언론인) / 사진 나영완 사진제공 강동구청

 

[출처 :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 서울이야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