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재미있는 과학

[눈과 스포츠]

드무2 2023. 2. 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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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스포츠]

 

 

 

 /그래픽=진봉기

 

 

 

눈이 가볍고 부드러울수록 스키 타기 좋아요

 

 

 

습기 많을수록 바닥에 쉽게 달라붙어

스키장에서는 눈 내려도 인공 눈 뿌려

설질 단단하게 해 잘 미끄러지게 돕죠

 

 

 

올겨울엔 유독 많은 눈이 내리고 있죠. 함박눈이 펑펑 내리다가 갑자기 싸락눈으로 바뀌어 후드득 떨어지더니 어느새 진눈깨비가 쏟아지는 풍경까지 연출됐어요. 다양한 종류의 눈 중에 겨울철 운동에 적합한 눈은 어떤 것일까요? 눈 위를 달리는 스포츠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온도 · 습도 따라 다양한 눈이 만들어져요

눈은 대기 중의 수증기가 얼어붙어 땅으로 떨어지는 결정 (結晶) 현상이에요. 0도 이하에서 스증기가 구름 속의 미세 먼지 (응결핵)와 만나는 순간 달라붙어 눈 결정을 만들죠. 눈 결정은 바람을 따라 구름 사이를 떠돌다가 다른 수증기와 결합하면서 점점 크기를 키우는데요. 결정이 많이 달라붙을 땐 지름 10㎝ 정도의 커다란 눈송이가 되어 내리기도 해요.

눈송이는 대기 중에서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만들어져요. 눈 결정 안에는 약 100경 (10억 × 10억)개의 물 분자가 있습니다. 따라서 눈의 결정 모양은 각양각색이에요.

눈의 종류는 결정 모양에 따라 약 80개로 분류됩니다. 별 · 기둥 · 나뭇가지 · 부채 · 바늘 모양, 그리고 불규칙한 모양 등 다양하지요. 눈송이의 크기에 따라서는 약 30종류로 나뉘어요.

 

스키 · 스노보드 탈 때 적합한 눈

눈이 많이 내리면 스키 · 스노보드 같은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환호성도 덩달아 커져요. 스키장의 설질 (雪質)이 한층 좋아질 거라는 기대 때문인데요. 다양한 종류의 눈 가운데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최고의 눈은 어떤 것일까요.

설질은 눈의 공기 함량이 결정해요, 눈은 대기의 수증기가 얼어붙어 결정으로 성장한 것이라서, 공기를 머금고 있어요. 또 결정과 결정 사이에도 빈 공간이 많이 만들어져 있죠. 그래서 눈을 밟았을 때 푹신하다는 느낌과 함께 뽀드득 소리가 나고, 쌓인 눈 위를 걸을 땐 발이 푹푹 빠지게 돼요.

공기 함량이 높을수록 눈의 설질이 부드러워집니다. 반대로 낮을수록 단단해져요. 스키 · 스노보드를 타기에 적합한 눈은 공기 함량이 적당하고 습기가 적은 '파우더 스노 (Powder snow · 가루눈('예요. 파우더 스노는 가볍고 부드러우면서 적당히 단단해요. 이런 눈은 스키 · 스노보드의 날이 쉽게 파고들어 플레이트 (판) 중심이 잘 눌리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요. 눈이 푹신해서 실수로 넘어져도 다칠 위험이 훨씬 적어요. 파우더 스노는 보통 영하 5도 안팎에서 만들어집니다.

 

중력과 수직항력의 관계

눈 위를 달리는 거의 모든 스포츠는 중력 · 마찰력 간의 힘겨루기 게임이에요. 중력은 물체를 지구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힘입니다. 지구 위에 있는 모든 물체가 받는 힘이지요. 여기에 더해 바닥이 물체를 떠받치는 수직항력이 작용해요. 물체가 접촉한 면에 수직이 되도록 작용하는 힘인데요. 우리가 앉는 의자가 편평한 표면에 똑바로 놓여 있을 수 있는 건 수직항력이 중력과 일직선에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경사가 심한 비탈에서는 아래로 당기는 중력과 밑에서 받치는 수직항력의 방향이 서로 일직선에 있지 않아요. 중력은 보드의 방향, 즉 비탈 아래쪽의 운동 방향으로 향하지요. 보드를 당기는 중력이 더 크기 때문에 이동이 쉬워지는 거예요. 산이 높은 교외에 스키장이 위치한 이유입니다.

 

속도 높여주는 마찰력, 그리고 인공 눈

스키나 스노보드가 미끄러지는 물리적 원인은 마찰력 때문이에요. 눈으로 덮인 바닥면과 스키의 날 또는 보드가 닿는 면 사이에는 마찰력이 작용해 열이 발생해요. 그러면 접촉하고 있는 눈이 녹아 얇은 수막이 형성되고, 그 위를 미끄러지다 보니 속도가 빨라져요.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눈은 비교적 잘 미끄러져요.

하지만 질척해질 정도로 습기가 많은 눈은 오히려 잘 미끄러지지 않아요. 습기를 많이 머금을수록 눈이 무거워지고 스키나 스노보드 바닥에 쉽게 달라붙어요. 내린 지 꽤 지난 눈이나 영하 2도 안팎의 잘 뭉쳐지는 눈은 스키 · 스노보드 타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형태예요.

보통 스키장에서는 마찰력을 조절하기 위해 인공 눈을 뿌립니다. 특히 선수들의 경기 때에는 반드시 인공 눈을 섞어요. 인공 눈은 미세한 물 입자를 허공에 뿌려 순식간에 얼리는 식으로 만들죠. 그 때문에 결정이 성장할 시간이 거의 없어서 공기 함량이 낮고 빈 공간도 없어요. 그냥 물기를 머금은 얼음 알갱이에 불과해서 밟으면 살짝만 눌리고 잘 미끄러져요. 또 인공 눈은 설질이 단단하다 보니 빠른 방향 전환이 가능해 속도감을 즐길 수 있어요.

부드러운 자연 눈과 단단한 인공 눈이 섞이면 마찰력을 조절하기 더 쉬어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기에 최상의 환경이 됩니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제대로 즐기려면 속도가 무한히 커지지 않도록 중력과 마찰력 두 가지 힘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답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 · 구성 = 안영 기자 (anyoung@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1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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