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개]
물방개는 크고 넓적한 뒷다리를 노처럼 휘저어 물 속에서 빠르게 헤엄쳐요. / 위키피디아
몸에 공기 방울 저장해 몇 시간까지 잠수··· 물속 사체 처리하는 '청소부'
경북 상주를 흐르는 하천인 북천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수서곤충 (물속에서 사는 곤충) 물방개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얼마 전에 전해졌어요. 물방개는 과거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 수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기에 반가운 소식이었죠. 물방개는 몸길이는 최장 5㎝까지 자라고, 연못이나 저수지 · 물웅덩이 · 하천 등에서 발견돼요. 둥글둥글하고 탄탄한 등딱지 때문에 얼핏 풍뎅이가 연상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풍뎅이 · 사슴벌레가 속해있는 딱정벌ㄹ레 무리랍니다. 공중을 붕 날아다니는 다른 딱정벌레 무리들과 달리 물속 생활에 훌륭하게 적응했어요.
물방개가 물속을 능숙하게 다닐 수 있는 건 뒷다리 한 쌍의 역할이 큽니다. 뒷다리는 앞다리나 가운뎃다리보다 훨씬 크고 넓적해서 노처럼 물을 휘저어 빠르게 헤엄칠 수 있게 해주거든요. 뒷다리에는 털도 빽빽하게 돋아있는데 헤엄을 치면서 신속하게 방향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준대요.
그런데 물방개는 물고기처럼 아가미가 달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을까요? 비밀은 '공기 방울'에 있답니다. 물방개는 잠수 전에 물 표면에 배 끝을 내밀고 공기를 빨아들여서 공기 방울을 만들어 몸 안에 저장해요. 물속에 있는 동안 이 저장한 공기 방울로 숨을 쉬죠. 물속에서 최소 30분, 길게는 몇 시간까지도 버틴대요.
물방개를 비롯해 우리나라 수서곤충 중 상당수는 물속에서 물고기나 올챙이 등을 잡아먹는 사냥꾼입니다. 그런데 물방개는 다른 수서곤충과 먹이를 먹는 방법이 다르답니다. 물장군이나 장구애비 · 게아재비 등은 먹잇감의 몸속에 주둥이를 꽂고 소화액을 주입해 흐물흐물 녹여서 체액만 쪽쪽 빨아 먹어요. 반면 물방개는 입으로 전부 씹어 먹습니다. 물방개는 또 병들어 죽어가거나 이미 죽은 사체들도 가리지 않고 먹어요. 이런 식습관은 물방개가 사는 곳의 수질이 오염되지 않고 깨끗하게 유지되는 데 도움을 줘요. 그래서 물방개를 '연못의 청소부'라고 부르기도 하죠.
곤충 중에서 알에서 태어난 뒤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서 성충이 되는 방식을 '완전변태'라고 하는데요. 물방개도 이 경우에 속한답니다. 여름철 물속 물풀 줄기에 낳아놓은 알에서 부화한 뒤 한 달 정도의 애벌레 기간과 일주일 정도의 번데기 기간을 거치죠.
살고 있는 연못이나 하천의 수질이 나빠지거나 물이 말라붙어 가면 물방개는 다른 서식지를 찾아 이사해요. 물방개는 이사할 때 우선 나뭇가지나 돌멩이 등에 올라가서 젖은 몸을 충분히 말린 다음 여느 딱정벌레들처럼 딱지를 열고 날개를 펼치고 붕 날아가죠. 물방개는 수서곤충이지만 빛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습성이 있대요. 그래서 가로등이나 집에 켜놓은 불빛에 이끌려 날아왔다가 사람에게 밟히거나 차에 치여서 죽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데요.
정지섭 기자
도움말 = 다살이생물자원연구소 이대현 이사
[출처 : 조선일보 2023년 4월 12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