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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출판 3

[행복 2]

[행복 2] 일러스트 = 이지원 행복 2 저녁에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ㅡ 나태주 (1945~)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집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삶의 질은 너무 다르다. 집은 쉬는 곳이다. 쉬어야 인간은 산다. 내 집이 있다면,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도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시를 언제 쓰셨을까? ‘행복 1′ 보다 나중에 썼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행복 1′ 을 찾아보았다.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 뚱뚱한 아내를 바라볼 때 / 잠시 나는 행복하다 / (…) / 꿈꾸는 듯 귀여운 작은 숙녀 / 딸아이를 바라볼 때 / 나는 잠시 더 행..

[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

[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 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 필 때 한 번 흩날릴 때 한 번 떨어져서 한 번 나뭇가지에서 한 번 허공에서 한 번 바닥에서 밑바닥에서도 한 번 더 봄 한 번에 나무들은 세 번씩 꽃 핀다 ㅡ 김경미 (1959 ~) 앙증맞고 순발력이 뛰어난 시. 꽃이 피어났다 흩날리다 떨어지는 찰나를 잡아서 언어의 꽃을 피웟다. 언어를 다루는 오랜 관록에서 우러난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솜씨가 돋보인다. 피는가 싶었는데 벌써 지려고 시들시들···. 어떤 꽃을 보고 이런 예쁜 시를 썼을까? 목련은 아닌 것 같고 개나리도 진달래도 아니고, 벚꽃이 눈앞에 하늘거린다. 비처럼 허공에 휘날리는 벚꽃이 절정으로 치닫는 요즘 , 슬픔 없이 봄을 음미할 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다. '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는 ..

[저녁 식사]

[저녁 식사] / 일러스트=김성규 저녁 식사 교도소로 가야 합니다 남자에게 통역하고 법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 백화점에 들러 가다랑어 다타키를 사서 전철에 뛰어올라 좁은 자리에 엉덩이를 밀어 넣었다 오늘 맡은 사람은 생각보다 담담했나 (···) 집에 들어와 바로 쌀을 씻는다 반성하고 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남자의 말들이 질끔질끔 쌀뜨물을 타고 흘러 내려간다 (···) 갓 지은 흰쌀밥의 고소한 김을 맡고 (···) 교도소로 가야 합니다 남자에게 통역한 말 따위는 차가운 맥주를 목 뒤로 넘기면서 완벽하게 잊은 것처럼 들이켰다 ㅡ 정해옥 (丁海玉 · 1960 ~) (손유리 옮김) 정해옥은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 시인이다.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1980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해 역사를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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