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식물 이야기

[금꿩의다리]

드무2 2023. 11. 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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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꿩의다리]

 

 

 

 금꿩의다리는 수술이 노란색이어서 이름에 ‘금 (金)’ 자가 붙었어요. / 김민철 기자

 

 

 

꿩 다리 모양으로 뻗어··· 금색 수술에 자줏빛 꽃받침 있어요

 

 

 

아름다운 우리 야생화 열 가지를 뽑는다면 어떤 꽃이 뽑힐까요. 그런 콘테스트가 있다면 오늘 소개하는 금꿩의다리는 10선 중 하나에 들 가능성이 높은 야생화입니다. 실제로 금꿩의다리는 야생화 사진전 등에 단골로 등장해 찬사를 받는 꽃입니다.

금꿩의다리는 경기도와 강원도 등 중부 이북 산지에서 자라는 미나리아재빗과 (科)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자주색 화피 (꽃부리와 꽃받침) 4장과 노란색 수술의 조화가 이 꽃의 포인트입니다. 꽃 하나하나는 1㎝ 정도로 작지만 수십 송이가 달리기 때문에 더없이 화려합니다. 어떤 사람은 금꿩의다리 꽃을 밤하늘 불꽃놀이에 비유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금꿩의다리 외에도 꿩의다리 종류가 10여 종 있습니다. 그중 꽃이 흰색인 은꿩의다리와 산꿩의다리는 비교적 흔하고, 잎이 연잎처럼 생긴 연잎꿩의다리, 꽃이 자주색인 자주꿩의다리도 있습니다. 자주꿩의다리를 제외하면 다른 꿩의다리 종류는 꽃이 흰색, 은색, 연한 녹색 등 은근한 색인데 금꿩의다리는 파격적인 색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꽃잎이 없어서 자주색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고 수술대 하나하나는 다른 꿩의다리처럼 곤봉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금꿩의다리는 다른 꿩의다리 종류에 비해 키도 큽니다. 자줏빛 줄기를 곧게 세워 다른 풀들 위로 꽃을 피우는데 보통 1m 내외지만 2m 넘게 크기도 합니다. 꿩의다리라는 이름은 줄기가 꿩의 다리처럼 늘씬해 붙은 이름이고, 그중 금꿩의다리는 수술이 노란색이어서 '금 (金)' 자가 붙었습니다.

금꿩의다리는 아주 귀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도 아닙니다. 대개 깊은 산, 비교적 깨끗하고 야생에 가까운 곳에 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산길을 걷다 금꿩의다리를 만나면 횡재한 기분이 듭니다. 양지에 심으면 잘 자란다고 하니 화단에 꼭 한번 심어보고 싶은 야생화이기도 합니다.

꿩의다리 종류는 꽃에 꿀이 없습니다. 곤충 대신 바람이 꽃가루를 옮겨 꽃가루받이를 하는데, 이를 풍매화라 합니다. 그래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나 하늘이 뻥 뚫린 풀밭이 꿩의다리 종류가 가장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합니다. 금꿩의다리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자라는 식물입니다.

우리 자생식물에는 '꿩'이 들어가는 야생화가 적지 않은데, 꿩의다리 종류 외에도 꿩의바람꽃, 꿩의비름, 꿩의밥 등이 대표적입니다. 대부분 꿩이 좋아할 만한 풀밭이나 밝은 숲속에서 사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을 가보면 안에도 금꿩의다리가 있지만, 입구 길가에도 해마다 여름이면 늘씬한 금꿩의다리가 피어나 '나를 보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 고 유혹하듯 흔들거립니다. 금꿩의다리는 꽃송이가 작아 사진에 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른 꽃에 비해 사진 찍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자태가 너무 어여뻐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꽃입니다.

 

 

김민철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7월 31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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