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래난초]
▲ 타래난초에는 선홍색 꽃이 나선형 계단처럼 꼬인 모양으로 달려 있어요. / 국립생물자원관
타래처럼 꽃대 오르며 피는 꽃··· 타원형 열매에 작은 씨앗 가득
한여름 뜨거운 햇살 속에서 선홍색 꽃이 타래처럼 꼬여 달리는 난초가 있어요. 이름 그대로 꽃이 달리는 모습이 나선형 계단처럼 보이는 '타래난초' 예요. 타래난초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난초 중 전국에 분포하고 개체 수도 비교적 많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꽃을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첫인상이 아주 강렬하죠.
타래난초는 볕이 잘 드는 산기슭 풀밭이나 논둑, 묘지 근처 잔디밭 등지에 잘 자라는 난초과 (科)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15 ~ 50㎝예요. 뿌리는 굵은 뿌리 4 ~ 5개와 옆으로 뻗는 끈 모양 뿌리로 이뤄져 있어요. 줄기 아래쪽에 모여난 잎은 넓은 줄 모양 또는 피침 모양으로 길이 3 ~ 10㎝, 폭 0.5 ~ 1㎝예요. 줄기 위쪽에 달린 잎은 2 ~ 3개로 작은 비늘 모양이에요. 잎이 작고 가는 편이라 꽃이 피기 전에는 풀밭에서 타래난초를 바로 찾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하지만 긴 꽃대를 올려 꽃이 꼬여서 피는 여름철에는 한눈에 타래난초를 알아볼 수 있죠. 꽃은 6 ~ 8월 가늘고 긴 줄기 끝에 여러 개가 모여 달려요. 아래에서 위로 꼬이면서 순차적으로 피는데 꽃 한 송이가 피는 기간은 3 ~ 4일 정도라고 해요. 꽃은 진한 붉은색, 분홍색, 또는 드물게 흰색이에요. 길이 5㎜ 정도로 다른 난초과 식물 꽃보다 작아요. 꽃은 밥풀처럼 작지만, 자세히 보면 정말 아름다워요. 열매는 익으면 저절로 벌어져 쪼개지면서 씨를 퍼트리는 삭과예요. 타원 모양 열매에 먼지같이 아주 작은 씨앗이 많이 들어 있어요.
타래난초 꽃이 나선상으로 피는 모습은 식물마다 달라요. 같은 장소에서 자라도 꼬인 방향, 꼬인 정도, 꽃차례 (꽃이 줄기나 가지에 붙어 있는 상태) 길이가 서로 달라 관찰해보면 재미있고 신기해요. 우선 꽃이 꼬인 방향은 오른쪽 감기와 왼쪽 감기가 모두 관찰되고 두 방향이 나타나는 비율도 비슷하다고 해요. 꽃이 달리는 각도가 달라 꼬임 정도도 다양해요. 꽃이 달리는 각도는 같은 식물에서는 거의 같지만 개체마다 크게 다르다고 해요. 꽃과 꽃 사이 각도가 0도에서 120도 사이로 차이가 커서 꽃차례의 전체적인 느낌이 느슨하기도 하고 촘촘하기도 해요. 꽃이 거의 일렬로 보이기도 하고 층층이 배열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타래난초가 다양한 모습으로 꽃을 피우는 것은 꽃가루받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요. 타래난초는 작은 꽃대에 핀 수많은 꽃이 질서를 아주 잘 지키고 있어 벌 같은 꽃가루받이 매개 곤충이 어느 쪽에서 접근해도 꽃 속으로 쉽게 드나들 수 있다고 해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8월 14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