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식물 이야기

[겨우살이]

드무2 2024. 2. 1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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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

 

 

 

 겨우살이는 숙주 나무의 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철에 제 모습을 드러내요. / 김민철 기자

 

 

 

나뭇가지에 뿌리 내리는 半기생 식물··· 달짝지근한 열매는 새가 먹고 옮겨

 

 

 

늦가을인 요즘 꽃은 거의 다 졌습니다. 대신 산에서 열매를 관찰하기 좋습니다. 이맘때 관찰할 수 있는 열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것 중 하나가 겨우살이 열매입니다.

요즘 등산하다 보면 높은 나뭇가지에 새 둥지 같은 것이 달린 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새 둥지가 아니고 초록색 식물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잎과 줄기는 초록색이고 콩알만 한 연노란색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 있다면 겨우살이입니다.

겨우살이는 엽록소를 갖고 광합성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숙주 나무 가지에 뿌리를 내려 물이나 양분을 일부 빼앗는 반 (半) 기생식물입니다. 기본적으로 '얌체' 같은 식물입니다. 가지 속으로 뿌리를 내린 다음 관다발 조직을 연결시키는데, 연리지 (두 나무가 엉켜 한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가 만들어지거나 접목 (椄木)할 때 관다발이 연결되는 방식과 똑같다고 합니다.

겨우살이는 상록성이라 일년 내내 푸른 잎을 달고 있지만, 다른 계절엔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숙주 나무의 잎이 모두 떨어지면 제 모습이 드러납니다. 겨우살이라는 이름도 겨울에 돋보이는 나무여서 붙었을 것입니다. 특히 눈이 내린 직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겨우살이를 사진으로 담으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겨우살이 씨앗은 나무줄기에 정착해야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냥 땅에 떨어지면 버려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번식 방법이 필요하겠죠. 겨우살이 열매는 달짝지근하고 끈적끈적한 과육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달콤한 열매는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입니다. 열매는 지름 5㎜가 조금 넘는 둥근 모양이라 새가 한입에 먹기에 딱 좋습니다. 새들이 열매를 따 먹고 다른 나뭇가지로 날아가 배설하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새가 열매를 먹고 배설할 때도 끈적거리는 성분이 남아 있습니다. 이 성분 때문에 씨앗은 나뭇가지에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나무와는 기생하는 악연이지만, 새와는 먹이를 주고 번식에서 도움을 받는 공생 관계인 셈입니다.

겨우살이는 항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마구 채취해 웬만한 산에서는 찾기 힘듭니다. 지리산 · 덕유산 · 내장산 · 태백산 등 높은 산에나 가야 겨우 볼 수 있습니다. 겨울철 스키장에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다 볼 수도 있습니다.

겨우살이는 열매가 연노란색인데, 가끔 열매가 붉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열매가 붉은 것은 붉은겨우살이이고, 드물게 샛노란 열매를 꼬리처럼 늘어뜨리고 있는 꼬리겨우살이도 볼 수 있습니다. 꼬리겨우살이는 낙엽성이라 요즘엔 잎은 다 떨어지고 열매만 남아 있습니다.

서양에는 크리스마스 때 초록색 잎과 하얀 열매가 달린 겨우살이 (미슬토)를 현관 안쪽 문 위에 걸어 놓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 겨우살이 아래 서 있는 이성에게는 키스를 해도 된다는 얘기가 있다고 합니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 에도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높은 산이나 스키장에 갈 기회가 있으면 혹시 주변에 겨우살이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기 바랍니다.

 

김민철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11월 13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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