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식물 이야기

[멀구슬나무]

드무2 2024. 2. 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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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구슬나무]

 

 

 

 겨울이 되면 멀구슬나무에는 구슬 같은 황금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립니다. / 국립생물자원관

 

 

 

겨울에 황금색 열매 주렁주렁··· 우리 남쪽지방에서 자라죠

 

 

 

겨울이 되면 구슬 같은 황금색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은 나무가 있어요. 우리나라 중부 지역에서는 볼 수 없고, 제주도와 남쪽 지방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멀구슬나무' 예요. 멀구슬나무는 인도 · 동남아시아 · 중국 · 호주 등 아열대 지역부터 열대 지역에서 주로 자라요. 키가 큰 나무로 우리나라는 추위를 버티며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 지역에 속하죠.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북쪽 지역에 자라는 전북 고창군 교촌리 멀구슬나무는 수령 200여 년으로 추정되는 유일한 고목 (古木)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요.

멀구슬나무는 우리나라 남부 해안가부터 제주도 민가 주변에서 흔히 자라요. 이 나무는 키가 10m 이상으로 커요. 가지는 굵고 사방으로 뻗어 있어요. 잎은 2 ~ 3회씩 날개깃 모양으로 갈라진 겹잎으로, 작은 잎이 수십 개 있어요. 잎은 여름이 되면 전체 길이가 25 ~ 50㎝ 정도로 커지는데, 옆으로 활짝 퍼져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요. 벌레들이 싫어하는 성분이 있어 멀구슬나무 그늘에 있으면 모기가 달려들지 않는다고 하니 신기해요. 작은 잎은 길이 3 ~ 7㎝이며 좁고 긴 달걀 모양이에요. 끝은 길게 뾰족하고 밑부분은 좌우 비대칭이며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어요.

잎이 녹색으로 점점 짙어지고 커지는 5 ~ 6월쯤 가지 끝 잎겨드랑이에 연한 보라색으로 조그만 꽃들이 피어요. 고깔 모양을 이루며 무더기로 모여 달리죠. 꽃잎은 5개로 길이 1㎝ 정도인 긴 주걱 모양인데 활짝 벌어져요. 꽃 가운데에는 길이 7 ~ 8㎜의 진한 자주색 기둥이 솟아 있어 독특해요. 이것은 수술 10개가 합쳐져 마치 기둥처럼 보이는 것인데, 안쪽 면에 긴 털이 빽빽하게 있어 마치 보라색 종이로 감싼 꽃다발처럼 보여요. 은은한 보랏빛 꽃이 나무를 뒤덮으면서 녹색 잎 사이로 풍성하게 피면 그윽하고 아주 좋은 향기가 주변에 가득 퍼져요.

열매는 길이 1.5 ~ 2㎝이고 처음에는 녹색이다가 10월에 노랗게 익어요. 멀구슬나무 열매는 붉게 익는 대추와 색깔만 빼고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죠. 잎이 다 떨어진 요즘 시기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오랫동안 매달려 있는 열매는 겨울에도 꽃이 핀 것처럼 보여 멀구슬나무의 또 다른 매력이죠.

멀구슬나무는 쓰임새가 참 많은 나무예요. 향기가 있는 꽃은 향료, 잎은 살충제, 껍질과 열매는 약용 (藥用), 씨앗은 염주, 목재는 가구나 공예품을 만드는 데 사용해요. 가로수나 조경수 등으로도 많이 심는다고 해요. 특히 열매는 한방에서 '천련자 (川楝子)' 라 해서 스트레스로 인한 가슴 통증 또는 기생충으로 인한 복통 치료에 사용한다고 해요. 줄기와 뿌리 껍질은 '고련피 (苦楝皮)' 라 부르는데, 장내 기생충을 없애는 구충약으로 쓰였다고 해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11월 27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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