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
▲ 때죽나무에 꽃이 핀 모습. / 국립생물자원관
열매에 물고기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성분··· 시골에선 물고기 잡을 때 썼대요
때죽나무는 우리나라 숲 가장자리에서 아주 흔하게 보이는 나무입니다. 이맘때쯤 피우는 꽃의 향기가 아주 좋아요.
우리나라 이외에도 중국과 일본, 필리핀 등에서 때죽나무를 볼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때죽나무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취급된다고 해요. 꽃에서 달콤한 향이 아주 짙게 나고, 각종 공해와 병충해 그리고 추위에 강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때죽나무는 5 ~ 15m 높이까지 자라요. 계란 모양 또는 긴 타원형인 때죽나무 잎은 길이 2 ~ 8㎝, 너비 2 ~ 4㎝ 정도 크기입니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톱니가 약간 있어요. 때죽나무는 5 ~ 6월에 종 모양의 흰색 꽃을 피웁니다. 나무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풍성하게 꽃을 피워요.
때죽나무를 영어로는 '스노벨 (Snowbell)' 이라고 하는데요. 종 (bell) 모양의 눈 (snow) 같은 흰색 꽃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추정돼요.
때죽나무 꽃과 쪽동백나무 꽃이 아주 비슷하게 생겨서 혼동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쪽동백나무 잎은 길이 7 ~ 20㎝, 너비 8 ~ 20㎝로 커서 잎의 크기로 비교하면 어느 것이 때죽나무이고 쪽동백나무인지 구별하기 쉬울 거예요.
예로부터 때죽나무는 인간의 생활에 밀접한 나무였어요. 목재가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어 목기나 지팡이, 장기알 등을 만드는 데 쓰였어요. 열매에는 '에고사포닌' 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물고기의 호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효능이 있어 시골에서 물고기 잡을 때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고 해서 때죽나무라 불렀다는 얘기도 있지요.
또 때죽나무 종자에는 기름 성분이 풍부해 종자에서 짜낸 기름을 등유나 머릿기름으로 사용했고, 꽃은 향수 원료 등에 쓰였다고 해요. 물이 귀했던 섬에서는 때죽나무 가지로 만든 띠를 타고 내린 빗물을 항아리에 받아놓고 식수로 사용했다고 해요. 이렇게 했을 때 보통의 물보다 더 오래 저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맛도 좋았다고 합니다.
때죽나무는 햇빛이 잘 드는 곳뿐만 아니라 그늘이 진 곳에서도 잘 자라요. 또 추위와 공해 그리고 옮겨심기에도 강해서 도시의 공원에 조경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때죽나무는 병충해가 거의 없어요. 하지만 어린 가지 끝에 바나나 모양의 벌레혹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해요.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 · 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4년 6월 17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