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김민정 작가 개인전 19일까지 열려]

드무2 2025. 10. 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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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작가 개인전 19일까지 열려]

 

 

 

김민정 작가가 구불구불한 곡선이 겹겹이 쌓인 ‘블루 마운틴’ 앞에 섰다. 그는 “파도 소리를 그렸는데 완성해보니 고향의 산을 닮아 있었다” 고 했다. 대표작 ‘산’ 연작이 그렇게 시작됐다. / 장경식 기자

 

 

 

바다의 파도 소리를 그렸더니 고향의 山을 닮았더라

 

 

 

한지 지그재그로 엮은 'Zip' 첫 공개

"내겐 작업이 수행 아니라 놀이죠"

 

 

 

구불구불한 곡선이 겹겹이 쌓여 화면을 가득 채웠다. 끝없이 펼쳐진 산 능선 같기도 하고, 푸른 바다 물결 같기도 하다. 작가는 “바다의 파도 소리를 그려보고 싶었다. 파도가 절벽에 힘 있게 부딪히며 쌓여가는 소리를 겹겹이 쌓이는 먹의 결로 표현했는데, 완성해보니 내 고향 광주의 산을 닮아 있었다” 고 했다. 대표작 ‘산’ 연작이 그렇게 시작됐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김민정 (63) 개인전 ‘One after the Other’ 가 열리고 있다. 한지와 먹, 불을 사용해 전통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작가다. 지난해 프랑스 매그 재단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산’ 연작을 비롯해 30여 년 작품 세계를 망라하는 대표작 20여 점을 펼쳤다.

 

 

 

 

 

 

'흔적 (Traces)' 앞에 선 김민정 작가. / 장경식 기자

 

 

 

지난해 아트바젤 바젤에서 선보여 호평받은 가로 7.9m 대작 ‘흔적 (Traces)’ 도 국내 처음 공개됐다. 구불구불한 먹의 곡선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져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가장 큰 사이즈의 한지 4장을 이어 붙여 완성한 작품” 이라며 “바젤 전시장에선 한참을 작품 앞에 앉아 있는 관객도 있었고, 그림을 보다 눈물 흘리는 사람, 자꾸 돌아와서 다시 보는 관객도 있어서 감회가 깊었다” 고 했다.

 

 

 

김민정, 'Predestination' (2024). 한지에 혼합매체, 75 × 145cm. / 갤러리현대

 

 

 

전시장에서 한 관계자가 김민정 작품 'Encounter' (2024)를 감상하고 있다. / 갤러리현대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1991년 이탈리아 브레라 국립미술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낯선 땅에서 “내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재료가 한지와 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 했다. “모든 작가는 자기만의 선 (線)이 있다. 피카소의 선이 다르고 마티스의 선이 다른 것처럼, 나만의 선을 찾고 싶었다. 한지를 불에 태운 것은 내 선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는 “불을 사용하면서 내 숨도 고르고 천년, 만년의 세월을 담을 수 있었다” 며 “자연의 큰 힘과 함께 작업하게 됐다” 고 했다.

 

 

 

2층 전시장 전경. / 갤러리현대

 

 

 

한지의 가장자리를 촛불이나 향불로 태우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검은 그을음의 선들을 겹겹이 쌓아 화면을 만들어 간다. 수행에 가까운 과정이지만, 그는 “그 과정이 너무 즐겁다. 내게는 수행이 아니라 놀이에 가깝다” 고 했다. ‘타임리스’ 두 점은 ‘산’ 을 만들다가 버려지는 종이를 얇게 잘라 해체한 뒤, 가장자리를 불로 태우고 층층이 쌓아 올려 바다 물결 소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는 “물결이라는 것은 물이 마르지 않는 이상 항상 존재한다는 데서 영감을 받았다” 고 했다.

 

 

 

김민정, 'Zip' (2024). 한지에 혼합매체, 131 × 182cm. / 갤러리현대

 

 

 

옷의 지퍼에서 모티브를 얻어 불에 태운 한지를 지그재그 형태로 엮은 신작 ‘Zip’ 연작도 처음 공개됐다. 은은한 파스텔톤의 다양한 색띠가 한 화폭에서 조화를 이룬다. 그는 “아버지가 인쇄소를 하셨는데 책 제본할 때 양쪽을 자르고 남은 종이가 지금 내가 만든 선과 똑같다. 이불집을 했던 어머니는 새벽마다 천을 그렇게 자르셨는데,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어머니가 하던 일과 똑같다” 고 했다. “천 자르듯이 종이를 자르고, 어릴 때 종이로 딱지 만들고 놀던 기억을 갖고 선을 만들고···. 결국 사람은 그 쳇바퀴에서 사는 것 같다.”

 

 

 

처음 공개된 'Zip' 앞에 선 김민정 작가. / 장경식 기자

 

 

 

작가는 “종이를 태울 땐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이 명상 단계로 들어간다” 며 “불에 그을린 종이를 한 장씩 이어 붙이다 보면 상처를 감싸는 치유의 느낌이 든다” 고 했다. 전시는 19일까지. 무료.

 

 

허윤희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5년 10월 10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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