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미국 뉴욕시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화려하게 지어져 멀리서도 웅장함을 느낄 수 있어요.
'미술관들의 미술관'··· 인류가 남긴 예술의 발자국 담겼죠
1870년 시민 주도로 세운 공공미술관
고대 이집트 유물부터 현대 미술까지
수천 년 역사 아우른 작품 150만점 소장
꼼꼼히 보려면 한 달 걸릴 수도 있어요
여러분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라는 책을 읽어보셨나요? 저자 패트릭 브링리는 화려한 도시 뉴욕 한가운데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일하는 경비원이에요. 자신이 의지하던 친형이 세상을 떠난 뒤 삶의 의욕을 잃은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 이 미술관에서 예술품을 지키는 일을 택했지요.
이 책 덕분에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뉴욕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미술관이 많은데, 브링리는 왜 하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택했을까요? 오늘은 미술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를 매료시키는 곳,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할게요.

메인 출입구로 들어가면 펼쳐지는 '그레이트 홀' 이에요. 각 전시실로 이어지는 공간이자, 카페와 안내소 등이 있는 곳이지요.
시민이 주도해 만든 '미술 성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하 메트)은 뉴욕의 대표 랜드마크입니다. 현지인들은 친근하게 ‘더 멧 (The Met)’ 이라고 부르지요. 메트가 있는 센트럴파크 동쪽 5번가 거리에는 많은 미술관이 있는데요. 이곳은 메트를 비롯해 구겐하임 미술관, 노이에 갤러리, 유대인 박물관 등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이 밀집해 있어 ‘뮤지엄 마일 (Museum Mile)’ 이라고도 합니다. 메트는 이 뮤지엄 마일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미술관인데요.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화려하게 지어진 하얀 건물은 멀리서 봐도 그 자태가 웅장합니다.
메트는 1870년 시민 주도로 설립된 공공 미술관입니다. 당시 미국은 정치·경제적으로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문화적으로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 뒤처졌다는 인식이 있었죠. 이때 미국의 외교관이자 연설자였던 존 제이가 1866년 파리에서 열린 미국 독립 기념일 축하 행사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미국에도 유럽처럼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국립 미술관이 필요하다’ 는 것이었지요. 이 연설에 많은 미국 사람이 공감하면서 미술관 설립이 추진됐답니다. 메트는 설립 초기엔 임대 건물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다가 1880년 현재 위치로 이전하면서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갔어요. 이후 메트는 시민들의 후원과 기부, 구입을 통해 전 세계 주요 예술품들을 빠르게 수집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세계 최고의 미술관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됐지요.
오늘날 메트는 150만 점 이상의 소장품을 갖고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미술부터 중세 유럽, 근현대 미국, 아시아 미술과 현대미술까지 5000년의 인류 역사를 아우르지요. 상설 전시실들이 수없이 이어져 있어 하루 만에 이곳을 다 둘러본다는 건 불가능하답니다. 꼼꼼하게 살펴보려면 일주일, 아니 한 달이 걸릴지도 몰라요.
미술관에 들어서면 환하고 넓은 중앙 홀이 나옵니다. 이곳에 안내소와 아트숍, 카페, 티켓 판매소 등이 있고, 지하층에는 강연장과 도서관 등 관람객 편의 시설이 있어요. 전시장은 1층부터 3층까지 걸쳐 있답니다.
전시장을 살펴볼까요? 먼저 1층에서는 고대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 펼쳐집니다.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 중세 유럽의 성화, 아프리카 · 오세아니아 · 아메리카의 전통 미술품까지 다양한 시대와 지역의 예술을 만날 수 있지요. 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전시실은 고대 이집트관이에요. 거대한 유리 천장 아래, 실제 크기로 복원된 ‘덴두르 신전’ 이 웅장하게 서 있답니다.
2층은 르네상스와 19세기 유럽의 화려한 회화,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요.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부터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죠. 이곳에 이슬람 미술관과 아시아관도 있답니다. 한국관도 이곳에 있는데요. 빗살무늬토기, 고려청자, 그리고 현대 작가의 작품까지 우리 미술의 오랜 역사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요. 3층은 특별 기획전이 열리는 공간으로, 특정 주제를 다룬 소규모 전시가 열립니다.

고대 이집트관에 전시된 '덴두르 신전'. 이집트 여신 이시스를 기리기 위해 기원전 10년쯤 지어진 신전으로, 1960년대 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다가 지금 자리로 옮겨졌답니다.

반 고흐의 작품 '삼나무가 있는 밀밭'. 고흐 특유의 역동적인 붓 터치가 잘 드러나지요.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위키피디아
반 고흐에서 잭슨 폴록까지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전시실은 ‘유럽 회화’ 전시실입니다. 렘브란트, 반 고흐, 폴 고갱, 르누아르, 파블로 피카소 등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특히 반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밀밭’ (1889) 앞에는 늘 많은 관람객으로 붐빕니다. 이 그림은 고흐가 생의 끝자락에 남긴 대표작 중 하나로, 남프랑스의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절에 그렸어요. 구불구불한 사이프러스 나무와 푸른 하늘, 활기찬 밀밭을 역동적인 붓 터치로 표현한 고흐 그림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밀밭은 풍요로움과 생명력을, 사이프러스 나무는 죽음과 불멸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런 대조적인 이미지가 고흐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잘 드러내는 것 같지요.
고흐가 파리에서 활동하던 시절 그린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1887)도 만날 수 있어요. 고흐는 자화상을 여러 점 그렸는데요, 단순히 외모를 묘사하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세계와 감정을 드러내고자 했어요. 이 자화상에 그려진 고흐의 표정에선 고뇌와 열정을 동시에 엿볼 수 있지요.
이 밖에도 렘브란트의 고단한 내면을 담은 ‘자화상’ (1660), 피카소의 초기작 ‘맹인의 식사’ (1903), 잭슨 폴록의 ‘가을 리듬 (30번)’ (1950) 등 르네상스 회화부터 인상주의, 미국 추상표현주의까지 다양한 사조의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지요.
세계인이 찾는 문화 명소
메트는 다양한 기획전시를 통해서도 관람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2019년부터 진행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파사드 커미션’ 은 미술관 밖에 작품을 설치해 지나가는 누구나 감상하고 즐길 수 있게 했죠. 작년엔 우리나라의 설치미술가 이불이 이곳에서 조각 4점을 선보이기도 했답니다.
이처럼 메트에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예술이 한자리에 공존합니다. 그래서 메트를 걷다 보면 인류가 살아온 이야기를 따라가는 여행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매년 5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이곳을 찾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요.
이은화 미술평론가
기획 · 구성 = 윤상진 기자 (grey@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5년 10월 20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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