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야생 침팬지들이 발효되어 알코올이 든 과일을 나눠 먹고 있어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술 마시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 엑서터대
알딸딸한 기분 느끼려 발효 과일 찾아··· 사람 유전지와 98.5% 같대요
얼마 전 침팬지에 관한 흥미로운 뉴스가 들려왔어요. 서아프리카의 기니비사우에서 침팬지들이 자연 발효돼 알코올이 든 과일을 마치 술 마시듯이 먹는 모습이 발견됐다는 거예요. 동물들이 가끔 발효된 과일을 먹고 취해 해롱해롱거리는 모습이 발견된 적은 있어요. 그런데 이 침팬지들은 알딸딸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발효된 과일을 찾아 나선 것처럼 보인대요.
이는 습성이 사람을 빼닮기로 유명한 침팬지의 특성을 보여주는 단면이에요. 잘 알려진 대로 침팬지는 고릴라 · 오랑우탄 · 긴팔원숭이 등과 함께 유인원 (類人猿)에 속하죠. 유인원은 ‘사람과 닮은 원숭이’ 라는 뜻인데요. 유인원의 특징은 다음과 같아요. 우선 걸을 때 사람처럼 상체를 약간 곧게 세워 걷는답니다. 꼬리가 없고, 얼굴과 귀가 털로 덮여 있지 않은 점도 사람과 비슷하죠.
침팬지는 한발 더 나아가 독보적인 능력을 갖고 있답니다. 바로 도구를 쓰는 거예요. 침팬지가 즐겨 먹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개미와 흰개미인데요. 가는 풀줄기나 나뭇가지를 개미집에 쑤셔 넣은 뒤 줄기에 붙어 나오는 개미 · 흰개미들을 핥아 먹는답니다. 또 물이 부족할 때는 나뭇잎을 나무 구멍에 넣어 고여 있는 물을 묻혀서 마시죠. 비가 쏟아질 때는 커다란 나뭇잎을 우산처럼 들고 있기도 하고요. 침팬지는 얼굴 표정으로 분노 · 두려움 · 기쁨 · 슬픔 등의 감정을 표현해요. 다양한 몸짓과 울음소리를 통해 서로 소통하죠. 정말 사람과 닮은 점이 많지 않나요? 실제로 침팬지와 사람의 유전자는 무려 98.5%가 같대요.
침팬지는 많게는 80마리까지 한 무리를 이루고 살고, 우두머리 수컷 한 마리가 무리를 이끌어요. 보통은 6 ~ 10마리의 가족이 한 무리를 구성해요. 침팬지들은 동료들과 서로 털을 골라주며 많은 시간을 보내요. 이런 행동을 ‘그루밍 (grooming)’ 이라고 하는데요. 털 속에 있는 먼지와 기생충을 제거하고 무리 구성원들과 친밀감을 도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어요. 이렇게 서로 사이좋게 지내야 필요할 때 힘을 합칠 수가 있거든요. 침팬지들은 주식으로 나무 열매나 곤충 등을 먹지만 종종 원숭이나 영양도 잡아먹는답니다. 사냥은 대개 협업으로 이뤄지는데, 이때 평상시 다져왔던 팀워크가 발휘되죠.
침팬지는 보통 한배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아요. 태어난 후 6개월 정도는 새끼가 어미 배에 착 달라붙어 있답니다. 이후 생후 두 살 정도까지는 어미 등에 올라타죠. 평균 수명 40년으로 추정되는 침팬지는 일곱 살에서 열 살 무렵에 비로소 독립하는데 그 전까진 어미와 함께 살면서 집 짓는 법, 도구를 이용해 먹이 잡는 법, 동료의 털을 골라주는 법 등을 전수받는답니다. 이렇게 침팬지는 사람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덕에 ‘타잔’ 과 ‘혹성탈출’ 등 여러 영화에서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가진 캐릭터로 등장해요.
정지섭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5년 5월 14일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