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사 미륵보살상 · 아미타불상]

감산사 미륵보살상, 높이 250cm, 국보.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 전시되어 있다. / e뮤지엄
단단한 화강암 깎아 이토록 부드럽고 생생한 佛像 만들다니
신라 6두품 김지성 발원
돌아가신 부모 위해 조성
얇은 옷자락, 신체 굴곡
섬세하고 실감나게 표현
어떤 대상이 다른 것과 구별되는 분위기를 가리킬 때 ‘아우라 (aura)’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박물관에서 만나는 불상은 신상 (神像)이자 미술로 독특한 아우라를 지닌다. 그 대표 사례로 경주 감산사 미륵보살상과 아미타불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감산사의 두 불상은 신라 6두품 출신 김지성이 69세로 세상을 뜨기 한 해 전인 719년에 발원한 것이다. 불상에 새겨진 명문에는 김지성이 돌아가신 부모를 위해 감산장전 (甘山莊田)을 희사하여 감산사를 세우고 불상을 조성했으며, 그 공덕이 성덕왕, 개원 (愷元 · 태종무열왕의 아들로 상대등을 지냄), 부인과 형제 · 누이에게 미치기를 바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명문 중에는 최고행정기구인 집사부 차관에 해당하는 시랑을 역임했다는 기록이 보이며, 다른 문헌을 참고하면 성덕왕 4년 (705) 당나라에 사신으로 간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공적인 삶에 충실했던 김지성은 한편으로는 속세를 떠난 삶을 동경했다. 노자 · 장자의 글을 가까이하고 무착의 ‘유가사지론’ 을 읽고 연구했다.

감산사 아미타불상, 높이 271.5cm, 국보.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 전시되어 있다. / e뮤지엄
다양한 인생 역정을 거쳐 60세 후반이 된 김지성이 사찰을 조성하면서 어떤 불상을 만들기를 원했을까? 감산사 불상에서는 신라의 이전 불상과 비교할 때 새로운 요소가 완성도 있게 구현되어 있다. 우선 단단한 화강암으로 인도와 서역풍이 짙게 느껴지는 부드러운 형체를 실감 나게 표현한 솜씨가 놀랍다. 두 상 모두 몸에 밀착된 얇은 옷자락과 그 아래로 드러나는 신체 굴곡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미타불의 단조로운 옷에는 촘촘하면서 변화 있는 옷 주름이 생기를 더한다. 미륵보살의 어깨 위로 보이는 커다란 매듭과 양쪽 팔 바깥을 따라 늘어진 장식은 이전 불상에서 볼 수 없었던 요소다.
미륵보살과 아미타불의 조합도 특이하다. ‘삼국유사’ 에 미륵을 ‘금당주 (金堂主)’ 라고 칭하고 있어, 미륵을 금당에, 아미타불을 강당에 안치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두 상은 비슷한 크기로, 몸 전체를 감싸는 광배를 배경으로 연화대좌 위에 서 있는 구성이 같아 하나의 세트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미륵보살이 쓴 관에는 작은 불상이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관음보살상에서 더 빈번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김지성이 불상을 만들 때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김지성의 공적 이력과 불교에 대한 남다른 이해가 감산사 불상에 담긴 새로운 시도, 성취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혜원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1월 24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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