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식물 이야기

[디기탈리스]

드무2 2026. 2. 1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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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기탈리스]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의 통 모양으로 피는 디기탈리스는 흰색, 분홍색, 황색 등 다양한 색이에요. / 김민철 기자

 

 

 

반 고흐가 간질 치료에 복용··· '가셰 박사의 초상' 에도 등장하죠

 

 

 

요즘 도심 화단에 긴 꽃대에 화려한 꽃을 줄줄이 달고 있는 식물이 있습니다. 키도 크고 꽃도 화려해 이름이 뭘까 절로 궁금해지는 식물입니다. 꽃이 딱 손가락 들어갈 만한 크기라면 디기탈리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기탈리스는 유럽 원산의 질경잇과 식물로, 6 ~ 8월 도심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입니다. 높이 1m 정도 자라는데, 줄기 아래서부터 꽃이 차례로 피어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이 이삭 모양으로 핀다고 이런 꽃차례를 이삭꽃차례라고 합니다.

꽃은 통 모양으로 흰색, 홍자색, 분홍색, 황색 등 다양한 색으로 핍니다. 꽃이 핀 모양이 종 (鐘)이 차례로 매달려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꽃잎 안쪽엔 작은 반점들이 점점이 있습니다. 곤충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장치죠. 요즘 이 반점을 보고 꿀벌이 찾아와 열심히 꿀을 찾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꽃을 볼 때마다 꽃 속에 손가락을 넣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꽃의 크기가 딱 손가락 하나 넣기 좋은 정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구나 이 꽃의 속명 ‘Digitalis’ 는 라틴어 ‘digitus’ 에서 유래했는데 ‘손가락’ 이라는 뜻입니다. ‘디지털 시대’ 할 때 ‘디지털’ 과 같은 어원인데 발음만 다르게 한 것입니다.

디기탈리스 잎은 우글쭈글한 주름에 잔털이 있습니다. 이 잎을 전부터 유럽에서 약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잎은 강력한 약효와 독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독성의 경우 서양에서는 이 식물의 잎을 이용해 살인을 시도하는 사건이 꽤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도 종종 디기탈리스가 효과적이고 감쪽같은 살인 도구로 나옵니다. 장난으로라도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반 고흐가 자신의 주치의를 그린 ‘가셰 박사의 초상’. 테이블에 놓인 꽃이 디기탈리스입니다. / 위키피디아

 

 

 

이 식물은 심장병 등에 약효를 가져 ‘심장병풀’ 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습니다. 약효와 관련해 화가 고흐와 관련한 스토리가 유명합니다.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 그림, ‘별이 빛나는 밤’ 등은 실제보다 더 노란빛을 띠고 있다고 합니다. 고흐는 생전에 간질과 조울증 증세를 보였는데 그의 주치의인 가셰 박사는 디기탈리스를 처방했다고 합니다. 고흐가 그린 ‘가셰 박사의 초상’ 이란 그림에서 가셰 박사가 디기탈리스를 들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식물을 약으로 복용하면 눈앞이 뿌옇거나 노랗게 보이는 부작용이 있다고 합니다. 많은 연구자가 고흐 그림 속 노란빛이 강한 것은 이 디기탈리스 복용의 부작용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요즘 화단에 피어 있는 루피너스도 긴 꽃대에 꽃이 다닥다닥 달리는 모습이 디기탈리스와 비슷합니다. 루피너스 꽃 색도 붉은색, 오렌지색, 파란색, 진분홍색, 흰색 등으로 다양합니다. 하지만 루피너스는 콩과 식물이고, 꽃도 디기탈리스 꽃에 비해 훨씬 작고 손가락을 넣을 정도로 벌어져 있지 않은 점이 다릅니다.

 

 

김민철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5년 6월 16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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