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흑곰]

반달가슴곰의 한 종류인 대만흑곰. 가슴에 브이 (V)자 흰색 털이 나 있어요. / 위키피디아
대만 수도 타이베이 마스코트··· 따뜻해서 겨울 잠도 안자요
얼마 전 대만 정부에서 토종 곰인 대만흑곰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어요. 해발 1200m 아래에서 이 곰이 목격된 횟수는 2011 ~ 2017년 78회였는데 2018년부터 현재까지 513회로 껑충 뛰었어요. 곰이 발견된 지점도 늘어났고요. 대만 생태계의 최고 포식자인 곰이 많아지는 건 그만큼 자연이 건강하다는 증거라며 반겼죠.
대만흑곰은 우리나라 지리산에 사는 반달가슴곰처럼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보호받는 야생동물이랍니다. 생김새를 보면 거무튀튀하고 덥수룩한 털에 가슴팍에는 브이 (V) 자로 흰 털이 돋아있어요.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쏙 빼닮았는데, 대만흑곰이 반달가슴곰의 한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반달가슴곰은 동남아 · 동북아 · 일본 등 서식 지역에 따라서 일곱 종류로 나뉘는데요. 이 중 대만에서만 살아가는 종류가 대만흑곰이에요.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만주 · 시베리아 등에 사는 것과 같은 종류이고요. 몸길이는 최장 1.8m이고, 몸무게는 많게는 150㎏까지 나가요.
대만흑곰은 대만에서 가장 높은 위산 (玉山 · 해발 3952m)을 비롯한 중 · 동부 고산 지대에 살고 있어요. 나무 열매뿐 아니라 곤충 · 게 · 새 · 뱀까지 먹는 잡식성인데요. 아주 드물게 멧돼지나 사슴을 잡아먹기도 한대요. 이런 모습은 다른 지역에 사는 반달가슴곰과 별반 다를 게 없죠.
그런데 대만흑곰에게는 다른 반달가슴곰에게서 볼 수 없는 두 가지 특성이 있어요. 첫째는 직접 보금자리를 짓는다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곰은 동굴이나 누군가가 파놓은 구덩이 등을 은신처로 삼는데요. 대만흑곰은 잔가지 등을 가져다가 새 둥지와 비슷하게 생긴 둥지를 만들고 잠을 자거나 쉰답니다.
또 하나는 겨울잠을 아예 자지 않는다는 거죠. 전 세계에 분포하는 곰 중에서 동남아시아의 말레이곰, 인도의 느림보곰, 남아메리카의 안경곰 등 기온이 높은 지역에 사는 곰들은 겨울잠 없이 1년을 보내는데요. 반달가슴곰 중에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지역에 사는 대만흑곰 역시 이런 습성을 갖고 있는 거죠.
대만 사람들의 곰 사랑은 아주 지극해서 나라 곳곳에서 마스코트나 캐릭터로 등장한답니다. 우선 수도 타이베이와 대도시 가오슝의 마스코트가 모두 대만흑곰이에요. 이 밖에 여러 스포츠 · 관광 · 문화 행사에 흑곰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죠.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캐릭터와 마스코트로 인기 있는 것과 비슷하죠.
그런데 최근 곰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게 우리나라와 대만의 공통 고민이랍니다. 그래서 곰이 자주 목격되는 국립공원에서는 등산객들에게 가급적 무리를 지어 산에 오르고, 곰과 마주치면 침착하게 자리를 떠나라는 등의 대처 요령을 안내하죠.
정지섭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5년 5월 28일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