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식물 이야기

[라일락과 수수꽃다리]

드무2 2026. 5. 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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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과 수수꽃다리]

 

 

 

김민철 기자

 

 

 

'베사메무초' 에 나오는 리라꽃 정체는? 첫사랑을 닮은 라일락이래요

 

 

 

주변에 라일락이 한창입니다. 여기저기에 연보라 또는 새하얀 라일락 꽃들이 구름처럼 피어 있습니다. 라일락이 특별한 것은 향기 때문일 것입니다. 라일락 꽃이 핀 쪽에서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강한 향기가 밀려들죠. 그 향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품격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향입니다. 가수 현인의 번안곡 (원곡에서 가사만 고친 노래) ‘베사메무초’ 에는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 라는 부분이 있죠. 리라꽃은 라일락을 가리키는 프랑스어입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비교적 큰 라일락나무는 대개 서양에서 온 것입니다. 톨스토이의 명작 ‘부활’ 에서 귀족 청년 네흘류도프와 그의 고모집에서 하녀로 사는 카튜샤가 첫 입맞춤을 한 것은 하얀 라일락 꽃이 진 직후였습니다.

라일락 잎을 깨물면 첫사랑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라일락 잎은 거의 하트 모양입니다. 잎을 깨물면 당연히 쓰디쓴 맛이 납니다. 라일락은 꽃말도 ‘첫사랑’ 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토종 라일락이 있는데 바로 수수꽃다리입니다. 박완서 장편 ‘미망’ 은 19세기 중반부터 6 · 25 무렵까지 개성의 한 거상 일가의 삶을 그린 소설입니다. 이 소설 도입부, 주인공 태임이 할아버지 전처만과 함께 개성 용수산을 넘을 때 수수꽃다리가 나옵니다.

<4월 파일 (8일)이 며칠 안 남은 용수산은 한때 온 산을 새빨갛게 물들였던 진달래가 지고 바야흐로 잎이 피어날 시기였다. 그러나 수수꽃다리는 꽃이 한창이어서 그 향기가 숨이 막히게 짙었다.>

 

 

 

국립생물자원관

 

 

 

시간적 배경이 봄이 무르익은 딱 요즘입니다. 수수꽃다리는 황해도, 평안남도, 함경남도의 석회암 지대에서 자랍니다. 그래서 자생지에서 볼 수는 없지만, 분단 이전에 옮겨 심은 것들이 자손을 퍼트려 서울 동대문구 홍릉숲 등 전국 수목원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꽃이 줄기에 붙어 있는 원뿔 모양이 수수꽃을 닮아 ‘수수꽃 달리는 나무’ 라고 해서 수수꽃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소설 속 수수꽃다리가 특히 반가운 것은 소설 배경이 황해도와 가까운 개성이라 자생지 수수꽃다리가 아닌가 싶기 때문입니다.

수수꽃다리는 라일락과 비슷하지만 잎과 꽃 모양이 약간 다릅니다. 라일락은 잎이 폭에 비해 긴 편인데, 수수꽃다리는 길이와 폭이 비슷합니다. 꽃잎 중 깔때기 모양을 하고 있는 화관통의 길이도 라일락은 짧은 편이지만 수수꽃다리는 1.5㎝ 이상으로 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라일락과 수수꽃다리를 구별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하니 일반인이 굳이 구별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김민철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6년 4월 27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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