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는 축구, AI와 로봇은 왜 못 하나]

드무2 2026. 7. 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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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는 축구, AI와 로봇은 왜 못 하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황인범이 11일 (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고 있다. 이강인이 오프사이드를 무너뜨리는 패스를 그에게 찔러 줬다. / 김지호 기자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는 축구, AI와 로봇은 왜 못 하나

 

 

 

축구는 감정의 스포츠다. 한 번의 슈팅에 환호하고, 한 번의 실수에 탄식한다. 특히 축구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오프사이드 라인을 절묘하게 무너뜨리는 장면일 것이다. 한 치의 오차 없이 패스가 맞아떨어지는 순간 관중석은 폭발한다.

한편으로 축구는 과학이다. 오프사이드를 피하는 장면에 인간 지능의 정교함이 드러난다. 얼핏 서로 신호만 잘 맞추면 될 것 같지만, 인간의 뇌가 눈으로 본 상황을 처리하는 데만 약 0.2초가 걸린다. 여기에 몸을 움직이는 시간과 공이 날아가는 시간까지 더하면, 보고 움직이는 것은 이미 늦다. 그럼에도 수비 라인을 깨뜨린다. 현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이다. 이 찰나의 순간이 오늘날 휴머노이드 로봇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이다.

 

 

 

그래픽 = 김성규

 

 

 

하루가 멀다 하고 인공지능 (AI)이 인간을 뛰어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고, 복잡한 코딩을 하며, 어려운 수학 문제도 해결한다. 하지만 정작 휴머노이드 로봇은 울퉁불퉁한 길에서 넘어지고, 어린아이도 쉽게 집는 물건을 다루는 데 쩔쩔맨다. 바둑에서 인간을 압도한 AI가 딸기 하나를 따는 일조차 서툴다. 이를 컴퓨터 과학자 한스 모라벡 (Hans Moravec)의 이름을 따 ‘모라벡의 역설’ 이라 부른다. 인간에게 어려운 계산은 컴퓨터에 쉽지만, 인간에게 너무나 쉬운 지각과 운동은 기계에 어렵다는 뜻이다.

이 역설은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유효하다. 군대에서 총기 분해 · 조립은 조교의 시범 몇 번이면 익힐 수 있지만, 이런 작업을 로봇에게 가르치는 일은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가 된다. 공장 노동자는 새로운 작업을 몇 분 만에 익히지만, 로봇은 비슷한 작업이라도 다시 학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딸기를 따는 로봇을 만들었다고 해서 상추나 토마토도 바로 수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형태와 질감이 조금만 달라져도 다시 데이터를 모으고 학습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 AI 연구의 중심에 ‘피지컬 AI (Physical AI)’ 가 있다. 연구자들은 현실과 유사한 가상 공간에서 로봇에게 수백만 번의 경험을 제공한다. 현실에서 수년이 걸릴 시행착오를 몇 시간 만에 해치우는 것인데, 알파고가 무수한 가상 대국을 거치며 실력을 키운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진짜 어려움은 현실에 있다. 시뮬레이션은 바닥의 마찰, 물체의 미세한 변형, 예상하지 못한 충돌과 같은 현실 변수를 완벽히 재현하지 못한다. 이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간극 (sim-to-real gap)’ 은 오늘날 피지컬 AI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장벽이다.

 

 

 

19일 (한국 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슈팅 시도 후 오프사이드에 아쉬워하는 손흥민. / 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그렇다면 인간은 왜 하나를 배우면 다른 상황에도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을까. AI 연구자 얀 르쿤은 인간 지능의 핵심을 ‘월드 모델 (World Model)’ 로 설명한다. 인간은 단순히 데이터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내부 모델을 만든다. 공이 어디로 튈지, 물체가 어떻게 떨어질지,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몸에 익힌다. 중요한 점은 이 모델이 바깥세상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 세계 속에서 나의 몸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도 함께 예측한다.

축구 공격수는 수비수의 현재 위치만 보는 것이 아니다. 패스가 연결되는 순간 수비 라인이 어디에 형성될지, 자기 몸이 그 시점까지 어디에 도착할지를 동시에 예측한다. 야구 타자 역시 머릿속에서 공의 궤적을 계산한 뒤 배트를 휘두르는 게 아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예측 모델이 뇌와 신경계, 몸의 움직임을 하나로 연결해 순간적으로 반응하게 만든다. 인간의 월드 모델은 ‘세계를 이해하는 모델’ 인 동시에 ‘자기 몸을 이해하는 모델’ 인 셈이다.

물론 오늘날의 로봇도 미래를 예측하려고 한다. 다양한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계산하고 최적의 행동을 계획한다. 그러나 인간처럼 세계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몸에 대한 이해를 하나의 모델 안에서 유연하게 통합하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축구에서 오프사이드 함정을 깨는 일은 단순히 현재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미래를 내 몸과 연결해 예측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몸으로 이 능력을 배운다. 수없이 넘어지고, 기어다니고, 달리며, 사물을 만지고 던지는 과정에서 세상과 몸의 관계를 익힌다. 이 경험은 단순한 데이터의 축적이 아니라, 세계와 자신을 함께 이해하는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다. 어쩌면 지능의 본질은 시험 문제를 푸는 능력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를 자신의 몸으로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모라벡의 역설은 로봇공학의 기술적 난제를 설명하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 온 인간 신체 지능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AI는 이미 언어와 이미지의 세계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물리 세계에서 타인과 공감하고 상대의 의도를 읽으며, 자기 몸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인간의 능력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AI 경쟁의 다음 무대는 더 큰 언어모델 (LLM)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 같다. 세계를 이해하는 모델과 내 몸을 이해하는 모델을 하나로 통합해 ‘예측하는 몸’ 을 구현하는 일, 그것이 바로 모라벡의 역설을 넘어서는 진짜 인공지능의 시작일지 모른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무너뜨리는 공격수의 한 걸음에는 인간 지능의 가장 압축된 경이로움이 담겨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 뉴스1

 

 

 

민태기 '판타레이' 저자 공학박사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6월 29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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