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로 건너오는 시들] 01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
이미지로 건너오는 시들
인천을 다룬 근대사와 미술의 만남
2023. 6. 9. (금) ㅡ 10. 15. (일)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관
인천문화재단 / 한국근대문학관
관람안내
운영시간 10 : 00 ~ 18 : 00
관람시간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휴관일 매주 월요일 (단, 월요일이 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법정공휴일 다음날, 추석 당일
관람문의 ☎ 032ㅡ765ㅡ0305 (기획전시관) / 032ㅡ773ㅡ3800 (본관)
20인 이상 단체관람의 경우 예약을 권장합니다.
주소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 15번길 64 · 76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도보 1호선 인천역에서 하차 후 인천중부경찰서 방면 도보 7분
수인분당선 신포역에서 하차 후 인천아트플랫폼 방면 도보 10분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관 입구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놈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해에게서 소년에게」 중에서
최남선 (1890 ~ 1957)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나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당신을 보았습니다」 중에서
한용운 (1879 ~1944)
뵈오려 못뵈온님 눈감으니 보이시네
감아야 보이신다면 소경되어지이다
「소경되어지이다」 중에서
이은상 (1903 ~ 1982)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물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중에서
김영랑 (1903 ~ 1950)
신포로 15번길 64
전시를 열며
이미지로 건너오는 시들
인천을 다룬 근대시와 미술의 만남
한국근대문학관에서 마련한 이번 전시는 인천을 소재로 한 한국 근대시 14편을 선별하고 이를 시각이미지로 해석한 14명의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다. 시를 읽고 이에 대한 정서적 감동을 형상화하고 문자로 기술된 내용을 시각화하는 일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들이 항구도시 인천을 소재로 해서 쓴 여러 시들은 문자로 기술한 인천 풍경의 이미지화이고 그 시를 바탕으로 영감을 받은 미술작품들은 시 / 문자를 다시 시각화, 형상화해 놓은 것들이다.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이루어지는 장면이자 사건인 셈이다. 시는 보지 못하는 그림에 해당하고 미술은 무언의 시라고 볼 수 잇다. 그러니 시와 그림이 그렇게 분리되어 있거나 상이한 영역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시를 문자로만 읽지 말고 그림처럼 형상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고 그림에서 문학적인 서사를 기대하는 것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이 전시는 시와 미술, 이 두 영역의 경계를 조금은 허물고 겹쳐놓아 만든 어느 지경을 드러내고자 하는 편이다. 시인과 시각이미지를 다루는 작가들이 함께 예술공동체를 이루고 문자와 이미지를 섞고 문학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창안해 둔, 혼종적이고 융합적인 텍스트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인천을 소재로 한 근대시 14편의 텍스트를 읽고 이를 시각이미지로 형상화한 여러 모색을 한자리에 펼쳐놓은 것이다. 기존의 이른바 시화 전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시인이 시를 읽고 이를 형상화시키고 물질화시켜 새로운 차원에서 시를 번안해내는 일이자 문자를 시각이미지로 낯설게 구현하는 일이다. 그로 인해 보다 시에 대한 더 풍부한 감상과 해석을 요하는 작업을 만든다. 이미지와 시가 결합하는 어느 경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회화와 사진, 판화 등이 다양한 매체가 함께 했고 각 작가들이 하나의 시를 읽고 감응하면서 이를 조형적인 작업으로 일구어낸 흔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이미지로 건너오는 시들이다.
인천 아리랑
인천 제물포 모두 살기 좋아도
왜인 등쌀에 나는 못살아 흥
에구데구 흥 성화로다 흥
단둘이만 살자는데
에구데구 흥 성화로다 흥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얼쑤 아라리야
산도 싫고 물도 싫은데
누굴 바라고 여기 왔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얼쑤 아라리야
「신찬 조선 회화」 1894.
인천 아리랑 이진경
코란타섬에서 주운 나무 위에 먹
147 × 188 ㎝, 2023
인천 아리랑 이진경
인천 아리랑, 한지 위에 과슈. 먹
111 × 81 ㎝, 2023
인천 만국공원 (仁川 萬國公園)
이경손
저녁 때 만국공원
올라와 보니
소나무와 전선줄은
합창을 하고
영사관 독일집에
유리창들은
술 취한 붉은 얼굴로
막들 웃으며
저 건너 바다에서
춤추는데
영사관 지붕 위에
만들에 세운
저 사람 혼자만은
언제볼꺼나
무엇에 그다지도
노하였는지
한 모금 말도 없이
우뚝 서 있네
한 손에 창을 집고
우뚝 서 있네
24년 11월 6일 부산에서
(동아일보). 1924. 4. 7.
비늘 1ㅡ31 이영
21.7 × 30.4㎝, 2023
밤
김소월
홀로 잠들기가 참말 외로워요
맘에는 사무치도록 그리워 와요
이리도 무던히
아주 얼굴조차 잊힐 듯해요.
벌써 해가 지고 어두운데요.
이곳은 인천의 제물포, 이름난 곳.
부슬부슬 오는 비에 밤이 더디고
바닷바람이 춥기만 합니다.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하얗게 밀려드는 봄 밀물이
눈앞을 가로막고 흐느낄 뿐이에요.
『진달래꽃』 매문사, 1925.
[1922년 첫 발표]
밤 1ㅡ2 홍인숙
지판화
110 × 90㎝, 2023
길에서 제물포 풍경
김기림
기차 (汽車)
모닥불의 붉음을
죽음보다도 더 사랑하는 금 (金) 벌레처럼
기차는 노을이 타는 서쪽 하늘 밑으로 빨려 갑니다.
인천역 (仁川驛)
「메이드 · 인 · 아메ㅡ리카」의
성냥개비나
사공의 「포케트」에 있는 까닭에
바다의 비린내를 다물었습니다.
조수 (潮水)
오후 2시·········
머언 바다의 잔디밭에서
바람은 갑자기 잠을 깨어서는
휘파람을 불며 불며
검은 조수의 떼를 몰아가지고
항구로 돌아옵니다.
고독 (孤獨)
푸른 모래밭에 자빠져서
나는 물개와 같이 완전히 외롭다.
이마를 어루만지는 찬 달빛의 은혜조차
오히려 화가 난다.
이방인 (異邦人)
낯익은 강아지처럼
발등을 핥는 바닷바람의 혓바닥이
말할 수 없이 사롭건만
나는 이 항구에 한 벗도 한 친척도 불룩한 지갑도 호적도 없는
거북이와 같이 징글한 한 이방인이다.
밤 항구 (港口)
부끄럼 많은 보석장사 아가씨
어둠 속에 숨어서야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그의 보석 바구니를 살그머니 뒤집니다.
파선 (破船)
달이 있고 항구에 불빛이 멀고
축대 허리에 물결 소리 점잖건만
나는 도무지 시인의 흉내를 낼 수도 없고
「바이런」과 같이 지을 수도 없고
갈매기와 같이 슬퍼질 수는 더욱 없어
갈매기와 같이 슬퍼질 수는 더욱 없어
상 (傷)한 바위 틈에 파선과 같이 참담하다.
차라리 노점에서 임금 (林檎)을 사서
와락와락 껍질을 벗긴다.
대합실 (待合室)
인천역 대합실의 조려운 「벤치」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손님은 저마다
해오라비와 같이 깨끗하오.
거리에 돌아가서 또 다시 인간의 때가 묻을 때까지
너는 물고기처럼 순결하게 이 밤을 자리라.
「태양의 풍속」, 학예사, 1939.
[1934년 첫 발표]
seashells 김수강
45 × 68㎝, 2012
bird and seashells 김수강
45 × 68㎝, 2012
coral and bird 김수강
45 × 68㎝, 2012
starfish 김수강
73 × 73㎝, 2023
슬픈 인상화 (印象畵)
정지용
수박냄새 품어오는
첫 여름의 저녁 때············
먼 해안 쪽
길 옆 나무에 늘어선
전등. 전등.
헤엄쳐 나온듯이 깔박거리고 빛나누나.
침울하게 울려오는
축항의 기적소리······ 기적소리······
이국정조로 펄럭이는
세관의 깃발. 깃발.
시멘트 깐 인도 측으로 사폿사폿 옮기는
하이얀 양장의 점경!
그는 흘러가는 실심한 풍경이어니······
부질없이 오렌지 껍질을 씹는 시름······
아아, 애시리 · 황!
그대는 상해로 가는구료············
「정지용 시집」, 시문학사, 1935.
[1926년 첫 발표]
정지용 오마쥬 ㅡ 슬픈 인상화 채우승
패널에 한지, 연필, 수채화물감, 의료용테이프
116 × 73 × 3㎝, 2023
해항도 (海港圖)
오장환
폐선처럼 기울어진 고물상옥에서는 늙은 선원이 추억을 매매하였다. 우중충ㅡ한 가로수와 목이 굵은 당견 (唐犬)이 있는 충충한 해항의 거리는 지저분한 크레용의 그림처럼, 끝이 무디고, 시꺼먼 바다에는 여러 바다를 거쳐 온 화물선이 정박하였다.
값싼 반지요. 골통같이 굵다란 파이프. 바닷바람을 쏘여 얼굴이 검푸러진 늙은 선원은 곧ㅡ잘 뱀을 놀린다. 한참 싸울 때에는 저 파이프로도 무기를 삼아 왔다. 그러게 모자를 쓰지 않는 항시 (港市)의 청년은 늙은 선원을 요지경처럼 싸고 두른다.
나폴리 (Naples)와 아덴 (ADEN)과 싱가폴 (Singapore). 늙은 선원은 항해표와 같은 기억을 더듬어 본다. 해항의 가지가지 백색, 청색 작은 신호와, 영사관, 조계 (租界)의 갖가지 깃발을, 그리고 제 나라 말보다는 남의 나라 말에 능통하는 세관의 젊은 관리를. 바람에 날리는 흰 깃발처럼 Naples, ADEN, Singapore. 그 항구, 그 바ㅡ의 계집은 이름조차 잊어버렸다.
망명한 귀족에 어울려 풍성한 도박. 컴컴한 골목 뒤에선 눈자위가 시퍼런 청인 (淸人)이 괴춤을 흠칫거리며 길 밖으로 달리어 간다. 홍등녀의 교소 (嬌笑), 간드러기야. 생명수! 생명수! 과연 너는 아편을 가졌다. 항시의 청년들은 연기를 한숨처럼 품으며 억세인 손을 들어 타락을 스스로이 술처럼 마신다.
영양 (榮養)이 생선 가시처럼 달갑지 않은 해항의 밤이다. 늙은이야! 너도 수부 (水夫)이냐? 나도 선원이다. 자ㅡ한 잔, 한 잔, 배에 있으면 육지가 그립고, 뭍에선 바다가 그립다. 몹시도 컴컴하고 질척거리는 해항의 밤이다. 밤이다. 점점 깊은 숲속에 올빼미의 눈처럼 광채가 생 (生)하여 온다.
「성벽」 아문각, 1947
[1936년 첫 발표]
무제 1ㅡ2 김정욱
한지에 먹
46 × 53㎝, 2015
무제 3 김정욱
16.5 × 14㎝, 2015
무제 4 김정욱
16 × 14㎝, 2015
무제 5 김정욱
16 × 15㎝, 2015
무제 6 김정욱
20.5 × 19㎝, 2015
무제 7 김정욱
19 × 16㎝, 2015
무제 8 김정욱
한지에 먹
39.5 × 39.5㎝, 2015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
이미지로 건너오는 시들
인천을 다룬 근대시와 미술의 만남
전시기간 2023년 6월 9일 ~ 10월 15일
총괄 이종구
전시예술감독 박영택
전시총괄 손동혁
기획총괄 함태영
기획 송지현
진행 이연서 · 김승근
자문 이은지
시공 아이드디자인
참여작가 김수강, 김정욱, 김진열, 박인우, 오석근
오원배, 이강일, 이 영, 이진경, 이창준
정평한, 채우승, 허윤희, 홍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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