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재미있는 과학

[냄새]

드무2 2023. 10. 2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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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그래픽 = 유재일

 

 

 

기억이 냄새 좌우··· 청국장, 군침 돌 수도 악취일수도

 

 

 

달콤한 장미 향은 기억력 좋게 해요

개는 사람보다 1만배 냄새 잘 맡아

개미는 페르몬으로 길 만들어 이동

 

 

 

눈을 감고도 어떤 냄새인지 짐작할 수 있는 건 바로 코가 있기 때문이에요. 콧속에는 무엇이 있기에 똥 냄새와 청국장 냄새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신통방통한 인간의 코와 그보다 몇 배는 발달한 동물의 후각, 그리고 냄새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봅시다.
 



냄새, 이렇게 맡아요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의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우리는 이런 표현을 쓰죠. 그만큼 후각이 정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감각이기 때문이에요. 만일 후각을 잃어 냄새를 맡지 못하면 가스가 새는 상황에서도 알아챌 수 없어 죽음에 이를 수 있어요. 상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죠. 이처럼 후각은 각종 위험을 알려주는 중요한 경보 체계예요. 또 향수나 꽃향기를 맡을 때에는 즐거움을 느껴요. 좋은 음식 냄새는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해주죠.
우리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은 코 안에 냄새의 정체를 파악하는 '후각 수용체'가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 몸에는 후각 수용체를 만드는 후각 유전자가 있는데, 한 유전자가 한 후각 수용체를 만들 수 있어요. 또 후각 수용체 하나가 여러 가지 냄새 분자를 담당해요.
냄새를 맡는 과정은 냄새 분자의 움직임에서 시작돼요. 이를테면 똥에서 나온 냄새 분자가 공기 중에 떠다녀요. 이 냄새 분자는 숨을 쉴 때 공기에 섞여 코로 들어가 코 천장에 있는 후각 상피세포로 이동해요. 후각 상피세포에는 후각 수용체가 있는데, 콧속으로 들어온 냄새 분자는 마치 퍼즐처럼 각각에 맞는 후각 수용체와 결합해요. 그러면 전기신호가 발생해 후각 상피세포를 자극해요. 이 자극이 후신경을 통해 후각구로 전해지고, 이것이 뇌 가운데에 위치한 대뇌변연계로 전해져 냄새를 구별하게 되는 거예요.

 


좋은 냄새는 기억이 판단해요

 
"이 구수한 냄새, 침이 꿀꺽 넘어간다!"  "윽, 구릿한 냄새 도저히 못 참겠어!"
똑같은 청국장을 놓고 어떤 사람은 맛있는 음식 향으로, 어떤 사람은 악취로 받아들이죠. 왜 같은 청국장을 놓고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까요. 그 이유는 바로 기억에 있어요.
후각은 상한 음식 같은 악취를 가려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발달한 감각이에요. 그런데 냄새는 다른 감각과 다르게 대뇌변연계에서 직접 느껴요. 대뇌변연계는 좋고 나쁨이나 공포 등 복잡한 감정을 조절하는 곳이에요. 냄새를 맡는 동안 여기에서 감정적 기억이 되살아나요. 그래서 청국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으면 구릿한 냄새가 군침 넘어가는 음식 냄새로 느껴질 수 있어요. 어떤 냄새가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는 데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예요. 이렇듯 냄새에 대한 판단은 개인마다 달라서 어떤 냄새 분자가 항상 좋은 향을 낸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냄새는 힘이 세요

 
고대인들은 향기에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종교 의식에서 악령을 쫓을 때나 불안을 잠재우고 싶을 때 각종 향기를 안정제로 사용했어요. 불에 태워 냄새를 나게 하는 향은 명상할 때 마음을 진정하는 역할을 했죠. 고대인들이 믿었던 것처럼 향기에는 정말 신비한 힘이 있는 걸까요.
실제로 달콤한 장미 향이 기억력을 좋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독일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잠을 잘 때 장미 향기를 맡은 학생들이 그러지 않은 학생들보다 기억력 게임을 더 잘한다고 해요. 잠을 자는 동안 장미 향기를 맡은 학생들은 뇌에서 학습을 담당하는 영역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래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실험에서는 솔잎 향이 우리 몸을 긴장시키는 교감 신경을 안정시켜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준다는 것이 확인됐어요.

 

개가 '개코'인 이유

 

동물은 사람보다 후각이 잘 발달해 있어요. 특히 개는 후각이 예민해서 먹을 것을 구별하거나 어미와 새끼를 구별할 때 냄새 정보를 활용해요. 여러 냄새가 섞여 있을 때 가려 맡는 능력도 뛰어나서 경찰 · 군대의 수색견과 탐지견은 범죄와 테러를 막고, 범인을 체포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요.
냄새 맡기는 개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냄새를 맡는 부분인 '후각 상피'의 넓이가 무려 130㎠나 되고 후각 세포도 2억개가 넘어요. 사람의 후각 상피 면적이 3㎠, 후각 세포가 약 500만개인 것과 비교하면 개의 후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어요. 개는 사람보다 최소 1만배 이상 냄새를 잘 맡아요. '개코'란 별명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냄새가 전하는 메시지

 
수많은 개미가 줄을 서서 질서정연하게 다니는 비밀은 페로몬에 있어요. 독특한 냄새를 가진 페로몬은 원래 동물이 짝짓기할 때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내뿜는 화학물질이에요. 그런데 개미는 페로몬으로 먹이가 있는 장소와 길은 물론 위험한 상황도 알려요. 개미가 만든 페로몬 1㎎만 사용하면 지구를 세 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냄새 길을 만들 수 있어요. 흰개미 · 불개미 등 개미마다 다른 페로몬을 만들기 때문에 서로 길을 잘못 들 염려는 없어요.
동물들은 또 자신의 영역을 알릴 때 배설물 냄새, 페로몬 등을 써요. 족제비는 자기 흔적을 남기려고 항문을 땅에 질질 끌고 다니면서 '여긴 내 땅이니까 넘보지 마'라고 경고해요. 코끼리와 캥거루는 페로몬으로 영역 표시를 해요. 이처럼 냄새는 동물이 짝을 유인하는 번식 행동부터 영토를 표시하는 일까지 다양한 의사소통 신호로 사용됩니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 · 구성 = 김윤주 기자(yunj@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6월 6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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