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좋은 글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천관산 억새]

드무2 2025. 10. 25.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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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산 억새]

 

 

 

일러스트 = 김성규

 

 

 

천관산 억새

 

시월이 되면

시월이 되면

 

천관산 억새는 날개를 편다

 

너무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죄로

억새는

억새는

 

지상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벌을 받았다

 

이대흠 (1967 ~)

 

 

 

가을빛이 완연하다. 조롱조롱 매달린 감이 익고, 석류는 곧 껍질이 터질 기세다. 덩굴도 더는 뻗어가지 않고 잎이 벌써 마르고 있어서 손으로 대면 바스러지고 깨지는 소리가 날 것 같다. 자연에 색색의 빛깔을 입히는 이가 누굴까 절로 궁금해지는 때이다.

천관산은 전남 장흥에 있다. 억새꽃 능선이 아름다운 곳이다. 시인은 천관산의 은빛 억새를 보면서 억새가 찬란한 날개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찬란한 날개를 지닌 탓에 지상에 그만 발이 묶이고 말았다고 상상한다. 억새꽃이 핀 군락지를 보고 있으면 바람에 일제히 눕고 일어서는 억새꽃의 물결이 마치 거대한, 전설의 새가 연신 날개를 치며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하는 것만 같을 것이다. 이대흠 시인은 하나의 자연물에 깃들어 있는 미 (美)와 사랑의 서사를 황홀하게 드러낸다. 시 ‘구엄리 사랑바위’ 에서는 “구엄리 앞바다 속에 입 맞추는 돌 있지요 / 가라앉는 서로에게 숨결을 넣어주다 / 아뿔싸, 돌이 되고 만 천년 전 사랑 있지요” 라고 노래했다.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5년 10월 13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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