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좋은 글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생존]

드무2 2026. 4. 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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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일러스트 = 이진영

 

 

 

생존

 

촛불 하나 켜 놓는다는 것

묘비명에 꽃 한 송이 꽂는다는 것

어둠의 집을 허물고

분홍의 소리들로 가득찬 집을 짓는다는 것

방비 없이 당해버린 말과 소에

초원의 풀밭을 준다는 것

어긋나게 죽은 사랑들을 사랑하게 하는 것

헛으로 지은 슬픈 한줌의 빈 묘를 짓는다는 것

춥고 배고팠으니

묘연한 산 사람들을 위한 밥을 지어주자는 것

 

허영선 (1957 ~ )

 

 


 

 

제주 4 · 3 사건이 일어난 지 올해로 78주년을 맞았다. 많은 사람이 죽었고, 행방불명되었다. 허영선 시인이 4 · 3 당시의 일을 기록한 시집을 최근 펴내서 요 며칠 읽었다. “천둥의 밤을 건너온 사람들” 의 증언을 담은 시집이었다. 특히 비참한 그날을 건너온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함께 담았는데, 일례로 조천읍 북촌의, 4 · 3으로 부모를 잃은 “10살 미만 상주들” 인 아이들이 곡 (哭)하는 소리를 내라고 하니 “아이고 아이고” 하는 곡을 몰라서, “곡곡” 했다는 이야기는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실감하게 한다.

이 시는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추모와 진혼의 일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그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묘비에 꽃을 바치고, 이루진 못한 사랑이 이루어지길 빌고, 쌀을 씻어 흰 밥을 고이 지어서 올리는 일 등이다. 제주의 한 시인은 제주의 “사월은 가난보다 맵” 다고 썼다. 사람의 존엄과 세계의 평화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문태준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6년 3월 30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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