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좋은 글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매미가 운다]

드무2 2026. 4. 8.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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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운다]

 

 

 

 

 

 

매미가 운다

 

여름은 타오르고 매미가 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제 몸을 거는 것

오랜 어둠을 지나온 목숨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매미가 울고 배롱나무는 아프다

이 세상에 울음이 없다면 노래도 없고

처마를 와락 껴안는 소나기도 없다

 

뙤약볕은 보름이고 쏟아지라지

그래도 울음은 그칠 수 없고

새로운 숨소리는 지금 가까워졌다

피도 어제보다 자랐다

 

매미가 울고 계곡물은 멈추지 않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역사를 대어보는 것은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는 존재만이

가진 긍지다

 

매미가 운다

이 여름을 다 운다

 

ㅡ 황규관 (1968 ~ )

 


 

처서가 지났는데도 푹푹 찌는 더위가 꺾이지 않는다. 매미는 폭포수처럼 운다. 그래서 감나무도 팽나무도 측백나무도 멀구슬나무도 폭포수가 쏟아지는 폭포 같다.

시인은 배롱나무에서 우는 매미 소리를 듣는다. 배롱나무에는 홍자색 꽃이 피어 있었을 테다. 매미가 우니 배롱나무도 우는 것 같다. 왕왕대는 매미 소리는 울음이지만, 노래 같기도 하다. 우리의 생활에 슬픔도 있고 희락도 있는 것처럼. 소나기가 쏟아지듯이 우리에겐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일도 있다.

여름날은 타오르고, 매미는 오랜 세월을 땅속에서 보내지만 정작 지상에서 사는 날은 짧다. 그래서 매미는 제 몸을 걸고 쩌렁쩌렁 울고, 노래한다. 존재의 숨과 혈기와 열정을 불사른다.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일” 이요, 최선의 일이다. 황규관 시인은 ‘일’ 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어머니가 밥상을 훔치며 “죽을 때까지 일이 끝나간디요” 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며 “일이 없으면 / 우리는 현재를 살지 못한다” 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간절한 일은 모든 존재를 살아있는, 귀하고 뜨거운 목숨이게 한다.

 

 

문태준 시인

 

[출처 : 조선일보 2025년 8월 25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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