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돌고래]

큰돌고래가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모습입니다. / NASA
12개월이나 뱃속에 새끼 품고, 출산 돕는 '이모 돌고래' 도 있어요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BOE)이 앞으로 발행될 지폐에 역사적 인물이 아닌 영국의 토종 야생동물 모습을 넣기로 해서 의견이 분분하대요. 후보로는 땅 · 하늘 · 바다 등에 사는 열여덟 종 (種)이 제시됐는데, 바다 동물 중에서는 ‘큰돌고래’ 가 포함됐어요. 병처럼 기다란 주둥이 때문에 영어 이름은 ‘병코돌고래 (bottlenose dolphin)’ 랍니다.
큰돌고래는 영국이 있는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폭넓게 볼 수 있어요. 몸길이는 4m, 몸무게는 450㎏까지 자라 돌고래치고는 상당히 큰 편이에요. 큰돌고래는 웃는 듯한 입매와 미끌미끌한 회색 피부가 매력적인 동물입니다. 큰돌고래의 피부는 여느 포유동물과 달리 땀샘도 털도 없어서 고무를 만지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렇게 피부가 매끄러워야 빠르게 헤엄칠 수 있거든요. 이 피부 아래에는 두꺼운 지방층이 있어요. 먹이가 부족할 때 버티게 해주고, 체온을 유지해 주는 데 도움이 된대요. 몸무게의 20%가 지방층이래요.
큰돌고래의 수영 솜씨는 돌고래 중에서도 남다르답니다. 힘들이지 않고 쑥쑥 치고 나가는 기술이 탁월하거든요. 평소에는 시속 11㎞ 정도로 헤엄치다가 물결을 타면 속도를 시속 30㎞까지 끌어올리죠. 헤엄치면서 반복적으로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돌고래 특유의 이동 방법을 포포이징 (porpoising)이라고 하는데, 이때 물 밖으로 솟구치기 직전에는 시속 40㎞까지 올라갑니다.
큰돌고래는 뛰어난 지능으로도 유명하답니다. 사람을 제외하고 전체 신체 중에서 뇌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해요. 큰돌고래가 얼마나 똑똑한지는 다양한 사냥 방법을 통해 알 수 있어요. 큰돌고래는 자기가 낸 소리가 물체에 부딪혔다가 돌아오는 반사파를 감지해 위치를 파악하는 반향정위 (反響定位 · echolocation)로 먹이를 찾아내는데요. 이 과정에서 같은 무리의 동료들과 협업을 해서 다양한 사냥 방법을 구사한답니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물고기 떼를 좁은 공간으로 몰아넣은 다음 한 마리씩 번갈아 가며 돌진해 식사를 즐기죠. 또 물고기를 몰고 가서 얕은 물속에서 옴짝달싹 못 하게 한 뒤 손쉽게 먹이를 삼키기도 하고요. 해면 (스펀지처럼 생긴 원시적인 바다 동물)을 마스크처럼 주둥이에 끼우고 먹이를 찾기도 해요. 독이 있는 물고기나 가오리 등을 사냥할 때 다치지 않으려고 다른 동물을 ‘보호장구’ 로 활용하는 거랍니다.
큰돌고래의 턱에는 72 ~ 104개의 이빨이 촘촘히 돋아 있어요. 상어 이빨처럼 끝이 날카롭거나 뾰족하지도 않은 원뿔형입니다. 이런 이빨 구조는 잡은 먹잇감을 놓치지 않도록 꽉 잡고 있는 데 적합하죠. 작은 먹잇감은 그대로 삼키고, 큰 먹잇감은 물고 흔들거나 바닥에 문질러서 잘게 찢은 다음 삼킵니다.
큰돌고래의 임신 기간은 사람보다도 긴 12개월이에요. 어미가 새끼를 낳을 때는 동료 돌고래가 곁을 지키며 출산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역할을 하는 도우미 돌고래를 ‘이모 돌고래’ 라고 부르는데요. 그런데 항상 암컷만 도우미로 나서는 건 아니고 간혹 수컷도 있대요.
정지섭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6년 6월 24일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