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

자귀나무 꽃입니다. 모양이 예쁜 데다 향기도 좋답니다. / 김민철 기자
진분홍 명주실 펼친듯한 모양··· 밤이면 잎 맞대 '부부 금슬' 상징한대요
6 ~ 7월 숲이나 공원에서 진분홍 명주실을 부채처럼 펼쳐 놓은 듯한 아름다운 꽃이 피는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자귀나무입니다.
자귀나무 꽃은 볼수록 신기하게 생겼어요. 붉은 명주실처럼 가늘게 생긴 게 자귀나무 수꽃의 수술입니다. 이 수술이 25개 정도 모여 부채처럼 퍼져 있죠. 각각의 끝에는 작은 구슬 같은 것이 보일 듯 말 듯 달려 있습니다. 암꽃은 수꽃 사이에서 미처 터지지 않은 꽃봉오리처럼 봉긋한 망울들을 맺고 있어요. 특히 진분홍색에서 아래로 갈수록 밝은색으로 변해 가는 꽃잎의 그라데이션 (gradation · 한 색에서 다른 색으로 점진적으로 변해 가는 것)이 일품이랍니다.
꽃이 피면 엷게 퍼지는 향기도 맑고 싱그럽습니다. 향기가 여름 장마철에도 비를 뚫고 번져 나갈 정도죠. 꽃송이를 코끝에 가져가 보면 그 감촉은 부드럽고요. 이렇게 꽃도 예쁘고 향기도 좋은 데다 어디서든 잘 자라니 과거 공원이나 집 정원에 흔히 심어졌습니다.
자귀나무는 밤이 오면 양쪽으로 마주 난 잎을 서로 맞댑니다. 이를 ‘수면 운동’ 이라고 하는데요. 낮에는 햇빛에서 양분을 얻으려고 잎 면적을 최대한 넓혔다가, 밤에는 수분과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잎을 움츠리는 겁니다. 이처럼 잎이 모여 하나가 되는 모습에 자귀나무는 합환수 (合歡樹), 합혼수 (合婚樹), 야합수 (夜合樹) 등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합환, 합혼, 야합은 그 뜻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함께한다’ 는 의미를 품고 있어요. 그래서 예로부터 신혼집 마당에 자귀나무를 심어 부부 금슬이 좋기를 기원했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는데요. 소가 잘 먹는다고 소밥나무, 소쌀나무라고 부르는 곳도 있습니다. 가을에 달리는 열매가 바람이 불면 여자들의 수다처럼 시끄럽다는 뜻으로 자귀나무를 여설수 (女舌樹)라고도 불렀습니다. 영어로는 비단나무 (silk tree)라고 하죠. 꽃이 명주실처럼 고운 실타래를 풀어 피워낸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자귀나무 꽃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낸 작품은 윤후명의 소설 ‘둔황의 사랑’ (1983)입니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서역에서 건너온 고대 악기 ‘공후’ 를 켰다는 노인을 취재하러 갔지만 노인은 이미 사망한 후였습니다. 대신 그 손녀를 만나 할아버지한테 배웠다는 고조선의 노래 ‘공후인’ 을 듣습니다. 소설에선 노래하는 소녀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뺨에는 자귀나무 꽃빛의 담홍색 홍조가 물들어 있었다.’ 자귀나무꽃을 눈여겨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설에 등장하는 홍조에 대한 묘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귀나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다양한 주장이 있습니다. ‘잠자는 데 귀신 같다’ 라는 표현에서 왔다는 설, 자귀 (나무를 깎아 다듬는 연장의 하나)의 손잡이를 만드는 나무라서 붙은 이름이란 얘기 등등 많은 말이 나오지만 모두 확실한 건 아니랍니다.
김민철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6년 6월 29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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