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청개구리]
▲ 수원청개구리 수컷은 번식기가 되면 모내기를 한 논에서 벼를 붙잡고 개굴개굴 울어요. / 국립생물자원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개구리··· 울음소리도 청개구리와 달라요
얼마 전 경기 수원시 평리동과 장지동 일대 논에서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인 수원청개구리가 최소 7마리 확인됐대요. 수원시와 국립생태원은 해마다 수원청개구리가 잘 살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죠. 수원청개구리라고 하니까 청개구리 중에서 수원에 사는 종류만 따로 말하는 것 같죠? 그게 아니라 청개구리와 별개 종류인 개구리 이름이랍니다. 그런데 이 이름은 수원과도 아주 연관이 깊어요.
1977년 일본 생물학자인 구라모토 미쓰루가 동아시아에 사는 청개구리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어요. 그는 당시 농촌진흥청 앞 논에서 채집한 청개구리가 보통 청개구리와 다른 울음소리를 내는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종이라고 판단해 학계에 보고했어요. 그리고 3년 뒤 공식적으로 '수원청개구리' 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동식물종에 붙는 라틴어 학명도 첫 발견 지역인 수원이 들어간 'Dryophytes suweonensis' 랍니다. 그런데 일반인의 눈으로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를 구별하는 건 쉽지 않아요.
우선 수원청개구리의 몸집은 2.5 ~ 4㎝ 정도로 청개구리보다 좀 더 작답니다. 우리나라 토종 개구리 중 가장 자그마하죠. 또 발의 물갈퀴가 청개구리보다 덜 발달돼 있고, 머리는 청개구리보다 상대적으로 길고 뾰족해요. 둘 사이에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개굴개굴' 울음소리예요. 수원청개구리의 울음소리는 대체로 톤이 낮고 쇳소리 같은 느낌이 있어요. 간격도 길고 하루 중 더 이른 시간에 울어요. 개구리 울음소리는 번식기에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일종의 사랑 노래예요. 수원청개구리 수컷은 모내기를 한 논에서 벼를 붙잡고 개굴개굴 울어댄대요. 수원청개구리의 번식철은 5월부터 7월까지로 청개구리보다 40일 정도 늦어요. 수원 말고도 강원도와 충청남 · 북도, 서울과 북한 일부 지역에서도 살고 있어요.
과학자들은 수원청개구리인 줄 알았던 남쪽 지방의 개체 일부가 수원청개구리와 울음소리 · 생김새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결국 이 지역 개구리들은 2021년 수원청개구리와 또 다른 별개의 종으로 분류됐어요. 몸의 특징을 따서 '노랑배청개구리' 라는 이름이 붙었죠.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모두 세 종류의 청개구리 (청개구리 · 수원청개구리 · 노랑배청개구리)가 있답니다.
수원청개구리는 수원시의 '깃대종' 으로 지정돼 있어요. 깃대종이란 특정 지역의 생태 · 지리 ·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어 보호 가치가 있는 동식물을 말해요. 수원청개구리는 덩치가 워낙 작아 야생에 천적이 많답니다. 왜가리나 백로 등 물새, 물장군이나 게아재비 같은 수서곤충뿐 아니라 덩치가 큰 다른 개구리에게도 잡아먹힐 수 있거든요. 최근에는 서식지가 겹치는 곳에서 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가 짝을 짓는 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지역 사회가 걱정하고 있대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청개구리와 유전자가 섞여 수원청개구리만의 고유한 특성이 사라지게 되거든요.
정지섭 기자
도움말 =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유나경 전임연구원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7월 19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