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부치]
▲ 도마뱀부치는 발바닥에 빨판이 여러 개 있어 벽과 천장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대요. / 국립생물자원관
혀로 눈 핥아서 청결 유지··· 발바닥에 빨판도 있어요
독일 등 여러 나라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이 20년 전 마다가스카르섬에서 발견한 도마뱀부치가 새로운 종(種)으로 공식 기록됐대요. 지금까지 확인된 도마뱀부치 무리만 1500여 종인데 새로운 종류가 추가된 것이죠. 도마뱀부치는 추운 북아메리카·시베리아 · 북유럽 등을 제외한 지구촌 곳곳에 분포한 도마뱀입니다. 대개 몸길이는 12㎝ 안팎으로 아담해요.
'도마뱀'에 '같은 종류' '같은 무리'라는 의미의 접미사 '붙이'가 합쳐져 '도마뱀붙이'가 됐어요. '도마뱀붙이'와 '도마뱀부치' 두 단어를 함께 쓰다가 지금은 과학자들이 '도마뱀부치'로 통일했대요. 영어로는 일부 무리 울음소리를 본떠서 '게코(gecko)'라 하고, 한자로는 집을 지킨다는 의미의 '수궁(守宮)'이라고 해요.
도마뱀한테 집 지킴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이들의 생활 습성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도마뱀과 달리 사람이 사는 주택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거든요. 특히 동남아시아 등 따뜻한 지역을 여행할 때 숙소에서 흔히 마주치는 도마뱀으로 알려져 있어요. 파리나 모기 같은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사람에게 이로운 동물이래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부산, 경상남도 등 남쪽 일부 지역에서 사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최근에는 서울에서도 발견됐어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서식이 확인된 건 130여 년 전이랍니다. 일본이나 중국에 살던 무리가 배편으로 들어와 퍼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어요.
아담한 몸집 말고도 도마뱀부치는 다른 도마뱀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답니다. 우선 몸집에 비해 눈이 굉장히 커요. 세로로 길쭉한 눈동자는 밝은 곳에 있으면 얇아지고 어두운 곳에서는 넓어져요. 또 눈꺼풀이 없어 눈을 깜박일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눈에 이물질이 달라붙곤 하는데, 혀로 눈을 깨끗이 핥아서 청결을 유지하죠. 도마뱀은 먹이를 찾거나 위험을 알아챌 때 후각보다는 시각에 많이 의지하기 때문에 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게 아주 중요하거든요.
도마뱀부치는 발 모양도 다른 도마뱀과 달라요. 동글동글하고 사방으로 뻗은 발바닥은 아주 가느다란 털이 돋아있는 여러 빨판으로 돼 있어요. 빨판을 이용해 벽과 천장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죠. 이런 몸 구조 덕에 사람이 사는 주택가에서 살아갈 수 있어요. 도마뱀부치가 좋아하는 곳은 밤에도 빛이 들어와서 벌레가 몰려들고, 천적을 피해 건물 틈바구니로 몸을 숨기기도 좋은 곳이에요. 이를테면 가로등이 가까운 공원 화장실 같은 곳이죠.
도마뱀부치의 가장 무서운 천적은 길고양이랍니다. 붙잡혔을 때 다른 도마뱀처럼 꼬리를 끊고 달아나기도 해요. 떨어진 자리에서 꼬리가 새로 돋기는 하지만, 예전 것과 색깔·크기는 다르대요.
도마뱀부치 암컷은 나무껍질이나 나무 벽 같은 곳에 알을 두 개씩 낳아서 붙여 놓아요. 암컷들은 알 낳기 좋은 곳을 찾아 몰려들기 때문에 번식 철이 되면 특정 장소에 알 여러 개가 모여 있대요.
정지섭 기자
도움말 = 김대인 허핑 대표 (이학박사)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9월 6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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