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육영수, 그 시절의 아카시아' 육영수 여사 役 맡은 배우 김효선]
뮤지컬 ‘육영수, 그 시절의 아카시아’ 에서 고 (故) 육영수 여사 역을 맡은 배우 김효선은 “그늘진 곳 약자들을 위한 헌신, 많은 이가 여전히 그분을 그리워하게 한 진심을 무대에서 보여드리고 싶다” 고 했다. / 박상훈 기자
육영수 역할 4년째··· 낮은 곳 향한 그분의 헌신 그립니다
육여사 50주기 뮤지컬 내달 개막
2021년 뮤지컬 '박정희' 서 첫 역할
전국 100회 공연··· 이번에 또 맡아
"가족 굶는다" 편지에 찾아간 집
쌀밥 먹는 듯해 비서관이 호통쳐
살펴보니 물에 만 '아카시아 밥'
눈물겨운 이야기 뮤지컬에 담겨
"우리나라, 가장 아프고 힘들던 시절
국민을 어머니 마음으로 보살핀 분
50년 지나도 그분이 그리운 이유죠"
“전화도 드물던 시절 전국에서 가난하고 배고프고 힘든 사람들이 그분께 편지와 엽서를 보냈대요. 새벽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다 읽고 직접 도우려 했고요. 그분을 표현하기 위해 알아갈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1974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기도한 흉탄에 고 (故) 육영수 (1925 ~ 1974) 여사가 서거한 지 올해로 50주기. 내달 3 · 4 · 6일 서울 강서구 스카이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육영수, 그 시절의 아카시아’ 에서 주인공 육 여사 역을 맡은 배우 김효선 (41)에게 이 작품은 질문과 함께 찾아왔다. “어째서 반세기가 되도록 사람들은 그분을 못 잊어 그리워할까요? 가장 힘들고 아팠던 시기여서가 아닐까요? 그 당시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고, 지금은 상상 못할 가난을 겪었죠.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며 보살폈던 그분을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은 더 절절하게 기억하는 게 아닐까요?”
고 (故) 육영수 여사
서울 성북구의 연습실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김효선은 “제 위 세대의 기억 속에만 있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고 했다. 뮤지컬 제작사 ‘컴퍼니A’ (대표 김재철)가 2021년 2월부터 뮤지컬 ‘박정희’ 를 전국에서 약 100회 공연하는 동안, 김효선은 육영수 역으로 무대에 섰다. 그는 이지나 연출의 대극장 뮤지컬 ‘인어공주’ (2005) 주인공으로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고, 정두홍 · 류승완의 영화 ‘짝패’ (2007)에 여전사 역할로 출연하는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두루 활약해온 배우. “여전히 사랑받는 실제 인물을 연기하는 건 큰 부담이었지만 동시에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기도 했어요. 가장 놀라운 건 관객들의 호응이었죠. 객석에서 눈물 흘리는 분은 숱하게 많았고, 공연 뒤 인사 때면 제게 허리 숙여 인사하시는 분들 손을 한분 한분 꼭 잡아 드렸습니다.”
이번 뮤지컬은 결혼식으로 시작, ‘박정희 시대’ 를 관통하며 내조만큼이나 사회 그늘진 곳 약자들을 위해 헌신했던 육 여사 삶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김효선은 “박목월 시인의 ‘육영수 여사’ 등 책도 큰 도움이 됐고, 다큐와 영상을 많이 찾아보며 눈빛과 제스처, 말투 등을 꾸준히 익혔다” 고 했다.
뮤지컬 속 ‘육영수 여사’ (김효선)가 소록도 한센인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하는 장면. / 뮤지컬컴퍼니A
뮤지컬엔 정말 그랬을까 싶은 일화들이 녹아 있다. 그중 ‘아카시아 밥’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서울역에서 행상을 하는 한 여인이 ‘먹을 게 없어 온 가족이 굶고 있다’ 는 편지를 보내와 물어물어 찾아간 집, 호롱불 하나뿐인 어두운 방 안에서 여인은 흰밥을 먹고 있었다. 비서관이 “왜 거짓말을 했느냐” 호통치며 살펴보니, 여인이 먹던 것은 쌀밥이 아니라 아카시아 꽃을 뜯어 물에 만 ‘아카시아 밥’ 이었다는 것. 이 이야기는 실제 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의 자서전에 직접 경험한 일로 등장한다.
김효선은 “육 여사는 가뭄 소식에 전라도 나주로 내려가고, 서울 잠원동에 홍수가 나자 직접 나룻배를 타고 건너가 약상자와 위문품을 전한다” 고 했다. 그중 가장 마음이 가는 부분은 한센인이 모여 살던 소록도 방문 장면이다. 서러움도 상처도 많은 환자들을 안아주며 치료를 돕던 육 여사는 그 자리에서 환자들이 건넨 사과를 맛있게 먹었고, 환자들은 그 마음에 감동해 통곡한다. 그는 “영일 없는 남편 곁을 지키는 육 여사의 하루하루는 매일이 살얼음판이었을 것” 이라며 “그래서 더 남편이 직접 듣지 못할 ‘다른 목소리’ 를 많이 들어 전달하고, 자신은 소외된 사람들 돌보는 데 더 헌신했을 것” 이라고도 했다.
제작사는 이번 공연을 기점으로 뮤지컬의 전국 투어 공연을 시작한다. 4만 ~ 10만원. 오는 7월 15일을 전후해 뮤지컬 영화로도 개봉할 예정이다.
이태훈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4년 5월 25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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